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필리핀 남중국해 긴장 최고조…'장기전'에 美 등판하나[딥포커스]

박재하 기자 2024. 3. 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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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필리핀 '한치도 양보없다'며 서로 맹비난
"中, 필리핀 지치게 하는 전략…美 개입 가능성도"
5일(현지시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보급선에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 2024.03.05/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올해 벌써 세 번째 충돌했다.

이에 양국이 서로를 겨냥해 발언 수위를 높이며 '단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가운데, 필리핀과 "철통같은 동맹"을 거듭 강조한 미국이 분쟁이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8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자회견에서 필리핀을 겨냥해 남중국해에서 자국 주권을 수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부당한 도발에 맞서 법에 따라 우리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정당한 조처를 하겠다"라며 "신속하고 합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리핀의 동맹국인 미국을 겨냥해 "우리는 역외의 특정 국가들이 남중국해에서 도발하거나 편을 가로고 문제를 일으키지 말 것을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11일(현지시간) 필리핀과 중국이 연이틀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으면서 필리핀 정부가 당시 상황에 관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3.12.11/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이는 최근 남중국해에서 일어난 필리핀과의 충돌에 대한 대응이다.

앞서 지난 5일 중국 해안경비대 순찰선은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인근에서 보급 임무를 수행 중이던 필리핀 해경 선박과 충돌하며 물대포를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필리핀 선박이 파손되고 승무원 4명이 다쳤다. 중국은 "적법한 조치였다"라고 해명했지만 필리핀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중국 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해 항의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도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지난 7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호주 특별정상회의에서 "필리핀과 중국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라며 "우리의 주권은 신성하며 어떠한 방식으로도 타협하지 않겠다"라고 경고했다.

22일 (현지시간)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선과 필리핀 보급선이 충돌을 하고 있다. 2023.10.23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갈등이 격화한 시점은 2022년 마르코스 대통령의 취임 이후부터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친중 외교를 버리고 친미 노선으로 복귀했는데, 이를 중국이 문제 삼으며 필리핀과 거칠게 대립해 온 것이다.

실제로 필리핀은 미국과 군사협력 강화를 위해 기존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서 미군이 사용할 수 있는 군 기지를 4곳에서 9곳으로 늘렸다. 또 필리핀과 미국은 지난 2월 중국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겠다며 연내에 합동 해상 순찰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더해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충돌할 때마다 관련 사진이나 동영상 등 자료를 계속 직접 공개하며 중국의 국제적 고립을 유도해 태도 변화를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필리핀의 전략에도 중국 역시 한치도 물러나지 않고 갈등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고 SCPMP는 평가했다.

군사전문가인 콜린 코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SCMP에 중국의 전략이 "장기전으로 필리핀의 인내심과 재보급 역량을 서서히 소진시켜 결국 필리핀이 중국의 요구에 따드로록 강요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알베르토 카를로스 필리핀군 서부사령관은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서 중국 해경선과의 거듭된 충돌 사건으로 보급 임무를 수행할 선박이 부족하다고 호소한 바 있다.

5월 30일(현지시간) 미국 해군 구축함 정훈함과 캐나다 왕립 해군 호위함 HMCS 몬트리올이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2023.6 5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다만 필리핀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도 있어 중국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첸샹먀오 국립 남중국해연구소 세계해군연구센터 소장은 "중국이 외교적으로 필리핀을 설득하지 못하고 대립이 더 격화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중국은 딜레마에 빠졌다"라면서도 "미국이 중국과 충돌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일관되게 강조해 와 실제로 나설지는 미지수다"고 짚었다.

이때문에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두테르테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중국이 필리핀의 보급 임무를 허용한 것처럼 양국이 일종의 합의에 이르는 것이 거론된다.

첸 소장은 이런 합의가 "최선의 시나리오이자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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