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숨은 그림 찾기 '별자리'는 점선 잇기 놀이
“아빠, 하늘에서 별이 쏟아져요!”
2023년 12월 어느 저녁 필자는 용암을 볼 수 있다는 하와이 화산공원을 향해 초등학생 아들과 단둘이 떠났습니다. 주변이 어두워 정작 용암을 보진 못했지만 바깥 공기를 마시려고 고개를 든 순간 쏟아지는 별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 별자리는 점선 잇기 놀이
태어나서 그렇게 별이 많은 하늘을 본 건 처음이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주변에 빛이라곤 없는 한적한 곳에서 한참 집중해야만 은하수가 보이는데 여긴 가로등이 근처에 있었는데도 하늘을 보자마자 은하수가 선명하게 제 눈앞에 펼쳐졌어요.
수많은 별 중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별자리를 만들어 냈을까요. 학교에서 점선 잇기 놀이를 해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점선 잇기 놀이에 쓰이는 종이에는 여러 점이 찍혀 있고 점 옆에는 1부터 시작하는 숫자가 하나씩 적혀 있지요. 점과 점을 선으로 연결하는데, 처음에는 1에서 2로, 다음엔 3으로 순서에 맞게 선을 잇는 놀이예요. 제대로 순서를 지켜 선을 다 그으면, 숨겨져 있던 그림이 나타납니다.
별자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밤하늘에 있는 수많은 별은 마치 숫자가 제대로 적혀 있지 않은 점선 잇기의 점과 같아요. 밝은 별은 사람의 눈에 더 잘 띄고 그 덕에 별자리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점선 잇기를 반드시 같은 방법으로 그릴 필요는 없어요. 서로 다른 나라와 문화에서는 별자리를 조금씩 다르게 정하기도 하거든요.
1월과 4월 사이에 잘 보이는 오리온자리를 예로 들어볼까요. 오리온자리 중 가장 밝은 별은 베텔게우스인데 이 별은 겨울에 가장 눈에 띄는 세 별, 흔히 ‘겨울의 대삼각형’이라고 불리는 별 중 하나이기도 해요. 오리온자리는 베텔게우스를 오른쪽 어깨로 해서, 오른손은 커다란 몽둥이를 위로 치켜들고 왼손은 커다란 방패를 들고 허리에는 허리띠를 차고 있는 용사의 모습을 하고 있지요.
똑같은 하늘을 두고 동양에서는 어떻게 점선을 이었을까요. 약 300년 전 중국에서 만들어진 책 '고금도서집성'에 기록된 ‘삼수’라는 별자리를 보세요. 삼수의 모양을 잘 살피면 왼팔과 오른팔, 방패와 몽둥이, 머리가 없어요. 이처럼 서로 다른 나라와 문화에서 만든 별자리는 차이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별을 바라보는 각양각색의 시선
사람들은 언제부터 별자리를 만들었을까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수천 년도 훨씬 전부터 사람들은 특정한 별을 중요하게 여기고 이야기를 붙이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만 해도 청동기 시대의 무덤인 고인돌에 사람이 뚫은 별자리 모양 구멍이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옛날부터 중요한 별을 찾아내 별자리로 만들었다는 뜻이겠죠.
별자리의 첫 기록은 지금으로부터 약 2700년 전에 고대 바빌로니아 문명에서 만들어졌어요. 물아핀이라는 진흙판은 현재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있는데 여기에는 66개나 되는 별과 그에 관한 이름, 특징 등이 적혀 있어요.
그뿐 아니라 별 또는 별자리가 당시 신화에 등장하는 신 중 누구와 관련되어 있는지 하늘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날 때 인간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신탁도 적혀 있지요. 이 바빌로니아 별자리가 이후 고대 그리스로 넘어와 조금 바뀌어 오늘날 우리가 쓰는 별자리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현재 표준으로 쓰이는 88개의 별자리는 1922년 로마에서 열린 최초의 국제천문연맹 총회에서 정해졌어요.
빈 점선 잇기 놀이판 같은 밤하늘에서 별자리라는 선을 찾아낸 것은 옛사람들이 가진 관점이 아닐까요. 이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사람은 이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호기심으로 발견해 낸 그 관점 말이죠. 그러고 보니 관점을 바꾸면 꼭 밝은 별을 점선으로 이을 필요도 없겠습니다. 실제로 호주 원주민들은 밤하늘에서 밝은 별보다는 오히려 어두운 부분을 찾아내서 '하늘의 에뮤'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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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과학동아 3월 1일, [우주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천문학자] 밤하늘의 숨은 그림 찾기? 별자리
[홍성욱 한국천문연 선임연구원,박동현 기자 none@donga.com,idea10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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