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받고 싶어요, 어딜 가도”…70대 여성 청소노동자 이야기
[앵커]
어제(8일)는 UN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었습니다.
1908년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 벌인 투쟁을 기념하기 위해 처음 시작됐고, 우리도 법정 기념일로 정하고 있습니다.
12년째 '유리천장지수'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낮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을 견디며 한평생 청소 노동자로 일해온 7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최유경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청소 일을 시작한 건, 가족들 앞에 당당해지기 위해서였습니다.
[이OO/청소노동자/76살 : "시댁에는 뭘 해도 좀 많이 드리는 데 비해서 우리 친정은 내가 조금밖에 못 드리는 게 좀 마땅치 않더라고요. 아, 내가 직장 다니면 떳떳하게 양쪽 다 똑같이 해드려야겠다…."]
하지만 낮은 임금에 쉴 곳조차 없었고, 차별적 시선까지….
견디고, 참아내야 했습니다.
[하점순/청소노동자/76살 : "아침 일찍 와야 하고, 일요일도 나와서 일해야 하고, 보수도 없이. 그러니까 창피하기도 하고, 그 일하는 게 참 창피했어. 청소 일하는 게."]
지금은 세계적인 기업이 된 회사 본사건물부터, 종합병원, 대학교 등을 거치는 동안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OO/청소노동자/76살 : "김 부장이란 분이 있는데 그분이 좀 아줌마들을 무시하는 편이었죠. 노조가 활성화되고 나니까 아주머니들한테 대하는 태도도 굉장히 공손해졌어요. 그래서 아, 진짜로 목소리를 내는 게 당연하고…."]
손 내미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점순/청소노동자/76살 : "(관리자가) 개인 일을 시키고 그 보상을 안 해주는 거야. 그래서 그걸 학생들한테 얘기했어. 그러니까 학생들이 화가 나서 자기네들이 그걸 다 해주는 거야. 학생들 때문에 우리가 자존심이 좀 살았어요, 진짜."]
세월이 지나고 학교도 바뀌어, 학생들이 수업권을 침해하지 말라며 소송을 내기도 했지만, 원망보단 이해가 앞섭니다.
[하점순/청소노동자/76살 : "지금 (도와주던) 그런 학생들이 다 없어졌지. 다 졸업을 해버렸지. 아쉽다 하는 건 아니고 당연하다 생각이 들어. 학생들은 공부해야지."]
청소 일을 한 지 30년, 지금도 바라는 건 단 하나, '존중받는 삶'입니다.
[이OO/청소노동자/76살 : "대우를 받고 싶어요, 어딜 가도. 앞으로 뭐 (일을) 3시간을 하든 4시간을 하는 데를 구하더라도 좀 그런 쪽으로 구해졌으면 좋겠어요. 기도하고 있어요. 지금."]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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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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