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초읽기 들어간 K-배양육, 소비자 입맛 사로잡을 수 있을까

지영호 기자, 남미래 기자 2024. 3. 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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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K-배양육 시대 개막] ②식품 대기업·스타트업, 시장 공략 채비...합종연횡도 활발
[편집자주] 국내에서도 세포·미생물 배양 기술로 만든 배양육의 상용화 길이 열렸다. 소나 돼지를 키우지 않고 만들어 먹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아직은 낮선 새 먹거리가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속에서 우리의 식탁을 지킬 수 있을까. 배양육이 가져올 변화와 과제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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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에프가 개발한 배양육
실험실 고기 '배양육'(Cultured Meat)을 식품원료로 인정하는 기준을 정부가 고시함에 따라 미래식량산업에 뛰어든 식품기업과 스타트업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래 동력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직·간접적으로 개발에 참여해 온 기업들은 향후 시장변화에 주목하면서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높은 생산가격과 안전성, 소비자 신뢰 구축이라는 허들을 극복하는 것이 배양육 저변 확대를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새 먹거리 잡아라" 대상·풀무원 등 제품화 박차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배양육 연구에 가장 적극적인 식품 대기업은 대상그룹이다. 대상은 내년에 배양육을 만들어낼 배양 공정을 확보한다는 1차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배양육을 생산하기 위해선 우수한 배지(培地)가 필수적이다. 배지는 멸균 후 세포 등을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물질을 첨가시킨 용액이다. 배양육 상용화의 걸림돌 중 하나인 높은 생산원가도 배지 가격이 높은 영향이다. 대상은 배양육 상용화의 핵심으로 안전하면서 가격경쟁력이 있는 배지를 개발해 내년까지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배지 원료를 식품 사용가능 원료로 대체하는 연구를 우선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업계에서 가장 빠른 2021년 배양육 관련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하는 등 미래산업에 포석을 깔았다. 이듬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산업기술혁신사업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에 배양육 스타트업 스페이스에프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최종 선정됐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식품업계 첫 배양육 전담팀도 꾸렸다. 2022년 9월 대상그룹 식품연구소인 대상이노파크가 경기도 이천에서 서울 마곡으로 이전하면서 우수 인력 수급이 용이해지지자 내린 결정이다. 현재 MOU를 맺은 연구기관, 기업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체식품 브랜드 '지구식단'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풀무원도 내년 배양육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제품을 개발해 상품화한다는 목표다. 현재 배양육 원료에 대한 세포배양 안전성 실험을 스타트업 심플플래닛과 진행하고 있는데, 우선 GMP(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 시설을 통한 세포배양 대체식품 시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다른 식품기업들도 배양육 개발에 적극적이다. CJ제일제당, 롯데그룹(롯데중앙연구소), 농심 등은 2021년부터 배양육 전문 국·내외 스타트업과 손을 잡거나 지분투자 방식으로 배양육에 힘을 싣는다. 식품기업이 아닌 SK와 한화솔루션도 배양육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생산단가 낮추고 소비자 신뢰 관건
배양육이 식탁에 오르기 위해선 맛과 생산단가를 최소한 기존 육류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 여기에 소비자가 안전한 먹거리로 인식할 수 있도록 신뢰감을 쌓아야 하는 숙제도 있다.

우선 맛에서는 경쟁력이 있다. 콩 등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는 대체육에 비해 맛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동물에서 추출한 근육세포 등을 배양해 키우는 방식이라 일반 고기와 흡사하다. 일례로 스페이스에프가 식육 전문가와 유통기업 담당자를 대상으로 배양육 소시지, 햄버거 패티 등 시제품 시식회를 열었는데, 항목별 평균점수가 5점 만점에 4.6점을 받았다.

생산단가와 안전성은 점차 개선되는 과정이다. 일본 연구기관이 만든 배양육을 활용한 햄버거 패티 가격은 2013년 3000만엔이었지만 2021년 450엔까지 내려갔다. 국내에서도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한 기술개발이 한창이다. 심플플래닛이 배양육의 가장 큰 한계로 꼽히는 소태아혈청(FBS) 대신 유산균 기반 무혈청 배양액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FBS는 임신한 소를 도축해 추출하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높고 대량생산이 어려웠다.

정일두 심플플래닛 대표는 "FBS는 1리터당 60만원 수준인데 반해 유산균 기반 배양액은 리터당 1100원 수준"이라며 "다른 연구기관에 판매도 하고 있을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유전자변형생물(GMO, 유전자를 변형해 키운 농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기술도 있다. 김현철 스페이스에프 연구원은 "세계 최초로 돼지 배아줄기세포주를 개발했는데, 배아줄기세포주의 특징은 한번 확보하면 무한대로 증식한다"며 "때문에 유전자 변형 우려를 해소하는 동시에 대량생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직 맞닥뜨리지 않은 허들도 많다. 예컨대 축산농가나 시민단체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축산업계는 배양육 시장이 커지면 고기 소비가 줄어들 수 있는만큼 우선 표시기준을 문제삼을 공산이 크다. 이제 막 싹이 튼 대체육이 '육류 코너'에서 판매되는 것을 반대하는 게 대표적이다.

식품기업들은 배양육 시장 확장을 위해 추후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우선 공략할 전망이다. 배양육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 제도개선이 따라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배양육은 축산농가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이나 가축분뇨 등 환경문제부터 도축, 동물복지 등 윤리적 이슈에서 자유롭다"며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시장을 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남미래 기자 futu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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