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한미연합연습 시작…북 도발하나?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2020년 북한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경을 폐쇄하자, 평양에 공관을 운영하던 서방 국가들과 유엔 기구 직원들이 모두 북한을 떠났는데요.
그런데 지난달 하순 독일 외무부 대표단이 폐쇄 중인 대사관 부지의 점검 차 북한을 방문했고 영국과 스웨덴, 스위스도 평양 방문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평양 주재 유엔 상주조정관의 북한 입국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북한이 외교 문호를 서방과 유엔으로 다변화하려는 것 아닌가, 이런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형제국이라던 쿠바가 우라나라와 수교를 하면서 외교적으로 더욱 위축됐을 북한.
대응을 위해 대외 활동 확대를 선택했을 가능성은 커 보입니다.
3월 둘째 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한미 군 당국이 매년 실시하는 연합연습이죠.
자유의 방패 연습이 지난 4일부터 시작됐습니다.
특히 이번 연습은 북한의 변화하는 위협과 안보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야외 기동훈련을 지난해보다 2배 넘게 늘리기도 했는데요.
그러자 북한은 곧바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최근 주로 민생 행보에 주력하던 김정은 위원장도 군 기지를 찾아가서 또다시 ‘전쟁 준비’를 강조했습니다.
이번 주 <이슈 앤 한반도>, 자유의 방패 연습 소식부터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여의도 KBS 앞에 정체 모를 드론이 등장하고, 거동이 수상한 남성들이 접근합니다.
군이 전파를 교란시켜 드론을 강제 착륙시키자, 이들은 총을 쏘며 KBS 안으로 들어가 인질극을 벌입니다.
["싹 다 죽는 꼴 보고 싶어?"]
결국 협상이 결렬되자 특수부대원들은 군견과 함께 헬기를 통해 방송국 안으로 진입하고, 다른 대원들은 유리문을 깨고 건물 안으로 진입해 인질들을 안전하게 구출해 냅니다.
‘자유의 방패’연습의 하나로 실시한 국가중요시설 테러 대응훈련입니다.
[전종상/중령/육군 52사단 영등포구대대장 : "국가 중요시설이 밀집된 지역에서 테러, 드론, 폭발 등 다중 위험 상황에 대해서 대응 체계를 확립할 수 있었고..."]
오는 14일까지 진행되는 자유의 방패 연습은 야외 기동훈련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연합전술 실사격은 물론 공대공 실사격과 폭격 훈련, 순항미사일 타격 훈련 등이 한반도 전역에서 펼쳐집니다.
호주, 영국 등 12개 유엔군사령부 회원국도 참가했고, 항공모함 등 미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반길주/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 "김정은이 작년부터 대사변을 운운하면서 한반도 전쟁 준비에 돌입하겠다고 한 상황이었거든요. 북한이 오판하지 못하도록 종용도 해야 되고 작전 수행 능력을 현시해서 억제력을 높일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되는 것이죠."]
북한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 담화/3월 5일 : "(한미 양국은) 자기들의 그릇된 선택이 가져올 안보 불안을 각일각 심각한 수준에서 체감하는 것으로써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일, 서부지구 중요 작전훈련 기지를 방문해 전쟁준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특히, 우리의 GP를 본뜬 듯한 건물에 전투원들이 침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직접 소총을 들고 사격하는 자세도 취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조선중앙TV/3월 7일 : "(적들의) 사소한 전쟁 도발 기도도 철저히 제압하며, 전쟁 준비 강화의 새로운 전성기를 힘 있게 열어나갈 데 대하여 특별히 강조하셨습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에도 각종 미사일 발사와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북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정대진/원주 한라대 교수 : "장사정포나 미사일 발사 같은 통상적인 대응 말고 자기들도 뭔가 필요성이 있고 실효를 거둘 수 있는 기술 테스트가 필요한 부분들이 있지 않습니까? 무인잠수정 실험이라든지. 아직은 여러 가지 개발하고 있는 단계에 있는 여러 무기들의 새로운 시험발사들을 할 가능성들은 아직 남아 있죠."]
국방부는 북한이 전쟁 기도를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만일 북한이 도발한다면 이른바 즉강끝 원칙에 따라 압도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한미연합연습은 지난 70년 간 대한민국 방위의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대표하는 상징이 됐습니다.
한미는 이 '연습'이 연례적이고, 방어적 성격이라고 설명해 왔지만, 북한은 북침 전쟁연습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습니다.
