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가 티켓 부스에... 직접 가본 '학전 어게인'의 매력[HI★현장]
설경구·황정민·김윤석·윤도현·윤종신 등 학전 출신 예술인 총출동
"어느 해, 어느 봄날 학전이라는 꽃이 다시 피어날 거라고 생각하고, 그 때 여러분과 다시 만날겁니다." ('학전 어게인' 공연 중, 권진원)
학전은 마지막까지 학전다웠다. 33년간 국내 대중문화의 산실로 명맥을 이어왔던 학전이 오는 14일을 마지막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가운데, 학전을 통해 꽃을 피운 대중문화인들은 '학전 어게인'으로 뜻을 모으며 폐관 이후에도 '학전 정신'은 계속 될 것임을 알렸다.
학전은 1991년 3월 김민기 대표가 개관한 대학로 소극장으로, 3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내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이자 국내 대중문화인의 산실로 명맥을 이어왔다. 학전은 간판 공연인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해 '모스키토' '개똥이' 등 학전만의 특색을 담은 공연과 '고추장떡볶이' '우리는 친구다' 등 다수의 아동극을 선보이며 많은 국내 문화예술인들을 배출 및 성장시켰다.
하지만 공연계의 불황, 코로나 팬데믹,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소극장과 아동극의 특성상 피할 수 없었던 재정난과 운영을 도맡아온 김 대표의 건강 악화 등으로 학전은 33주년을 맞는 올해 3월 15일 폐관을 결정했다. 지난해 학전의 폐관 소식이 전해진 뒤 학전을 거쳐간 대중예술인들과 동종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문화인들이 학전 폐관을 막기 위해 뜻을 모아 여러 방면으로 방안을 강구했지만, 학전은 끝내 오는 15일 33년의 역사를 마무리하며 문을 닫게 됐다.
당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에서 건물주와의 협의 끝에 학전을 지금의 용도로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합의를 얻었다고 밝히며 학전의 운영 지속에 기대가 모이기도 했으나, 학전 측이 "문예위가 어린이와 청소년, 신진 음악인을 위한 김 대표의 뜻을 잇되 학전의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독자적인 공간으로 운영해 나가길 바란다"라는 뜻을 밝히면서 학전은 정해진대로 폐관한다. 향후 문예위는 학전이라는 이름 대신 새로운 형태로 학전블루 소극장이 있던 공간을 운영할 전망이다.
학전의 마지막 공연은 현재 공연 중인 '학전, 어게인'이다. 지난달 28일부터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학전블루소극장에서 매일(4일 제외) 개최 중인 '학전, 어게인' 콘서트는 당초 학전의 폐관 소식이 전해진 뒤 '학전 살리기'를 위해 뜻을 모은 대중예술인들이 노개런티로 출연하는 릴레이 콘서트였으나, 학전이 예정대로 폐관 수순을 밟으며 학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공연이 됐다.
학전과 추억을 공유하는 옛 관객들부터 최근 학전의 폐관 소식을 접한 젊은 관객들까지 관심을 보내면서 '학전, 어게인' 콘서트는 개최 전부터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덕분에 학전은 마지막까지 여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로 객석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 3일 기자가 직접 찾은 '학전, 어게인' 공연장은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빼곡히 관객들로 채워졌다. 공연 시작 한참 전부터 티켓부스 앞은 관객들로 북적거렸고, 나이도 성별도 다양한 관객들은 저마다의 설렘을 안고 공연장 앞에서 입장을 기다렸다.
이날 오후 공연에 출연했던 배우 설경구는 티켓부스에 직접 나와 예매자들에게 직접 티켓을 배부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학전, 어게인' 측에 따르면 설경구의 티켓부스 깜짝 등장은 신인 시절 학전에서 공연을 하며 직접 티켓부스에서 티켓을 팔기도 했던 그가 예전의 추억을 되살려 직접 제안한 이벤트였다. 그는 공연장 입구에 위치한 티켓부스에서 티켓을 배부하며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과 사진을 촬영해주는 등 공연 직전까지 아낌없는 팬서비스로 공연 전부터 현장의 열기를 달궜다.
이날 콘서트에는 유리상자·설경구·권진원이 출연해 약 150분여의 공연을 채웠다. 학전에서 첫 공연을 했던 추억을 언급하며 무대를 이어간 유리상자는 "여러가지 노력을 해봤지만 학전이 결국 폐관을 하게 됐다"라며 "저희 역시 학전 공연이 마지막이다 보니 아쉽다"라는 심경을 전했고, 설경구 역시 과거 자신이 학전에서 공연했던 사진과 함께 고(故) 김광석의 무대를 보며 꿈을 키웠던 과거의 에피소드 등을 소개하며 학전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권진원은 무대 중 눈물을 쏟으며 "학전(에서의)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니 감정이 격해진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날 공연은 마냥 '폐관의 아쉬움'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자신들의 명곡들로 다채로운 무대를 선사한 유리상자 권진원과 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일어나'를 직접 부르며 무대를 채운 설경구까지, 이들은 과거 자신들의 꿈을 싹틔웠던 학전에서 여전한 학전의 '예술 정신'을 담은 무대로 가장 학전다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이들은 먼 훗날 다시 학전에서 만나자는 약속으로 담담히 아쉬움을 달랬다.
다음 주면 학전은 문을 닫지만, 지난 33년 간 그 자리를 지켜온 학전이 남긴 것들은 앞으로도 국내 문화예술계에서 뿌리 깊게 생명력을 이어갈 것이다. 오랜 시간 학전이 추구해 온 방향성을 뜻깊에 이어나가는 것은 이제 남겨진 이들의 몫이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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