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속 발암물질도 '등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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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면 꽤 자주 나오는 헤드라인입니다.
이 또한 국내 뉴스에서 발암물질로 다뤄지는 물질 중 하나죠.
뉴스와 인터넷에 언급되는 발암물질이 정말 암을 유발할까요.
식품 속 발암물질은 세계보건기구(WHO) 소속 국제암연구소(IARC)가 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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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품 속 발암물질, 위험할까?
‘○○ 식품에서 발암물질 검출!’, ‘○○ 식품, 리콜 절차 돌입’
뉴스를 보면 꽤 자주 나오는 헤드라인입니다. ‘발암물질’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큰 자극과 공포감을 주곤 합니다. 물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나 유럽식품안전청(EFSA)에서 지정한 검출한계를 넘어서면 문제가 됩니다. 그렇지만 가공 중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식품과 발암의 상관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경우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요.
한국인의 대표 반찬인 김치부터 청국장, 된장 등 각종 장류, 그리고 알코올 발효를 거친 주류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유독 발효음식과 각별합니다. 그런데 주류와 발효음식 속에는 ‘에틸카바메이트(Ethyl Carbamate)’라는 유해 물질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발효과정에서 에탄올과 카보닐기의 화학 반응으로 ‘자연 발생’하는 물질입니다. 제아무리 명망 있는 종갓집의 장독대에서도 청국장과 된장을 만들 때 에틸카바메이트를 피할 길은 없다는 뜻입니다.
바삭한 감자튀김도 생각해 봅시다. 뜨거운 기름에 가열한 튀김류에서는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가 검출됩니다. 이 또한 국내 뉴스에서 발암물질로 다뤄지는 물질 중 하나죠. 아미노산과 당을 약 120℃ 이상의 고온에서 가열했을 때 일어나는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에 의해 생성됩니다.
중요한 건 이 또한 고온 조리 시 조리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비의도적’ 물질이라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이 발암물질의 ‘생성을 막는 방법’ 대신 ‘저감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겁니다. 막을 수 없으니 최대한 줄이는 것만이 최선인 셈이죠.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죠. 뉴스와 인터넷에 언급되는 발암물질이 정말 암을 유발할까요.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입니다. 식품 속 발암물질은 세계보건기구(WHO) 소속 국제암연구소(IARC)가 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됩니다. 발암 위험도와 입증 여부에 따라 1군부터 4군까지 나눠집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중 우리가 발암물질이라 당당히 부를 수 있는 건 오로지 1군뿐이라는 겁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식품 속 1군 물질이라고 한다면 고기류나 훈제 어류에서 발생하는 ‘벤조피렌(Benzopyrene)’ 정도가 있겠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에틸카바메이트도 아크릴아마이드도 모두 2A군(발암 추정 물질)에 해당합니다.
2023년 여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아스파탐'은 어떨까요. IARC의 2B군 지정 소식에 뉴스'와 신문은 "아스파탐이 발암물질로 지정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뭔가 이상함을 눈치 채셨나요? 맞습니다. 2B군은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입니다.
아직 발암 기작과의 완전한 인과 관계가 설명되지 않아 추가적인 입증이 필요한 단계라는 뜻이죠. 그런데도 ‘발암물질’로 낙인을 찍는 건 정보 전달의 비약으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관련 업계에도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IARC의 리스트에 올랐다는 건 그 자체로 유해성이 입증된 것이기에 조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극소량의 유해 물질에 가슴 졸이기보단 검출 규격을 무사통과한 제품을 따져 한 끼를 즐기는 것이 좀 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요. 이와 함께 산업계는 제조 과정에서 유해 물질 발생을 줄이고, 언론은 정확한 정보만 과장없이 전달하려고 노력해야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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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기자 tae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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