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중국] 400조 쏟아붓는 ‘시진핑 신도시’ 슝안신구(雄安新區)를 가다

윤석정 2024. 3.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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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주석 직접 개발 독려…올해 신년사에서도 슝안신구 발전상 언급
직접 타 본 무인 자율주행 버스 인상 깊어
인구 규모나 기반 시설 모두 미비…초기 단계라 성패 논하기엔 일러

중국에서 춘제(春節) 연휴가 한창인 2월 초의 주말, 이슬비를 맞으며 슝안신구를 찾았다. 베이징 서부역에서 고속철도를 타니 52분 만에 슝안역(雄安站)에 도착했다. 첫인상은 썰렁 그 자체였다. 엄청나게 큰 역에 사람은 거의 없고, 궂은 날씨까지 더해져 휑한 느낌이다.

텅 빈 슝안역. 베이징을 오가는 열차 시간에만 사람들이 조금 모인다. / 사진 = MBN 촬영

“슝안은 여전히 공사 중…건물이 없으니 기업과 사람이 올 수 없다”

슝안신구는 슝현(雄縣), 안신현(安新縣), 롱청현(容城縣) 3개 구역이 합쳐진 신도시다. 역에서 택시를 타고 롱청현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30여 분 동안도 도로 양옆은 허허벌판이다. 택시 기사에게 물어보니 “좌우를 보세요. 여기저기 아직 건설 중인 곳이 많잖아요.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이 입주할 건물이 없으니 이들이 아직 오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도 이사를 오지 않죠.”라고 말한다.
승객을 태우고 실제 도로를 달리는 무인 자율주행 버스를 타다

롱청현에서 무인 자율주행 버스(無人驾驶智能巴士)를 직접 타봤다. 1시간 간격으로 배차가 되고, 총 2개 정류장을 30분 정도 걸려서 운행하고 있었다. 무인 버스라곤 하지만, 시범 운행 단계여서 그런지 안전관리자가 운전석에 탑승한다.

안전관리자는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역할을 한다. “무인 운전 시스템이 신호등을 인식하지만, 교통경찰의 수신호는 인식하지 못한다.”면서 “그래서 간혹 교차로에서 교통경찰이 수신호를 하고 있으면 내가 버스를 통제한다.”고 설명한다.

자율주행 중인 버스. 운전석엔 안전관리자가 앉아 있지만, 운전을 하진 않는다. / 사진 = MBN 촬영


무인 버스라고 해서 약간 긴장했는데, 빗길에 곡선주로도 상당히 부드럽게 운행한다. 또, 전방에 도로를 청소하는 사람과 갓길에 주차된 차량이 있을 때는 5~60m 전부터 속도를 줄였다. 물론 30분 운행하는 동안 2번 정도는 거칠게 정차한 적도 있었지만, 그때조차 안전관리자는 운전대를 잡지 않고 지켜보기만 한다. 자율주행 수준이 상당함을 알 수 있었다.

아파트도 업무단지도 아직은 썰렁…오가는 사람 만나기 쉽지 않아

무인 버스 탑승을 마치고 나서 돌아본 슝안신구는 아직은 뭐랄까 백지장 같았다. 휴일 낮인데도 아파트 1개 단지를 통틀어서 사람이 사는 집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아파트 1층 상가 중에 영업 중인 가게는 차로 몇 분은 달려야 겨우 한 곳이 나올까 말까 할 정도였다.
롱청지역의 아파트 단지. 마치 유령도시 같은 느낌이다. / 사진 = MBN 촬영


벤처기업 입주를 목적으로 조성된 슝안시민복무센터(雄安市民服务中心)를 가 봐도 상황은 비슷했다. 어디를 둘러봐도 빈 사무실뿐이었다. 식당 몇 곳과 은행은 영업 중이었지만, 정작 방문하는 손님들이 거의 없는 지경이었다.

슝안신구 개발 목적은?…미국 견제와 시진핑 주석만의 이정표 세우기

시진핑 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슝안신구를 언급했다. 시 주석은 “슝안신구도 굵직한 성장을 이어가고…중국 경제가 풍랑 속에서도 탄탄하게 다져졌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중국이 슝안신구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미국과의 패권 다툼, 그리고 시진핑 주석만의 이정표 만들기가 그것이다.

중국은 슝안신구를 ‘스마트, 친환경, 혁신’ 3대 키워드 아래 IT와 생명과학, 친환경에너지, 신소재 등 첨단 산업의 중심지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미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슝안신구는 선봉장을 맡는다는 뜻이다.

개방 1번지 선전‧경제수도 상하이…그다음은 슝안신구?

어쩌면 더 중요한 건 시진핑 주석만의 이정표일 것이다. 덩샤오핑 전 주석은 1980년대 선전 경제특구를 만들어 경제발전의 기틀을 잡았고, 장쩌민 전 주석은 1990년대 경제수도 상하이의 푸둥신구를 개발해 고속 성장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다.
고층빌딩들이 즐비한 선전 중심상업지구 전경. / 사진 = MBN 촬영


이제 3연임과 1인 집권 체제를 다진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자신만의 이정표를 세워야 할 필요성을 느낀 건 아닐까 생각된다. 기왕이면 그것이 중국의 경제발전에도 도움이 되면 더 좋을 것이고. 그렇게 나타난 게 슝안신구일 것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는 공공연하게 “80년대는 선전을 보고, 90년대는 푸둥을 보라는 말처럼 21세기에는 슝안을 보아야 한다”는 말이 들리고 있다.

상하이 둥팡밍주(東方明珠) 전망대에서 바라본 푸둥(浦東)신구. / 사진 = MBN 촬영


주목할 점은 슝안신구의 완공 시점이 2035년이라는 것이다. 시 주석은 2035년을 ‘사회주의 현대화 달성’의 해로 선언한 바 있다. 두 시점이 겹치는 것은 결국 시 주석이 슝안신구를 통해 자신이 강조한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달성의 목표를 이뤘다고 만천하에 선언하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또 그렇게 되면 2027년에 3번째 임기가 끝나는 시 주석이 4번째, 아니 5번째 5년 임기까지 채워야 한다는 걸 암시하는 바일 수도 있을 것이다.

윤석정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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