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2 택한 북한대표 리영직 "어려운 도전하고 싶었다…지금 행복해"[인터뷰]
북한대표로 23경기 1골…FC안양 승격 위해 뛴다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북한 축구대표팀에서 활약했던 리영직(33)이 K리그2 무대를 누빈다. 그는 한국행을 택한 이유를 묻자 "가장 어려운 도전을 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리영직은 "한국에서의 생활에 만족한다"면서 "이 곳에서 한 몸을 다 바쳐 성과를 내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프로축구 K리그2 FC안양은 지난 7일 '재일교포 4세'이자 북한 대표팀 출신의 베테랑 미드필더인 리영직 영입을 발표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리영직은 2103년 도쿠시마 보르티브를 시작으로 도쿄 베르디,카마타마레 사누키, FC류큐 등 일본 하부리그에서 뛰었다. J리그 통산 기록은 261경기 20골8도움.
리영직은 북한 대표팀에서도 활약했다. 2014년 인천에서 열렸던 아시안게임 축구에서 은메달을 땄고, 2015·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도 인공기를 달고 출전했다.
2019년에는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렸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예선 남북전에 출전, 한국 대표팀과 직접 붙기도 했다.
흥미로운 이력의 소유자인 리영직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새로운 도전이 하고 싶었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것을 하고 싶었고, 경험하지 못했던 해외에서 뛰고 싶었다. 새로운 도전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도전을 선택해 성공하고 싶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해외 무대를 원했던 그에게 가장 어렵고도 낯선 도전은 다름 아닌 한국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직접 지내본 소감을 묻자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얻는 것도 많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이어 "한국 축구는 기술이 뛰어나고 수준이 높은데, K리그는 그런 특징이 만들어지는 좋은 무대다. 지금은 다른 말보다 K리그에 빨리 적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양 구단 관계자는 "리영직은 성격도 활발하고 팀 동료들과의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리영직은 따로 한국어를 더 배우고 있다. 그만큼 적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리영직은 한국 축구뿐 아니라 한국 생활에도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리영직은 "무엇보다 한국 음식이 아주 맛있다. 훈련 후 동료들과 경기장 근처에서 먹는 설렁탕도 최고다. 그 외에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다 맛있는 음식이 나온다. 일본에서 지낼 때 일본 사람들이 왜 한국 여행을 그리 많이 가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겠다"며 웃었다.
아울러 리영직의 시선에서는 언제든 열려 있는 수많은 카페 역시 인상적이었다. 그는 "커피를 좋아하는데, 한국에는 커피를 파는 가게가 아주 많다. 또한 일본과 달리 언제나 열려 있어 훈련 전 아침 일찍 개인 운동을 할 때에도 커피를 마실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며 웃었다.
리영직은 2019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전 당시 한국과 북한 선수들이 신경전을 벌였을 때, 북한 선수 중 유일하게 싸움을 말린 선수로 알려져 있다.
0-0 무승부로 종료됐던 당시 경기는 무관중으로 치러졌고, 국내에는 라이브 중계는 물론 풀타임 영상도 제공되지 않아 아직도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모른다.
리영직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내가 양 측의 싸움을 말렸던 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당시 상황이 일반적인 경기보다 더 격렬하지는 않았다. 축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경전이었다"고 해명했다.
리영직은 한국 무대에서 뛰면서 만나고 싶은 얼굴들도 많다. 우선 북한 대표팀 동료이자 '절친'인 안병준(34·부산)이 1순위다.
그는 "(안)병준이와는 아주 가까운 사이다. 이번에 한국행을 택할 때에도 이것저것 자세히 물어봤고 그 전에도 병준이의 K리그 기록을 자주 살폈다"면서 "병준이가 '빨리 오라'고 하더라"고 둘의 대화를 전했다.
한국 선수들 중에도 만남을 조우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김진수(32·전북)와 오재석(34·대전)이다.
리영직은 "김진수와 오재석은 J리그에서 함께 뛰어서 잘 알고 있다. 특히 김진수와는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언젠가는 한국에서 이들과도 겨뤄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베테랑 리영직을 품은 안양은 올해 창단 첫 승격에 도전한다. 2022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좌절하는 등 매번 고비를 넘지 못했던 안양은 리영직이 팀의 중심을 잡고 2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리영직은 "아직 안양이 한 번도 승격하지 못했던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번에 내가 와서 승격한다면 역사에 더 의미있는 이름을 새기는 것"이라면서 "앞서 가장 어려운 도전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안양을 위해 몸 다 바쳐서 뛰고 팀이 승격한다면, 나의 '가장 어려운 도전'은 성공하는 것"이라며 결의에 찬 포부를 전했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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