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취지 무색해진 비례대표제… ‘방탄 금배지’ 전락 위기

김승환 2024. 3. 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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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일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에서 비례대표 제도가 재판 중인 정치인의 '방탄' 획득 수단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로 출현한 위성정당을 통해 통합진보당 세력 최소 3명이 사실상 원내 진입을 확정한 것에 더해 정치적 다양성 강화라는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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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유죄 황운하, 조국당 입당
불출마 번복 비례 도전 가능성
‘항소심 실형’ 조국 이어 논란
사법방어 수단으로 전락 우려
진보당 후보, 최소 3석 예약
‘다양성 강화’ 본래 취지 무색

30여일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에서 비례대표 제도가 재판 중인 정치인의 ‘방탄’ 획득 수단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로 출현한 위성정당을 통해 통합진보당 세력 최소 3명이 사실상 원내 진입을 확정한 것에 더해 정치적 다양성 강화라는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황운하(초선·대전 중) 의원은 8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에 입당했다. 황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민주개혁진보 세력의 더 큰 승리와 윤석열 정권에 대한 확실한 심판을 위해 조국혁신당에 합류하기로 결심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현역 의원의 조국혁신당 합류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조국혁신당 당사에서 열린 황운하 의원 입당 기자회견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의원은 ‘조국혁신당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할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 “당과 상의하겠다”고 해 불과 11일 전에 한 불출마 선언을 사실상 번복했다. 경찰 출신인 황 의원은 지난해 11월 ‘청와대 하명 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어 비례 후보로 확정되면 방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국 대표 또한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두 사람은 이번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하더라도 대법원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여권에서도 재판 중인 정치인의 불출마 선언 번복이 나왔다. 정치자금법 위반·사생활 논란으로 국민의힘 탈당 및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던 초선 황보승희 의원이 이날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에 입당한 것이다. 황보 의원은 2020년 내연남 A씨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재판 중이다. 황보 의원도 황 의원처럼 자유통일당 비례대표로 출마할 전망이다.
황보승희 무소속 의원이 8일 서울 여의도 자유통일당 당사에서 열린 입당 환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자유통일당 제공
이에 앞서 진보당은 민주당과의 선거 연대로 비례대표 당선권 3석을 확보했다. 진보당은 위헌 정당으로 판명돼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다. 독자적으로는 비례 의석을 받기 위한 득표율 3% 달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세력이 꼼수 위성정당을 통해 의석을 할당받는 것은 민의 왜곡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비례대표제에 대한 국민 불신만 가중시키고 있다”고 질타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통화에서 “비례대표제 취지는 전문가집단이든 직능대표든 다양하게 국회에 진출시켜 사회 소수집단이나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비례대표제가 가뜩이나 양극화한 진영 논리의 문제를 더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승환·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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