한미연합연습이 대체 뭐기에 북한은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지, 그간의 역사를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한미연합연습의 역사는 1954년 전쟁 직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초 한국전쟁 재발 상황을 가정해 북한군의 침략을 물리치고, 휴전선 근처에 비무장지대를 재설정하는 제한된 목표를 갖고 지휘소 연습을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1968년 북한군의 청와대 기습사건, 미 푸에블로호의 피랍사건 등을 거치며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자 연합연습도 더욱 긴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대한뉴스/1973년 1월 : "12년을 끌던 월남전쟁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이로써 이날부터 60일 안에 모든 미군과 그 밖의 외국군 철수와 포로 석방이 실시됩니다."]
1973년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패전하자, 한미 연합연습도 큰 전환기를 맞습니다.
대선 공약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내세웠던 미 카터 행정부가 들어서자 한미 방위 공약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겁니다.
결국 미국은 1976년,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른 북한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대규모 병력을 한미연합연습에 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원 병력 최대 30만 명, 훈련 기간만 약 두 달 이상.
세계 최대 규모의 압도적인 야외기동훈련, 팀 스피리트 훈련의 시작이었습니다.
팀 스피리트 훈련에 대응하느라 군사적, 경제적 타격을 심각하게 겪었던 북한은 훈련을 할 때마다 예민하게 반응하며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정대진/원주 한라대 교수 : "실제로 공포심이 있는 거죠. 만약 반대로 자본주의 체제가 무슨 양극화와 시장의 실패, 정부의 실패로 다 망하고 공산주의가 전 세계를 지금 지배하는 주류 이데올로기가 됐다 그랬을 때 만약에 북한과 중국과 구 소비에트가 살아있어서 소련과 이렇게 동해상에서 막 연합훈련을 벌이고 하면 우리가 느끼는 공포심이 굉장히 컸을 거예요."]
[반길주/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먼저 정권 안보 차원입니다. 연합훈련 자체가 북한 지도부와 군부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김정은 차원에서는 정권 안보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로 연결을 시키려고 할 수 있거든요."]
1993년, 팀 스피리트 훈련이 중단된 이후에도 한미연합연습은 정세에 따라 병력이나 장비를 조절하며 꾸준히 실시됐습니다.
2016년 상반기 ‘키리졸브’부터 적용된 ‘작전계획 5015’에는 적 수뇌부 제거 작전이 포함됐습니다.
북한 핵실험과 ICBM 도발이 잇따르던 2017년 한미연합연습 당시에는 북한군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실무장 폭격 훈련까지 실시했습니다.
[정대진/원주 한라대 교수 : "(미국 입장에선) 한국이 바다와 육지를 다 가지고 있잖아요. 그리고 해상 전력, 공중 전력, 그리고 육군들 종합적으로 다 연습을 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환경의 전장이라고 할까요. 연습의 장인 거고요."]
그 와중에 한미연합훈련이 연기되거나 중단된 사례도 있습니다.
[윤창로/국방부 대변인/1991년 1월 : "국방부는 정부의 결정에 따라 한미연합훈련인 92년도 팀 스피리트 훈련을 실시하지 않기로 하였으며..."]
1992년,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한미가 팀 스피리트 중단을 결정하자 북한은 곧바로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핵 사찰을 수용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후 약 1년 동안 6차례 사찰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찰 결과와 북한의 신고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미는 이듬해 훈련을 재개하기로 했고, 북미관계는 도리어 더 악화됐습니다.
[반길주/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 "당시 북한은 IAEA 안전 조치 협정을 가입을 했지만 사실 처음부터 준수할 의사가 없었습니다. 유화적 제스처를 보인 것은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서 시간을 벌어야 되는데 어떻게 시간을 벌 수 있을까라고 궁리 한 끝에 나온 사실 전략적 셈법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8년 첫 북미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돌발적으로 한미연합연습 중단을 발표했고, 이듬해까지 훈련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2018년 6월 : "우리는 연습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습니다. (전쟁 게임이란 말은) 내 용어고 내가 중단하자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연합훈련 재개 목소리가 커졌고, 2022년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한미연합연습을 부활시켰습니다.
2018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특사로 평양에 방문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은 한미연합연습을 이해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랬던 그가 한미연합연습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내부 통제와 도발의 정당성 확보가 종합적으로 작용했을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정대진/원주 한라대 교수 : "김정은 위원장도 북미 싱가포르 회담에서 아마 최대 치적을 국내 평양에 돌아가서는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시킨 것, 그걸 최대 치적으로 설명을 했을 거기 때문에 이 한미연합훈련이라고 하는 것을 내부 통치 기제로 활용하는 데 있어 김정은 위원장도 굉장히 그 효용성과 정치적 카드 의미를 잘 알고 있을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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