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은 어떤 얼굴을 달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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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나의 차나는 자신의 오른쪽 차선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던 차의 왼쪽 뒷문을 들이받았다. 빈나의 차에 부딛힌 차는 오른족으로 기우뚱하는 듯하더니 그대로 직진했고, 빈나의 차는 그가 있는 힘을 다해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던 까닭에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그런데 그 부딪힌 차를 뒤따라오던 차가 제때 멈추지 못한 채 빈나의 차를 강하게 추돌했다. 그 충격으로 에어백이 터지고,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빈나의 발이 브레이크에서 떨어졌다. 차는 마치 급발진 차량처럼 왱소리를 내며 가드레일 쪽으로 돌진했고, 거기서 멈추지 못하며 가드레일을 뚫고 강변북로 구리 방향 차로로 떨어졌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 가까운 미래, 철학자 우빈나 박사는 콘퍼런스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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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나의 차나는 자신의 오른쪽 차선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던 차의 왼쪽 뒷문을 들이받았다. 빈나의 차에 부딛힌 차는 오른족으로 기우뚱하는 듯하더니 그대로 직진했고, 빈나의 차는 그가 있는 힘을 다해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던 까닭에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그런데 그 부딪힌 차를 뒤따라오던 차가 제때 멈추지 못한 채 빈나의 차를 강하게 추돌했다. 그 충격으로 에어백이 터지고,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빈나의 발이 브레이크에서 떨어졌다. 차는 마치 급발진 차량처럼 왱소리를 내며 가드레일 쪽으로 돌진했고, 거기서 멈추지 못하며 가드레일을 뚫고 강변북로 구리 방향 차로로 떨어졌다.”
소설의 주인공은 철학자 빈나인 동시에 몸피로봇 로댕이다. 빈나는 모두에게서 존경받는 철학자였지만 교통사고로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고 만다. 전신불수가 되면서 직장을 잃고 가족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며 그야말로 모두의 짐으로 전락하고 만다. 로댕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으로, 자신의 사명을 이해하고 사용자, 즉 ‘몸소’에게 헌신하고자 노력하지만 빈나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시련이 그들 앞을 가로막고 있다. 로댕을 납치하려는 산업스파이들도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그럼에도 빈나와 로댕은 쉽사리 굴하지 않는다. 둘은 서로 다르지만 한 몸으로 움직이는, 이른바 ‘둘한몸’으로서 서로 이해와 존중을 주고받는 친구가 돼 가는데....
작가는 소설에서 로봇 공학에 기초한 세세하고도 정교한 몸피로봇를 묘사하고, AI를 구성하는 데이터 알고리즘의 이론과 논리 체계, 양자컴퓨터의 원리를 명쾌하게 녹여낸다. 아울러 단순히 AI와 로봇에 대한 지식을 넘어서서 현재 AI업계가 놓치고 있는 여러 모순과 논제 역시 지적한다. AI 로봇에게 얼굴을 달아야 하는가? AI 로봇에게 자의식이 생겼을 때 자가 수리를 허용할 것인가? 로봇을 학대해도 되는가? AI가 자의식을 가지는 시대가 오면 그때 우리는 과연 AI의 주인으로서 똑바로 행동할 수 있을까?
다만, 작품은 AI와 인간관계의 미래에 대해서 너무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AI는 가치중립적이라고 하더라도, 돈이 된다면, 권력을 얻을 수 있다면, 인간들은 윤리 도덕이 없는 AI를 언제나 이용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일부 인간이 AI에게 비도덕이고 부정한 자의식을 심어주면서도 마치 도덕적이면서도 바른 자의식을 가진 것으로 교육시킨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미래는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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