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번 굴려 다다른 '무위'의 추상...신화로 다가온 '추상'

이교준 2024. 3. 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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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추상회화에 대한 해외 미술계의 높은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상철 화백은 붓 대신 돌과 대나무 등으로 무위의 추상 미학을 추구하고, 신민주 작가는 그리고 지우길 반복하며 신화의 세계와 만납니다.

이교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수많은 선이 이리저리 흩어지고 뭉쳐져 미립자의 세계 같은 장면을 구현합니다.

물감 묻힌 돌을 천 번 넘게 굴리고, 화폭에 붓 대신 대나무를 후려쳐 남긴 흔적들입니다.

산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바위와 바람에 날리는 낙엽에서 영감을 얻어 태초의 회화로 돌아가려는 시도입니다.

[최상철 / 작가 : 인간이 그렸던 최초의 그림이 어떤 걸까를 늘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런 그림으로 돌아가야지만 그림의 힘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에 선보인 50여 점 작품은 화가로서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연스러움을 표현하려 애쓴 40여 년 예술 여정의 기록입니다.

팔순을 앞둔 작가는 스스로 만든 도구로 그리지 않아도 그려지는 무위의 미학을 향해 구도자적 수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시뻘건 불길과 뿌연 연기에 휩싸인 듯한 화폭엔 치열한 전장 같은 긴장감이 흐르고, 상처처럼 드러낸 밑그림과 거친 붓질이 남긴 강렬한 색채에선 생존의 본능이 뿜어져 나옵니다.

신민주 작가는 캔버스를 세워놓고 돌진하듯 뛰어들어 그날의 감각과 이미지들을 두터운 붓질로 쏟아내고 스퀴지로 힘차게 밀어냅니다.

[신민주 / 작가 : 우연성을 무서워하지 않고 그것들을 다 수용하고 그렇게 해서 작품을 계속 포기하지 않고 끝을 내는 거가 그 우연성을 끌어들이는 목적이죠.]

그리기와 지우길 반복하다 운명처럼 만난 추상 화면은 그리스 신화의 격정적 장면으로 다가옵니다.

미궁 같은 인생의 실타래를 풀듯 하루하루 붓과 물감으로 자신의 길을 헤쳐가며 관객들도 신화 같은 그림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찾길 바랍니다.

YTN 이교준입니다.

촬영기자 : 이현오 김정원

화면제공 : 백아트 서울

■ 전시 정보

최상철 개인전 <귀환>

2024년 2월 22일~3월 30일

백아트

신민주 개인전 <아리아드네의 실>

2024년 3월 6일~4월 13일

PKM 갤러리

YTN 이교준 (kyoj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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