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판다와 함께한 1352일…이젠 안녕 '푸바오'

송광호 2024. 3. 9. 08: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만볼트의 전류가 몸 안에 들어오면 이런 짜릿한 기분일까. 동물원에 근무하며 수많은 동물의 탄생을 지켜봤다. 그러나 이렇게 긴장하거나 감정에 휩쓸린 건 처음이었다."

판다의 가임기는 1년에 2~3일.

그리고 120일이 지나자 푸바오는 마침내 첫걸음마를 내디뎠다.

1천3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강 사육사는 늘 푸바오와 함께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철원 사육사 신간 '나는 행복한 푸바오 할부지입니다'
강철원 사육사와 푸바오 [시공사 제공. ⓒ에버랜드.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1만볼트의 전류가 몸 안에 들어오면 이런 짜릿한 기분일까. 동물원에 근무하며 수많은 동물의 탄생을 지켜봤다. 그러나 이렇게 긴장하거나 감정에 휩쓸린 건 처음이었다."

2020년 7월20일 21시49분. 우렁찬 새끼 판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강철원 사육사는 짙은 감정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이바오가 첫 성숙 행동을 보인 지 3년 만에 분만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판다의 가임기는 1년에 2~3일. 철저하게 단독생활을 하다가 짝짓기 기간에만 만나니 임신이 잘되지 않았다. 실패가 잇따르자 강 사육사는 중국까지 건너가 관련 노하우를 배웠다. 그런 오랜 노력 끝에 판다가 국내에서 첫 탄생 했으니 기쁨의 크기는 실로 가늠하기 어려웠다.

생후 100일된 아기판다 푸바오 [에버랜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그러나 기쁨도 잠시. 밀려드는 '일복'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새끼 판다를 키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강 사육사는 3개월간 거의 24시간 '현장'을 지켰다. 판다는 생후 1개월간 체온 등을 홀로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또한 새끼가 젖을 잘 빨아 먹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인공포유에 늘 대비해야 했다. 무엇보다 197g의 미숙아가 120㎏에 달하는 엄마에 깔릴 가능성도 있었다. 사육사들이 '금이야 옥이야' 키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피곤한 나날들이었지만 판다의 변화상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은 그에게 행복감을 안겨줬다. 태어난 지 30일 정도 되니 흑백 윤곽선이 생겼다. 40일이 지나선 스스로 소변을 배설할 수 있었고, 50일에는 엎드린 상태에서 기어 다닐 수 있었다. 75일에는 앞발을 딛고 세웠다. 100일에는 스스로 앉았다. 그리고 120일이 지나자 푸바오는 마침내 첫걸음마를 내디뎠다.

"지켜보던 내 눈은 어느새 촉촉해졌다. 아이의 첫걸음마를 응원하며 아이를 향해 양팔을 벌리고 손짓해 본 경험이 있다면 이 장면이 얼마나 감동적일지, 얼마나 행복으로 심장이 방망이질하는지 알 것이다."

강철원 사육사와 푸바오 [시공사 제공. ⓒ에버랜드. 재판매 및 DB금지]

아이나 동물을 키우다 보면 세월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빨리 지나가기 마련이다. 강 사육사도 그랬다. 아기였을 때 지독한 응가 냄새를 풍기곤 했던 푸바오는 첫돌을 맞으며 몸무게가 40㎏으로 자랐고, 어느새 나무타기의 고수가 돼 있었으며 식탐의 포로가 돼 대나무를 능숙하게 훔칠 수도 있었다. 그렇게 자라면서 1천일이 되자 98.4㎏까지 커진 그녀는 이제 쌍둥이 동생까지 보게 됐다.

유채꽃 받는 푸바오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출간된 '나는 행복한 푸바오 할부지입니다'는 푸바오의 탄생 비화부터 현재 모습까지를 담은 에세이다. '푸바오 할부지' 강철원 사육사가 푸바오를 키우며 겪었던 여러 사건과 그로 인해 발생한 복잡한 감정들을 책에 담았다.

1천3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강 사육사는 늘 푸바오와 함께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푸바오는 그의 삶의 한 부분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스무날 남짓이 지나면 푸바오는 강 사육사의 품을 떠나 중국으로 간다. 언젠가 중국에 가서 볼 수도 있지만, 못 볼 가능성도 있다. 동물은 자라면 가족 품을 떠나는 게 정해진 삶의 경로. 자식을 떠나보내는 것처럼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어디서든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만은 확고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푸바오는 어디에서든 아이바오와 러바오처럼 자신만의 판생(판다의 생)을 눈부시게 살아 내리라 믿는다. 잠시 헤어지지만, 푸바오도 나도 눈물을 보이진 않을 것이다."

시공사. 340쪽.

[시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buff27@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