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Replay] '출산지원금 세금 논란' 종지부…파격을 택한 '기재부'

세종=유재희 기자 2024. 3. 9.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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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희의 이슈 Replay]
[편집자주] 지난 한 주 동안 우리 경제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머니투데이가 꼭 알아야 할 '핵심 이슈'만 선별해 알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서울=뉴스1)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요 시중은행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외환시장 구조개선' 관련 준비상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4.3.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부영그룹의 1억원 출산지원금으로 촉발된 세금 논란이 한 달 만에 일단락됐습니다. 정부는 고민 끝에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전액 비과세하기로 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대책을 올해 7월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지난달 5일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자녀 70명에게 1억원씩 지급했습니다. 문제는 지원금을 받는 직원들의 세금부담이 커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부영이 출산지원금을 인건비 지급이 아닌 증여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연봉 수준에 따라 근로자가 출산지원금을 지원받고 소득세를 많게는 2000만원 수준 물어야 합니다. 연봉에 출산지원금까지 포함하면 일시적으로 소득이 늘어납니다. 과세표준이 오르면 소득세율이 치솟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과도한 세금 부담에 여론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尹 "지원방안 강구" 지시…1억 받아도 세금 0원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브리핑실에서 2023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재정 대응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날 세재실장을 비롯해 예산실장, 재정관리관, 경제정책국장, 국제금융국장, 행안부 지방재정국장, 교육부 교육자치협력안전국장이 동석했다.2023.9.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출산 지원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즉각 강구하라"

부영의 출산지원금 지급 이후 윤 대통령은 일주일 만에 이같은 발언을 내놓으며 사태 진화에 나섰습니다.

문제의 키를 쥔 건 기재부 세제실이었습니다. 내부적으로 검토를 한 결과 정정훈 세제실장은 기자들에게 "회사가 직원에게 현금·현물 등을 주면 그 명분이 출산장려금, 명절 수당 등 무엇이든 근로소득이라는 것이 대원칙"이라는 힌트를 줬습니다.

출산지원금은 부영이 선택한 증여가 아닌 근로소득이라는 기준을 제시한 것입니다.

이후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5일 민생토론회에서 대책을 내놨습니다. 기업들의 출산지원금 지급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전액 비과세'를 추진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부 계획대로 소득세법 개정만 이뤄진다면 출산 이후 2년 내 직장으로부터 지급받는 출산지원금(최대 2회)은 소득세를 물지 않게 됩니다. 올해 지급한 분부터 소급 적용됩니다. 가령 2021년 이후 출산한 아이를 가진 부모는 세제혜택을 챙길 수 있습니다.

일시적 소득에 한도 없이 세금을 물리지 않는 건 처음입니다. 파격적 조치로 보여집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조세 대원칙이 저출산이란 국가적 문제에 물러서게 된 것입니다.

연봉 5000만원의 직장인이 1억원 지원금을 받게 된다면 기존에는 연봉(250만원)과 지원금(2500만원)을 포함해 총 275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했습니다. 기재부의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앞으로는 연봉(250만원) 부분만 납부하면 됩니다.
기업의 근로자 자녀·특수관계인 지급, 혜택 제외
이중근 회장이 5일 서울 중구 태평로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알리는 '부영그룹 2024 시무식'을 개최한 가운데 신년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임한별(머니S)

세제당국은 이러한 제도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안정장치도 뒀습니다. 기업들이 출산지원금을 줄 땐 공통된 지급기준이 필요합니다. 또 기업이 근로자가 아닌 자녀에게 줄 땐 증여세(최소 10%)를 매깁니다. 근로자 본인이 지원금을 받지 않고 자녀가 받으면 증여가 이뤄진다는 해석에서입니다.

아울러 기업이 지배주주의 특수관계인에게 출산지원금을 주는 경우 혜택을 주지 않습니다. 세법상 특수관계인에는 지배주주의 형제, 자매, 사촌 등이 들어갑니다. 오너의 특수관계인까지 세제 혜택을 적용하면 소규모 가족기업 등이 조세회피에 악용할 수 있단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이미 증여 형태로 자녀에게 지원금을 준 부영의 사례에도 관심이 갑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세금을 아끼기 위해선 자녀에게 지급한 지원금을 부모 또는 회사에 되돌려줘야 합니다.

현재 부모가 미성년 자녀에게 준 증여액은 10년 동안 2000만원까지만 비과세됩니다. 1억원을 받았다면 8000만원에 대해선 세금을 물어야 합니다.

반대로 근로소득으로 분류할 경우에는 소득세를 물지 않고 법인도 인건비 등 비용처리도 가능합니다. 기재부는 부영과 협의를 진행,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정부가 파격적 세제 혜택을 부여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출산장려금을 줄 수 있는 대기업, 중산층 근로자에게 세제 혜택이 쏠린단 비판입니다. 90%에 가까운 근로자가 중소기업에 다니는 상황에서 수천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할 여력이 있는 소수 대기업에만 혜택이 갈 수 있어서입니다.

결과적으론 상당수 기업으로부터 출산지원금을 유도하기 위해선 정부가 재정지원 등 추가대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출산지원금을 줄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의 경우에는 별도 재정지원 프로그램들이 있고 앞으로 추가로 필요한 시스템은 갖춰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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