[통일로 미래로] 호주 소로 식량을…대북 축산 프로젝트
[앵커]
흰 쌀밥에 고깃국.
김일성 주석 때부터 강조해온 북한의 영원한 '경제 목표'입니다.
북한은 목표를 이룬다며 과학 축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축산물 생산 부족은 여전하고 양질의 단백질 공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북한 주민 1인당 하루 단백질 공급량은 우리나라 국민의 48%에 머물렀고 지방은 25%에 불과합니다.
이런 현실을 바라보며 축산 분야에서 답을 찾아보겠다는 사람들을 최효은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성과 없이 끝났던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 김정은 위원장이 내놓은 첫 메시지는 '경제 발전'이었습니다.
특히 주민들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비단옷에 좋은 집에 살게 하려는 것이 투쟁 목표라고 새삼 강조했는데요.
그만큼 주민들의 살림살이가 넉넉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북한 주민의 식량난을 덜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송영민/진주산업대학교 명예교수 :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북한 식량안보를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웅규/호주 농축산 전문가 : "저는 호주에서 북한 식량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축산교류 사업을 벌였던 최웅규 대표와 축산 연구가 송영민 교수를 만났습니다.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은 농축산 분야를 과학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먹거리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남북의 축산협력 방안을 고민하고 미래 통일시대를 생각하는 이들은 어떤 대안을 모색하고 있을까요.
호주에서 32년 동안 농축산 전문가로 활동해 온 최웅규 대표가 대북사업을 구상하게 된 계기를 설명합니다.
[최웅규/호주 농축산 전문가 : "호주에서 (수출 못한) 소를 땅에 묻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그래서 이 소를 내가 북한에 가져가면 참 좋은 북한의 식량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제가 처음 북한을 방문하게 됐고..."]
호주 시민권자인 최 대표는 2001년 이후, 다섯 차례 방북해 사업을 추진했고, 실질적인 축산 협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최웅규/호주 농축산 전문가 : "북한에 갔을 때 가장 적합한 육가공 단지를 북한 측 간부들이 몇 군데 선택해줬는데 그중에 남포시 와우도라는 수출가공구를 이미 그 사람들이 여기를 계획을 했었어요."]
사업이 논의된 남포지구와 세포지구의 모습입니다.
모두 북한이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축산물 생산을 증대했던 곳들인데요.
북한 당국이 이렇게 노력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송영민/진주산업대 명예교수 : "축산물은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북한 주민의 영양소 결핍을 단기간에 해소할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의 80% 이상이 단백질 섭취 부족 상태로 봅니다."]
최 대표는 살아있는 호주 소 10만 마리를 이곳에 보내기로 약속했었다고 합니다.
[최웅규/호주 농축산 전문가 : "(호주에서) 다 큰 소를 (북한으로) 데리고 가서 도축만 해서 육가공이라고 그래요, 도축을. 그래서 20%는 저희가 수출을 해서 수입을 갖고 그다음에 부산물로 고깃국을 만들어서 북한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그런 계획으로 들어갔습니다."]
2017년 UN의 대북 제재 때문에 사업은 중단됐지만, 최 대표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경남 고성의 한 한우 농장을 방문했습니다.
농장 주인 최규범 대표와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태어난 지 일주일 된 이 송아지들, 이름도 남다릅니다.
[최규범/경남 OO한우농장 대표 : "우리는 ‘통일소’라고 네이밍(작명)을 합니다. 통일을 기대하면서 ‘통일소’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최규범 대표는 축산업계에서도 통일을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중 뜻이 같은 최웅규 대표를 만났다고 합니다.
남과 북은 공통적으로 겨울이 춥기 때문에 사계절 방목이 어렵다고 하는데요.
[최웅규/호주 농축산 전문가 : "우리나라는 겨울이 있기 때문에 방목이라는 건 생각 못하고 사료를 늘 먹여야 되거든요."]
최 대표는 이곳에서 추위를 견디는 송아지를 연구하면서, 한편으론 북한에 보낼 수 있는 사료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규범/경남 OO한우농장 대표 : "(경남) 고성 지구 한우 협회에서 만든 미생물 (사료)입니다. 이런 기술도 접목시켜 줘야지. (맞아. 이런 게 필요해. 북한에 이런 게 없어, 지금.) 민간단체에서 충분하게 지금부터 준비 안 하면 나중에 그때는 늦어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요."]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이 지역의 축산 농가도 활로를 찾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최규범/경남 OO한우농장 대표 : "농가가 교류가 되면 한국의 사육 방법을 그쪽에 접목시켜서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1992년부터 호주 농업을 연구한 최웅규 대표는 드넓은 호주 땅에 한국의 축산 기술을 접목해서, 북한에 먹거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길 희망하며 미래를 그려 나가고 있습니다.
호주 노던테리토리 지역의 광활하고 평탄한 토지입니다.
최 대표는 경기도 면적에 맞먹는 이 넓은 땅을 우리 자본으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최웅규/호주 농축산 전문가 : "지금 추진하고 있는 게 호주에 약 32억 평(10,600㎢)땅이 있는데 그걸 저희가 (구입해) 우리나라 땅으로 만들게 되면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 그걸 제가 탈북민을 대상으로 개발을 하려고 합니다."]
호주의 땅을 거점으로, 남한은 목초지와 일자리를 창출하고, 북한은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호주에서 목축업과 운송업을 하는 달라스 씨는 그의 오랜 동업자입니다.
["(남북의 창) 리포터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축 매입을 맡았는데요.
[달라스 코싸/호주 축산인 : "호주 농부들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우리는 아시아 여러 나라로 고기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해외로 판매하는 것은 언제나 호주 농부와 해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죠."]
북한 주민의 굶주림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최 대표의 정신이 와 닿았다고 하는데요.
달라스 코싸/호주 축산인 : "그들은 여전히 한민족이고 모두 한국인이에요. 우리는 북한 사람들이 더 많은 음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남북이 가까워지기를 원하고 함께 이루고 싶습니다."]
남북관계는 여전히 냉랭하지만 최 대표는 남한과 호주를 오가며 미완의 꿈을 조금씩 채워 나가고 있습니다.
[최웅규/호주 농축산 전문가 : "우리가 지금 준비할 건 우리나라에도 적응할 수 있고 호주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그런 F1(우수 소)을 우리가 생산해야 하는데 앞으로 식량 공급을 위해서 한다 그러면 추위에 잘 견디는 송아지 생산을 하게 되면 북한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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