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있는' MS의 마음을 훔친 남자…미국 AI 독주 저지할까 [월드콘]

김종훈 기자 2024. 3. 9.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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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AI 신성 '미스트랄' 저비용·고효율 전략으로 챗 GPT 맹추격…마크롱 대통령도 "천재" 극찬
[편집자주] 전세계에서 활약 중인 '월드' 클래스 유니'콘', 혹은 예비 유니콘 기업들을 뽑아 알려드리겠습니다. 세상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은 기술, 이런 생각도 가능하구나 싶은 비전과 철학을 가진 해외 스타트업들이 많습니다. 이중에서도 독자 여러분들이 듣도보도 못했을 기업들을 발굴해 격주로 소개합니다.

아서 멘쉬 미스트랄 AI CEO/AFPBBNews=뉴스1
오픈AI, 구글, 메타 등 미국 기업들이 지배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업계에 프랑스 스타트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주인공은 직원 34명, 자본금 5억 유로(7250억원)를 가진 '미스트랄 AI'. 강풍을 뜻하는 프랑스 단어에서 이름을 딴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설립 한 달 만에 제품 하나 없이 1억500만 유로(1523억원)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비용은 챗GPT의 5분의 1, 성능은 거의 동급
미스트랄의 강점은 AI 모델의 근원이 되는 소스를 공개한다는 것. 이를 공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외부 연구자들과 협업, 저예산으로 성능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게 창업자 아서 멘쉬의 설명이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멘쉬는 같은 날 출시한 AI 모델 '미스트랄 라지'를 교육하는 데 채 2000만 유로(290억원)가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챗GPT4 교육에 1억 달러(1325억원) 이상 들었다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최고경영자)의 발언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미스트랄 AI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미스트랄 라지 출시를 발표하면서 공개한 AI 모델별 대량언어이해능력 측정 그래프./사진=미스트랄 AI 홈페이지 갈무리

비용은 5분의 1 수준이나 성능은 턱 밑까지 따라왔다. 미스트랄 자료에 따르면 미스트랄 라지는 대량 언어이해 능력 평가에서 81.2%를 기록, 챗GPT4(86.4%)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오픈AI 대주주이기도 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곳에 1600만 달러(210억원) 투자와 함께 미스트랄 라지를 MS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에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오픈AI에 이어 미스트랄 지분까지 확보하는 것은 반독점법 위반 아니냐는 지적을 무릅쓰고 협력과 투자를 결정했다.

하나도 힘든 그랑제콜 2개 졸업한 천재, 구글에 실망하다
멘쉬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천재", "챔피언"이라고 추켜세울 정도로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멘쉬가 쌓은 커리어를 돌아보면 그럴 만하다. 멘쉬는 프랑스 최고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3대 그랑제콜 중 에콜 폴리테크니크,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 2곳을 졸업했다. 이 대학들은 수학, 컴퓨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자랑하는 곳이다.
아서 멘쉬 미스트랄 AI CEO가 지난해 11월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열린 AI 보안 서밋에 참석 중인 모습./로이터=뉴스1

멘쉬는 알파고로 유명한 구글 딥마인드에서 초기 언어처리모델(LLM) '친칠라' 연구논문에 주요 저자로 참여해 AI 개발의 초석을 다졌다. 구글의 차세대 LLM 제미나이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그러다 AI가 사업화됨에 따라 회사가 연구보다 경쟁과 실적을 중시하고 폐쇄적 운영으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면서 창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멘쉬는 WSJ 인터뷰에서 챗GPT 출시 후 구글이 오픈AI와 경쟁에 집착했던 당시를 회상하면서 "처음에 10명인 팀이 30명, 70명으로 늘어났다. 지나치게 관료화되기 직전에 (구글을) 떠났다"며 "빅테크 회사에서 불투명한 기술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멘쉬가 투명성을 우선 가치로 삼아 오픈소스 AI 개발을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픈소스 악용' 우려에 '천재'가 내놓은 대답은
오픈소스 AI 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개발 의도와 달리 핵, 생화학무기 대량 생산 등에 악용될 우려가 있어서다. 이런 우려에 대해 멘쉬는 지난달 26일 르몽드 인터뷰에서 "오픈소스는 AI를 안전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모든 연구자의 안전 통제 아래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날 AI 연구기관이 국가 안보를 침해하거나 허위 정보를 조장한다는 증거는 없다"며 "이런 가짜 뉴스의 확산이 AI 연구를 가로막는다"고 했다.
미국 주도 시장에 맞서 유럽의 AI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도 있다.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멘쉬는 미국 기업들이 AI 시장에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WSJ 인터뷰에서 "유럽에 빅테크 기업이 없다는 사실이 항상 아쉬웠다"며 "지금 우리에게 기회가 왔다고 본다"고 했다. 르몽드 인터뷰에서는 "현재 생성형 AI 모델은 미국, 영어 중심"이라며 "우리는 유럽국가 언어를 고수하고자 한다"고 했다.
거인들이 주름잡는 AI 업계, 체급 싸움이 관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모바일전시회 행사장에 도이치텔레콤AG 부스에 AI 관련 로고가 걸려있다./AFPBBNews=뉴스1
미스트랄 AI는 지난해 4월 창업 이후 8개월 만에 자본금 5억 유로, 기업가치 20억 유로(2조8900억원)를 달성했다. 그러나 기존 주자들과 비교하면 아직 체급이 모자라다. 오픈AI는 직원만 700명이 넘는 데다 MS에서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대고 있다. 오픈AI 출신들이 창업한 스타트업 앤트로픽은 아마존과 구글 등으로부터 7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미스트랄 AI가 저비용, 고효율을 앞세운다 해도 생성형 AI 개발을 계속하려면 자본을 꾸준히 수혈받아야 한다. AI 제품을 유통시킬 플랫폼도 필요하다. '유럽의 AI'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미스트랄 AI가 MS 투자를 승낙하게 된 이유다.

"MS 같은 거대 기업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은 없느냐"라는 르몽드 질문에 멘쉬는 "MS는 물론 다른 클라우드 업체도 이용할 것"이라며 "(클라우드 이용) 고객이 어떤 AI를 사용할지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미스트랄 AI 유통 플랫폼을 MS 외 다른 기업으로 다각화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자에게 AI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이 소수 기업에 의존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멘쉬는 이렇게 말한다. "AI는 기술 혁명이다. AI를 통하면 누구나 지식에 접근할 수 있다. 우리는 소규모 팀으로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오픈AI, 구글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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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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