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60% 관세? 타이완 양보? 트럼프 재집권하면 미중 관계는…

이현식 D콘텐츠 제작위원 2024. 3. 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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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슈퍼 화요일'을 거치면서 트럼프 vs. 바이든 본선의 불이 붙었다. 슈퍼 화요일에 즈음해 미국 주요 언론들이 전국 단위 여론조사를 돌렸더니, 트럼프와 바이든의 격차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두어 달 전까지 2%P 안팎으로 트럼프가 앞서고 있었는데, 이제 트럼프의 우세가 5%P까지 확대된 것이다. (뉴욕타임스 조사에서 트럼프 48% : 바이든 43%)

이변이 없는 한 트럼프가 백악관에 다시 입성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많은 국제정치분석가들은 그게 올해 세계의 'No.1 리스크'라고 꼽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이 국제 질서에 미칠 후폭풍 때문이다.

현존 세계 최강인 두 나라,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트럼프는 '60% 관세 부과'를 공언해 왔는데, 정말 할까? 러시아보고 '돈 안내는 유럽, 혼 좀 내주라'는 트럼프가, "미국의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간" 대만을 중국에 넘겨주고 댓가를 얻어내려 하지는 않을까?

스브스프리미엄 〈뉴스쉽〉과 스프/비디오머그 〈교양이를 부탁해〉 공동 기획 두 번째 글은 이런 질문들을 다뤄보기로 한다.

1편 읽기: 중국 경제 짓누르는 '4D'…시진핑 체제가 극복할 수 있을까
[ https://premium.sbs.co.kr/article/1TNA5qSgc0j ]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정말 때릴까?

북한 김정은을 '로켓 맨'이라고 불렀던 트럼프. 자기 자신에게는 '태리프 맨(Tariff man)' 즉 '관세의 사나이'라는 닉네임을 붙였다. 2018년초, 중국산 철강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무역 전쟁의 시동을 걸었던 게 트럼프다.
스스로를 '관세의 사나이'라 부르며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한 2018년 트럼프의 트윗

트럼프는 자신이 재집권하면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크게 올려 미국 산업을 보호하고 미국 국민들의 세금을 낮춰주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보편적인 10% 관세'를 거의 모든 수입품에 부과하되, 중국에 대해서는 무려 60%의 고율 관세를 특별 부과하겠다는 게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그의 공약집 '어젠다47'(이번에 당선되면 47대 대통령이 됨)에선 다음과 같은 주장을 제시한다.

"미국은 원래 95%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1816년부터 1947년까지 미국이 성장하던 시기에, 평균 관세율이 37%였다."

"수십년간, 미국 정부는 세입의 80%를 수입품 관세에서 얻었고, 미국인들에게는 세 부담을 별로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후 미국의 관세가 크게 낮아졌고, 미국은 가장 수입품 의존도가 높은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발생하는 엄청난 무역 적자를 미국민이 세금으로 메워왔는데, 이제는 다른 나라들에 관세를 무겁게 매겨서 재정을 충당하겠다는 게 트럼프의 공약이다. 그동안 중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미국의 부를 벗겨 먹었으니, 이제 그 값을 치르라는 거다.


그런데… 정말 할까?

2018년 그의 1기 임기 때도 중국이 무역 보복에 나서면서 미국 산업 또한 상당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60% 관세를 두들겨 맞으면 중국도 반격에 나설 것이다. 게다가 이번엔 미국의 동맹국도 가리지 않고 1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니, 거의 모든 나라들이 아우성을 칠 것이다.

그래도 할 것으로 보인다. 그게 '트럼프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미-멕시코 국경에 세운 장벽. 2023 게티이미지


트럼프 정권 1기때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겠다며 남쪽 국경에 세웠던 장벽을 생각해보면 된다. 국경 통제 강화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조차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신반의했지만, 트럼프는 실제로 장벽을 일부나마 지어서 보여줬다. 지금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 장벽을 가리키며 "그래도 트럼프는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지 않고 실제로 뭐라도 한다", "트럼프 뜻대로 장벽을 완공했으면 지금처럼 불법이민자가 밀려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공장이 중국으로 떠나간 뒤 하위 계층으로 추락한 사람들은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이다. 그들에게 '60% 관세'는 트럼프의 대표 공약 가운데 하나가 되어있다. 엘리트 경제학자들이 뭐라고 비판을 하든, 트럼프 입장에선 그들에게 뭐라도 보여줘야 한다. 아니, 엘리트 경제학자들이 비판을 하면 할수록 트럼프는 정치적으로 유리하다. "여러분을 지켜주는 건 나뿐"이라고 지지자들에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에서 번 돈을 미국 상대 대리전쟁에 대주는 나라"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으며, 관세로 저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대선 공약집에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담은 문장이 가득하다. 이런 식이다.

"현재 중국의 (미국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미국보다 341%나 높다. 유럽의 관세율은 미국보다 50% 높다. 세계 평균 관세율은 미국의 2배 이상이다."

"중국이 특혜를 받으면서 전세계에서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을 잠식하는 걸 멈춰야 한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중국의 최혜국 대우를 박탈할 것이다."

최혜국 대우란, 국제 무역 체제에서 상대방 국가를 다른 국가들과 똑같이 대우한다는 원칙이다. 중국에 대해 이 대우를 철회하겠다는 건 중국에 대해 유독 무거운 관세를 물리겠다는 뜻이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이 사안을 국가 안보와 연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안보는 국가 안보"라는 건 트럼프가 대선 캠페인에서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는 소신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주장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의 저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 게티이미지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서 대중 무역 전쟁을 수행했던 사람이다. 지금도 관세 전쟁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며 트럼프의 무역 관련 공약을 총괄하는 중요 인물이다. 그는 저서 <자유무역은 없다 (No Trade is Free)>에서,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라이벌에게 강성해지라고 돈을 대주는 나라", "균형 잃은 자유무역의 댓가는 수백만의 보통 미국인들이 대신 치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트하이저는 <포린어페어스>에서 자신의 책을 비판하는 경제학자와 서면 논쟁을 벌이면서도 이렇게 주장했다.

