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로 조롱·낙인찍기…법조계 "명예훼손·모욕죄 적용 가능"
"담합 유지하기 위한 압박" 공정거래법 적용 가능성도 열려 있어
[편집자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거나 쟁점이 되는 예민한 현안을 점검하는 고정물입니다. 확인·점검 사항 목록인 '체크리스트'를 만들 듯, 우리 사회의 과제들을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 의사와 의대생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전원 가능한 참의사 전공의 리스트'가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전국 70여 개 수련병원 의료현장을 떠나지 않은 전공의들의 소속 과와 과별 잔류 전공의 수로 보이는 정보가 기재됐다.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고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 명단이 인터넷에 유포되는 등 이들에 대한 비난이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집단행동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들에 대한 '낙인찍기'와 협박 등에 대해 경찰은 "구속 수사를 불사하겠다"고 경고를 한 상황인데요. 그렇다면 이러한 행위는 어떤 죄로 처벌을 받게 될까요?
전문가들은 이들의 행위에 대해 '명예훼손' 또는 '모욕' 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가능성도 열려 있습니다.
◇"구체적 명단 공개로 개인 특정"…명예훼손 가능성 있어
먼저 명예훼손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는 죄를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 형법 제307조 1항에 따르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특히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다면 같은 법에 근거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불특정 다수가 인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사실 또는 허위 사실을 적시해야만 합니다. 요컨대, '불특정 다수'와 '사실 적시' 여부가 핵심이죠.
전문가들은 특히 남아있는 전공의들의 구체적인 명단이 올라온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대표변호사는 "명단을 올린 것 자체만 봤을 때는 명예훼손 성립이 가능하다"면서 "특정성도 갖추고 있고, 인터넷상의 표현이 남아있는 의사들의 사회적 평판을 저해하려는 목적도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른바 '블랙리스트' 일부는 이름을 한 글자만 가려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스트에 적힌 사람이 누구인지 특정이 더 쉽기 때문에 처벌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지게 됩니다.
명예훼손보다는 모욕죄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해 사회적 평가를 해할 때 성립하는 범죄인데요. 형법 제311조에 따르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동찬 더프렌즈법률사무소 의료전문 대표변호사는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비난은 평판을 떨어트리는 것이 아닌 개인에 대한 비난에 가깝다"면서 "대상이 특정됐고 발언 내용에 욕설이 포함됐기 때문에 모욕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까다로운 업무방해죄…"위력 행사 여부가 핵심" 그렇다면 '업무방해죄'는 적용이 가능할까요?
형법 제314조에 따르면 폭력 등 위력을 행사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으로 다른 사람의 업무를 방해할 경우 '업무방해죄'에 해당합니다. 이를 위반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문가는 '위력' 행사 여부가 쟁점이라고 말합니다.
이동찬 변호사는 "업무방해 자체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변호사는 "위력의 경우 다수의 힘을 모아서 시위하는 것도 위력으로 꼽힐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즉, 단순히 폭력과 같은 유형의 힘뿐만 아니라 정신적 압박 등과 같은 무형의 압력도 위력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그러나 온라인상에서 의사들의 행위를 위력으로 볼 수 있을지는 까다롭다고 설명합니다. 김 변호사는 "실제로 당사자가 고소하는 등 민사상 문제가 될 순 있지만 이를 형사 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의사들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해 정당행위로 인정받아 위법하지 않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의사들의 행위는 결국 담합을 유지하기 위해서 병원에 남은 의사들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로도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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