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박항서가 아니지?”...한국 축구감독 선임에 발끈한 이 나라 [신짜오 베트남]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2024. 3. 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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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신짜오 베트남-285] 한국은 박항서를 선택하지 않았다.

최근 베트남 언론이 쓴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선정 관련 기사제목입니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언론이 한국의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이 누구인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박항서라면 다릅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베트남 축구를 전성기에 올린 추앙받는 지도자이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언론은 한국 국가대표팀 임시사령탑으로 박항서 전 감독이 거론될 때부터 상당한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진행사항을 실시간 속보로 올리며 관심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월 27일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임시사령탑으로 황선홍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황 감독은 이달 21일과 26일 열리는 태국과의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에 대표팀을 이끌게 됩니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는 황 감독과 함께 박항서 감독, 최용수 전 강원FC 감독을 사령탑 후보군에 올려놓은 바 있습니다. 그 중 1순위로 황 감독이 낙점 받았고, 황 감독에게 먼저 국가대표팀 임시감독 의사를 타진했습니다. 이를 황 감독이 받아들여 임시감독 선정절차가 마무리 된 것입니다.

황 감독은 18일로 예정되어 있는 A대표팀 소집때부터 26일 태국 원정까지 A대표팀을 이끕니다. 황 감독은 이 기간 자신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올림픽대표팀 관련 일정은 기존 코칭스태프를 중심으로 소화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황 감독 선임을 본 베트남 언론과 네티즌들의 의견은 갈리는 양상입니다. 일단 박 감독을 선임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베트남 은행에 다니는 한 축구팬은 “적어도 태국을 상대하는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라면 박항서 감독만큼 풍부한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왜 한국이 박 감독을 감독자리에 앉히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태국을 바라보는 베트남 축구팬의 시선은 특별한 구석이 있습니다. 사실 오랫동안 동남아 축구의 맹주는 태국이었습니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뒤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주요 동남아 대회에서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팀이 우승컵을 가져가면서 동남아 최고팀이 태국이 아니라 베트남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발전에 대해 베트남은 굉장히 뿌듯하고 자랑스러워 했습니다.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가장 잘 살고 축구도 잘하는 태국을 내심 경쟁상대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박 감독이 자리에서 내려오고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베트남팀을 맡게 되면서 상황이 다시 역전되었습니다. 박 감독 재임시절 베트남은 수년 동안 세계랭킹 100위 안에 랭크되며 동남아 랭킹 1위팀이라는 자리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피파랭킹에서 다시 동남아 1위 자리가 태국으로 넘어갔습니다. 베트남은 세계랭킹 101위인 태국에 이어 랭킹 105위로 떨어지면서 자존심을 구기고 말았습니다.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오른쪽 둘째)이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을 이끌고 한국에게 패배한 직후 손흥민 선수(오른쪽)에게 인사하고 있다. <VN익스프레스>
그래서 일부 베트남 팬들은 박 감독이 한국 지휘봉을 이끌고 태국을 격파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태국이 한국에게 패배해 랭킹이 떨어지면 베트남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랭킹공학’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베트남을 상징하던 박항서가 한국팀을 이끌고 태국을 상대해 대승을 거두는 것 자체가 ‘사이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이 박 전 감독을 한국팀 임시감독으로 선임하지 않은게 잘한 선택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베트남과 한국은 축구대표팀 성격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한 축구팬은 “박 전 감독은 수비벽을 단단히 쌓고 기회가 왔을때 벼락처럼 올라가는 전략으로 동남아 축구판을 제패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수준 선수를 여럿 보유한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같은 전술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분석합니다.

또 다른 축구팬은 “박 전 감독이 태국을 잘 아는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태국과 대등한 전력인 베트남을 이끌고 세운 전략을 한국팀에 그대로 이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여러 의견이 나오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침체된 팀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태국을 상대로 최대한 대승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박 감독이 태국을 상대로 압승하며 베트남 국민을 대리만족시키는 시나리오는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라면 상당수 베트남 축구팬이 한국과 태국과의 경기를 관심있게 지켜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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