"중국은 미국의 기술을 훔치고, 지속적으로 간첩 작전을 벌이며, 펜타닐을 미국에 들여보내 미국인들을 중독시키고, 미국을 상대로 번 돈을 미국을 상대로 한 2개의 대리전쟁에 지원하고 있다."
(2개의 대리전쟁이란 1)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 하마스 및 기타 친이란 무장세력들의 이스라엘/미군 공격을 가리킨다.)
 

미국 소비자와 기업들도 타격? -라이트하이저의 반론

이런 사고를 바탕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 당장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 완제품 형태로 들어오는 각종 공산품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주택 건설 비용이나 자동차 수리비, 농축산물 생산 비용 등도 오를 것이다. 그런 업종들에서도 중국에서 생산된 설비나 자재, 부품, 소모품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애플처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물건을 미국에 들여와 판매하는 미국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런 이유를 들어 '고율의 관세를 통한 보호무역은 결국 돌고 돌아 미국 경제에 손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트럼프 무역정책을 세우고 집행할 라이트하이저는 요지부동이다.

트럼프의 무역 관련 기자회견에 배석한 라이트하이저(사진 왼쪽). 사진 오른쪽은 트럼프의 핵심 측근인 사위 재릿 쿠쉬너. 2018년 게티이미지


라이트하이저는, 무역에서의 비교우위란 한 나라가 처한 입지나 자연환경, 역사적 특성 등에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산업정책과 보조금, 무역 제한 등을 통해서 만들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국의 예를 든다. 한국은 철광석이 많이 나지도 않고 제철공장을 돌릴 에너지도 수입해와야 하지만 정부의 산업정책을 통해 매우 경쟁력 있는 제철산업을 육성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제조업에 비교우위가 없으니 해외에서 값싸게 제조된 물품을 수입하고 대신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비판한다. 제조업 공동화로 잃어버린 것들을 서비스산업이 채워줄 수는 없다는 거다.

라이트하이저는 "제조업은 경제학 그 이상에 관한 문제다"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저서 <자유무역은 없다(No Trade is Free)>에 대한 <포린 어페어스> 서면 논쟁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라이트하이저의 저서 표지


"미국 노동자의 2/3은 대학 졸업장이 없다. 이들을 위해서는 서비스업 일자리보다 제조업 일자리가 더 나은 소득과 삶을 제공한다. 공장 하나가 떠나면 지역 전체가 고통을 겪는다."

"제조업 일자리 1개가 생기면 다른 부문에 7~12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제조업체는 연구개발 과학자나 기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소중한 고객이 되기도 한다."

"자원 배분 최적화, 생산성 효율화, 기업 이익 같은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가정의 안정, 강한 공동체, 소득의 불균형 해소, 노동자의 자존감과 만족도 같은 요소들이다. (그래서 제조업이 중요하다.)"

"미국의 안보를 위해서도, 다른 나라, 특히 적대적인 나라의 제조업 능력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코로나 팬데믹은 그런 위험의 일단을 보여줬다. (미국은 코로나19 초기에 방역복, 마스크 등을 제조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전쟁이 시작되고 나면 제조업 능력을 육성하는 건 이미 늦은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고율의 관세는, 미국을 떠났던 공장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다. 관세가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못하지만, 그것조차 하지 않으면 어쩌냐는 것이다. 그는 80년대 일본차의 미국 점령을 거론하면서, 레이건이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을 펴자 일본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고 많은 미국인을 고용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유세에 앞서 자동차 부품공장을 시찰하는 트럼프. 2023년 9월 미시건주. 게티이미지


자신의 책에서 라이트하이저는, 고율의 관세가 미국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일정 정도 손해를 끼치겠지만, "결국에는" 컴퓨터나 휴대폰 등의 생산도 미국이나 동맹국으로 넘어오게 될 것이며, 그것은 결국 미국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썼다.

책에서 그는 이렇게 일갈한다.

"중국이 문제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혼란 없는 어떤 마술적 해법이 있을 거라고 주장하는 자는, 거짓말쟁이거나 바보거나 부정직한 악당이거나, 구제불능의 글로벌리스트거나, 이 중 몇 가지를 합친 거다."


뉴욕타임스의 지난해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당신이 추구하는 게 경제적 효율이 전부라면 - 실업선상에서 40인치 TV 3대 갖고 사는 게 일을 하면서 TV 2대만 있는 삶보다 더 낫다고 주장한다면 -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학자 중에서는) 소비가 최종 목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 견해로는 생산이 최종 목표다. 그리고, 안전하고 행복한 공동체가 최종 목표다. 그걸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2020년 상원에서 증언하는 라이트하이저. 게티이미지.

어떤가. 트럼프 핵심 실세의 '보호무역주의 진심'이 느껴지시는지.

사실, 미국은 이런 정책을 밀어붙이기에 그래도 유럽보다 훨씬 나은 입장에 있다. 미국은 멕시코의 공장들로부터 저렴한 물건을 수입할 수도 있다. 이미 적지않은 중국 기업들이 멕시코에 공장을 지었거나 짓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그 덕에 멕시코는 미국을 상대로 수출하는 국가들 중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라이트하이저는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의 효과로 각종 제품의 생산이 미국과 그 동맹국들로 이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한국은 여기서 기회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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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식 D콘텐츠 제작위원 hyunsi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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