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9일!] "와~ 이겼다"… 인간의 위대함 일깨운 '신의 한수'
바둑계는 이세돌의 승리를 예상했고 한국 누리꾼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뛰어난 AI라고 해도 무한대 경우의 수를 지닌 바둑에서 인간을 능가하기 힘들다는 것이 대부분의 예상이었다. 이세돌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제1국에서 총 186수가 바둑판을 메웠을 때 승부는 모두의 예상을 빗나갔다. 이세돌은 대국 3시간 반 만에 알파고에 항복을 선언했다. 모두 5경기를 치르기로 한 세기의 승부는 4승 1패를 거둔 알파고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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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국 중반으로 접어들며 흐름은 뒤집혔다. 딥마인드 직원 아자황의 손을 빌린 알파고는 예상을 벗어나는 수를 던지며 이세돌에 공격적으로 맞섰다. 이에 이세돌은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알파고는 1분~1분30초 만에 칼같이 수를 두며 심리전에서도 앞섰다. 당시 공식 해설을 맡았던 김성룡 9단은 "알파고는 1분30초 안에는 무조건 수를 둔다"며 "인간은 점점 판이 어려워지면 길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알파고는 그러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장고 끝에 수를 둬도 알파고가 1분 만에 다시 수를 둘 경우 인간은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며 심리적으로 동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이세돌은 대국 막판에 더 이상 승기가 보이지 않음을 인정하며 항복했다. 알파고는 이세돌을 상대로 186수 백 불계승을 거뒀다. 불계승은 상대가 계가하지 않고 기권해 승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후 알파고는 2국에서 211수 흑 불계승, 3국에서는 176수 백 불계승을 거두며 이세돌을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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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은 알파고의 다음 수를 예측하며 판을 복잡하게 끌고 갔고 알파고는 당황한 듯 악수를 연달아 두는 등 실수를 거듭했다. 이날 공식 해설을 맡았던 송태곤 9단은 "알파고가 렉(용량 및 처리능력 부족)이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알파고는 끝내 컴퓨터 스크린에 '기권'(resigns) 메시지를 띄우며 항복을 선언했다. '3연패'라는 부담감을 극복한 이세돌은 180수 백 불계승으로 값진 1승을 거머쥐었다. 승리를 확정한 순간 대국장에서는 AI를 이긴 인간 이세돌을 향한 환호와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날 대국 후 기자회견을 가진 이세돌은 "한 판을 이겼는데 이렇게 축하받아본 건 처음인 것 같다"며 "오히려 3패를 당하고 1승을 하니까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1승"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초반은 알파고가 우세했으나 이세돌의 묘수와 복잡한 형세로 이어지면서 알파고의 실수가 나왔다"며 "오늘 이세돌은 다시 한번 대단한 바둑기사임을 입증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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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최강자였던 이세돌을 알파고가 이겼을 때 우리 모두는 놀라움과 함께 큰 불안감을 느꼈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경제·산업계는 물론 정치권도 인공지능이 생활 속으로 성큼 다가왔다며 관련 대응책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제한 없이 발전할 AI가 만들 미래에 대한 우려와 기대는 7년이 흘러 지난해 챗GPT(GPT-3.5)의 등장으로 재연됐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열풍은 알파고가 이세돌과의 대국에서 압승했을 때보다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번에 등장한 챗GPT는 이세돌을 이긴 AI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그 능력이 가공할 만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당시 대국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알파고가 AI의 잠재능력을 깨닫게 해줬다면 이세돌은 인간 지성의 위대함을 일깨웠다"고 총평을 내놨다. 이세돌은 비록 패했지만 도전정신 등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감동을 줬다는 것이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슈퍼컴퓨터 1202대가 연결된 최신 알고리즘 기술의 AI를 순수한 인간의 능력만으로 제압한 데 의미가 크다. 특히 제4국에서 알파고를 무너뜨린 이세돌의 백 78수는 기계 앞에서 무력함을 느끼고 있던 인간에게 희망을 안긴 '신의 한 수'였다.
차화진 기자 hj.cha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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