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실명 질환’ 녹내장, 고도 근시·가족력 있는 젊은이도 안심 못해
40세 넘으면 1년에 한 번 정도 눈 정기 검사 받아야
매년 3월 둘째 주는 ‘녹내장’ 조기 발견을 위한 정기검진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세계녹내장협회(WGA)와 세계녹내장환자협회(WGPA)에서 지정한 ‘세계 녹내장 주간’이다. 3대 실명 질환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녹내장은 어떤 병일까.
◇실명 3대 원인 질환인 녹내장
녹내장은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 장애가 생겨 시신경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당뇨병성망막증’ ‘황반변성’과 함께 실명을 일으킬 수 있는 3대 안과 질환으로 꼽힌다.
시신경은 망막에서 감지된 시각 정보를 눈 뒤편의 작은 통로를 통해 뇌로 전달하는 기관을 뜻한다. 그러나 녹내장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어 알아차리기 어렵고 실명에 이를 때에야 시야가 흐릿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90%가량 실명을 막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국내 녹내장 환자 수는 2021년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다. 환자들은 대부분 고령자가 많지만 스마트폰 이용 증가와 고도 근시‧당뇨병 등의 영향으로 젊은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김용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은 일단 악화되면 치료를 받더라도 시야와 시력을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녹내장이 발병하면 무조건 실명하는 것으로 많이 오해하지만 조기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실명하지 않는다”고 했다.
녹내장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안압 상승과 노화가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높은 안압은 장기적으로 녹내장이 발생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안압은 방수(房水)라는 액체에 의해 조절된다. 방수는 눈 형태를 유지하고 각막과 수정체에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계속 생성되며 배출구를 통해 빠져나간다. 이 방수 배출구에 이상이 생기면 방수의 생성과 배출의 불균형이 발생해 안압이 올라가게 된다.
특히 나이가 들어 점점 두꺼워진 수정체에 비해 눈의 용적이 작아 방수 배출구가 막히면, 안압이 올라갈 수 있다. 이 경우 중년 여성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진 ‘급성 폐쇄각 녹내장’을 유발한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극심한 통증과 함께 두통과 구역감을 동반하기 때문에 뇌질환과 착각하기 쉽고, 처치가 지연될 경우 단기간에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상 안압에서도 발병…정기 검사 필요
안압이 정상이라고 해서 녹내장에 안 걸리는 것은 아니다. 정상 안압은 일반적으로 10~21㎜Ηg지만 사람에 따라 안압이 정상 범위에 있어도 시신경 손상이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일본 등 동북아시아의 경우 안압이 높지 않아도 녹내장이 발생하는 환자, 즉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 비중이 높다. 정상 안압 녹내장은 안압 외에도 고혈압‧당뇨병 등과 같은 성인병이 위험 요인이다.
또 축성 근시로 안구 앞뒤가 길어지면 시신경이 당겨지면서 상대적으로 시신경이 더 얇아지고 구조적인 이상 발생률이 높아지면서 녹내장 발병 위험을 높인다.
김용찬 교수는 “이미 손상된 시신경 기능을 돌이키는 방법은 없으며 진행을 늦추는 정도만 치료가 가능하다”며 “녹내장은 조기 발견·치료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고, 정기검진으로 빨리 발견해 전문의에게 치료받아야 한다”고 했다.
녹내장 초기 증상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야 주변부부터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이런 증상은 점점 시야의 중심부로 확대돼 뿌연 안개처럼 보이다가, 말기에는 검게 보인다.
그러나 증상이 아주 천천히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에는 자각하기 어렵고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야 증상을 자각하게 된다.
특히 글씨를 읽는 등의 시력은 대부분 보존되기 때문에 쉽게 알기 어렵다. 따라서 눈이 아프고 침침하거나 초점을 맞추기 어려운 경우, 그리고 물체를 갑자기 놓치는 증상을 자주 경험한다면 바로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
◇가족력 있다면 정기적으로 안과 찾아야
녹내장 치료를 위해서는 안압을 떨어뜨려 시신경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시신경이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약물 치료를 진행한다. 급성인 경우 안압을 내리는 안약을 점안하고 안압강하제를 복용하는 등 신속한 처치가 필요하다.
만성일 때도 안압강하제 등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안압이 내려간 후에는 레이저 치료를 통해 눈 속 방수 순환을 돕고, 안압이 정상화된 후에는 시야 검사를 통해 시력 손상 여부를 확인한다. 약물이나 레이저 치료로도 안압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는다면 녹내장 수술을 진행한다.
김용찬 교수는 “40대 이상이거나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기저 질환이 있거나, 고도 근시·초고도 근시이거나, 녹내장 가족력이 있다면 1년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안과를 찾아 녹내장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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