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사이언스] 영화 '듄' 속 물 재활용, 우주인에게는 실제 상황

나확진 2024. 3.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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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소변도 식수로 변환…ISS에서는 98% 수분 재활용
송우철 교수 등 지난해 사막 대기서 물 수확 연구 발표하기도
영화 '듄' 주인공을 맡은 티모테 샬라메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티모테 샬라메가 주연한 공상과학(SF) 영화 '듄: 파트2'가 국내에서도 100만 관객을 모으며 주목받고 있다.

SF 장르 가운데에서도 '우주 활극'에 해당하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여서 엄밀한 과학적 법칙에 기반하기보다는 신화와 전설, 초월적인 힘과 관련된 내용이 근간을 이룬다고 할 수 있지만 과학 기술적 측면에서도 흥미를 끌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원작 소설이 미국 작가 프랭크 허버트가 1960년대부터 쓴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60여년이 지난 오늘의 과학기술에 비춰봐도 놀라운 통찰력에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지표면에 물이 없이 전체가 사막인 행성 아라키스(듄·모래언덕)에서 생활하는 원주민 프레멘의 물 재활용 기술을 들 수 있다.

설정상 한 방울의 물도 소중한 지역이기에 프레멘이 입는 사막복은 땀, 소변 등 신체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분을 옷 자체에서 재처리해 식수 등으로 재활용한다.

실제 지구상에서는 사막지역이라도 외부의 물을 들고 갈 수 있기에 이 정도까지 극한의 물 재활용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외부에서 물을 공급받기 어려운 우주정거장에서는 프레멘 수준의 물 재활용이 현재도 이뤄지고 있다.

9일 최기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지구 저궤도에 속하는 400km 상공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우주인의 소변이나 땀을 포함해 정거장 내부에서 발생하거나 사용된 물이 현재 98% 정도 재처리돼 식수나 생활용수 등으로 재활용된다.

1998년 궤도에 진입한 ISS는 초기에는 필요한 물을 모두 가져갔지만, 10년쯤 지난 이후부터 물 재처리를 시작해 재처리 비율을 점점 높여갔다. 수개월에 한 번씩 보급선이 음용수 등을 공급하지만, 연간 6천ℓ 정도의 물이 사용되는 상황에서 보급선 도킹이 실패하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물 재처리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한다. 물론 비상용으로 물 2천ℓ 정도는 항상 비치한다.

재처리 대상은 ISS 내부에서 사용된 물이나 발생한 수분 대부분으로, 우주인의 몸에서 배출된 땀, 소변, 샤워실이나 화장실에서 사용된 물 모두가 재처리돼 재사용된다. 실험용 동물이 배출한 소변 역시 마찬가지다.

우주인이 배출한 땀이 공기 중에 흡수돼 적정 습도를 넘으면 공기 순환 장치를 통해 수분을 모아 거른 뒤 정화한다. 소변으로 모인 수분도 마찬가지다.

소변을 재활용한 물을 ISS의 우주인들이 처음 마신 것은 2009년 5월이다. 당시 미국 우주인 마이클 배럿은 "맛이 훌륭하다. 마실 만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방식으로 정화된 물을 미국 우주인은 모두 식수로도 사용하지만, 러시아 우주인은 소변으로 배출된 물은 식수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도 2016년 ISS의 자국 실험동인 '키보'에서 소변을 음용수로 정수처리 하는 기술을 실험했다.

일본우주항공개발기구(JAXA)로부터 우주에서 소변을 음용수로 재생하는 수처리 장치 납품사업을 따낸 공업 용수처리 업체 구리타(栗田)공업은 약품이나 필터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만으로 물을 정화하는 수처리 장치를 JAXA와 공동 개발했다. 구리타공업은 당시 ISS에서 사용하는 미국제와 러시아제 수처리 장치에 비해 소비전력이 절반이고 설치 면적과 무게도 4분의 1로 줄였다고 소개했다.

중국도 2021년 톈궁(天宮) 우주정거장 핵심 모듈인 톈허(天和)에서 우주인 3명이 약 3주간 66ℓ의 소변을 재활용해 식수와 생활용수 등으로 사용했다.

영화 '듄: 파트 2' 속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듄에는 사막의 공기 중에서 수분을 채집하는 도구 '윈드 트랩'도 나온다. 소설에서는 일종의 특수 플라스틱을 밤사이 차갑게 유지했다가 새벽에 맺힌 이슬을 모으는 장치로 설명된다.

윈드트랩과 같이 사막의 대기 중 수분을 모으는 장치는 현재도 비슷한 형태의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지난해 7월 포항공대(포스텍) 환경공학부 송우철 교수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화학과 오마르 음완네스 야기 교수 공동 연구팀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대기 중 수분에서 물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워터'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가 결합해 1∼2나노미터(㎚) 크기인 매우 작은 구멍을 포함한 다공성 물질 MOF(metal-organic framework)를 대기 중 수분을 모으는 흡착제로 사용, 밤에는 대기 중 수분을 흡수하고 낮에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흡수한 수분을 액체로 모으는 수확기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낮에는 섭씨 57도를 웃돌고 상대습도가 7% 이하로 건조한 미국 데스밸리 사막에서 실험한 결과 MOF 1㎏당 하루 최대 물 210g을 생산했다며 이는 종래 개발된 수확기가 생산한 물의 양과 비교해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특히 다른 에너지원이나 외부 전력 공급원 없이 순수하게 태양에너지로 물을 생산할 수 있었다는 점에 의의를 뒀다.

송우철 교수는 당시 연구 결과에 대해 "환경문제와 맞물려 심화하는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기술 잠재력을 확인했다"며 "전 세계 어디든 지형과 기후조건에 상관없이 수자원 확보가 가능해 지속 가능한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OF 물 수확기의 작동원리(왼쪽)와 데스밸리 사막에서 진행한 실험 사진 [포항공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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