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디단" 비비 효과?…이 노래 뜨자 거래액 5배 뛴 '할머니 간식'

지영호 기자 2024. 3. 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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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비비 '밤양갱' 뮤직비디오 유튜브 캡쳐
'흑화한 아이유'라는 별칭이 붙은 가수 비비의 신곡 '밤양갱'이 음원차트를 장기 집권하면서 크라운해태제과의 양갱 제품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영화 '설국열차' 흥행으로 주목받은 때보다 파급력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규모가 미미하지만 할매니얼 열풍에 올라탄다면 약과 인기를 이어받을 수 있단 기대감이 커진다.
음원차트 내려갈 줄 모르는 밤양갱... 양갱 판매 2~5배 증가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밤양갱' 음원이 공개된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6일까지 전국 편의점에서 해태제과의 '연양갱'은 전년동기 대비 최고 2배까지 팔렸다. 세븐일레븐이 100%, 이마트24가 78%, GS25는 37%, CU는 31% 등이다. 온라인에서도 인기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는 2월 양갱 거래액이 전년대비 5배 늘었다. 에이블리에선 크라운제과의 '밤양갱'을 주력으로 판매한다.

양갱의 인기는 설국열차 흥행 때보다 장기화할 전망이다. 비비의 밤양갱이 멜론, 지니, 플로, 바이브, 벅스 등 주요 음원차트에서 한달 가까이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숏츠, 유튜브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어서다.

설국열차가 개봉한 2013년 8월 초 양갱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최고 3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그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영화에 등장한 '단백질 블록'이 꼬리칸 승객이 먹는 바퀴벌레 원료 식량이다보니 부정적 이미지가 있었다. 당시 해태제과는 이미지 변질을 우려해 연양갱과 연결한 설국열차 감상평 게시글을 포털에 게시 중단시키기도 했다.

1957년 해태 연양갱 광고/사진제공=크라운해태
79년된 대한민국 1호 간식, 양갱 시장 장악
국내 가공식품 양갱시장의 80%를 해태제과 '연양갱'이, 나머지를 크라운제과 '밤양갱' 등이 차지하고 있다. 2004년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를 인수하면서 크라운해태그룹이 양갱시장을 장악한 형태다.

연양갱은 1945년 해태제과 설립과 함께 출시한 대한민국 1호 간식이다. 전통음식 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팥을 원료로 개발한 것이 시초다. 79년간 한번도 생산을 멈춘 적이 없다는 점도 기록이다. 6.25 전쟁 중에도 부산으로 솥과 보일러를 옮겨 생산을 이어갔을 정도다. 1970년 중반 시내버스 요금이 50환일 때 50~100환을 받았을 만큼 고가였지만 최고 간식으로 인기를 누렸다. 인라인스케이트, 등산, 마라톤 열풍이 분 2000년대엔 영양간식으로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밤양갱은 크라운제과가 1992년 출시한 제품이다. 밤양갱 외에도 '팥양갱', '짜먹는 양갱', '홍삼 양갱' 등이 있다. 약 15% 전후의 시장 점유율로 크게 두각을 보이지 않았지만 해태제과와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유리한 시장구도를 확보했다. 두 회사는 윤영달 크라운해태그룹 회장의 장남인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두라푸드로부터 양갱을 공급받고 있다.

해태제과 '연양갱'
크라운제과 '밤양갱'
매출 1% '영향 미미'...할매니얼 바람 변수
양갱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아직 크라운해태그룹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100억원 정도의 양갱 시장은 크라운해태그룹의 지난해 매출 1조355억원의 1%에 불과한 까닭이다.

주가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지주사인 크라운해태홀딩스의 주가는 음원이 공개된 지난달 13일 6170원이었지만 이날 기준 5880원에 머물러 있다. 해태제과식품 역시 같은기간 5340원에서 5420원으로 거의 변화가 없다.

양갱 시장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것도 기대감을 떨어트리는 요소다. 설국열차 흥행 전인 2012년 크라운해태의 양갱 매출은 240억원이었다. 현재는 10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다만 1020세대 중심으로 '할매니얼'(할머니 취향을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현상) 트랜드에 올라타면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약과는 2022년부터 인기를 끌면서 할매니얼 트랜드를 주도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긴 역사를 가진 양갱은 약과만큼 할매니얼 트랜드에 적합하다"며 "유행에 민감한 식품분야에서 충분히 트랜드를 주도할 가능성있는 제품군"이라고 말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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