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대지진 후 13년…끝나지 않은 재건, 멀기만한 원전 폐로

권진영 기자 2024. 3. 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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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떠난 이재민들, 타향서 정착…돌아가기 쉽지 않아
오염수 방류 시작했지만 관건 '폐로' 작업은 이제 시작…종료 기약 없어
일본 후쿠시마현이 기획한 동일본대지진 13주년 캔들나이트 홍보 사진 갈무리. (출처 : 후쿠시마현 페이스북) 2024.03.09/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1만571명의 목숨을 앗아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지, 하루 뒤면 어느덧 13년이다. 여전히 사라진 1215명의 행방은 알 수 없다.

후쿠시마현(県)을 비롯한 피해 지역에서는 재건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원전 폭발 여파로 거주가 제한됐던 지역에 내려진 피난 명령도 점차 해제되고 있다.

언젠가 돌아올 이들을 위한 조처들이지만 다른 지역으로 대피했던 이재민들의 귀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후쿠시마를 떠났던 이들의 삶의 궤적이 지난 13년 동안 너무나도 크게, 각자의 방식으로 변해버린 탓이다.

◇"피난 명령 해제, 너무 늦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직도 피난 명령이 해지되지 않은 반환 불가 지역은 309㎢. 7개 자치단체 토지 면적의 약 27%를 차지한다. 오쿠마정(町)·후타바정·나미에정·도미오카정 4개 마을에 귀향한 이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정된 공간은 4.6%에 해당하는 14.2㎢에 불과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주민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오쿠마시(市) 내 604가구 중 돌아오겠다는 의사를 밝힌 가구는 32.8%인 198가구가 전부다. 나머지 세 마을 역시 귀향 희망자 비율은 20~40% 수준이다. 어디까지나 희망자 조사이기 때문에 실제로 돌아오는 사람은 이보다도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정된 피난 구역이 아닌 곳에서도 방사선 피폭 등을 우려해 스스로 거주지를 떠난 '자주(自主) 피난자'들은 실태 파악 자체가 어렵다.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정의 한 폐가. 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피해로 지붕이 뚫리고 휘어졌다. 2023.02.15/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후카야 노보루 씨(71)는 "길 건너편 이웃집은 대피 명령이 해제됐다"며 "그들이 정말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가 살던 곳은 여전히 제한이 풀리지 않았다.

생활권으로 지정된 인근 부지에 집을 짓고 살 수도 있지만 가족들이 원하는 바는 아니다. 이미 타지에 집을 짓고 사는 사이, 손자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아내도 귀향 의사가 없다. 후카야 씨는 "피난 명령을 해제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고 푸념했다.

"방사능이 무서웠다"며 자주 피난한 스가와라 기요코씨는 교편을 내려놨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통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주한 야마가타현에서 커피 원두를 판매하고 있다. 고향 후쿠시마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단골 등, 야마가타 이웃들과의 인연도 깊어져 좀처럼 귀향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 그 사이 딸들은 대학과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주민들 떠나게 한 '원전'…폐로 작업 어디까지 왔나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를 영구 폐기하는 작업은 정확히 언제쯤 끝날지 기약이 없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약속한 폐로 종료 기한은 사고로부터 40년 후인 2051년.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방사성 물질이 섞인 오염수를 희석해 바다로 흘려보내는 해양 방류는 지난해 8월 24일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정작 오염수를 생성하는 원인인 원자로 속 방사성 물질 덩어리(데브리)를 제거하는 작업은 이제 막 시작 단계다.

7일 도쿄전력이 공개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1호기 원자로 내부의 모습. 2024년 2월 28일 촬영본. 2024.03.08/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아직 데브리는 장비 결함 등을 이유로 단 1g도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데브리는 새로운 오염수를 생성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올해 말까지 로봇을 활용해 데브리 제거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했지만 실현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1호기의 경우, 내부에 남아 있는 연료를 빼내기 위해 원자로 전체를 덮는 대형 가림막 설치를 준비하고 있지만 완료 기한은 2023년에서 2025년 여름쯤으로 연기됐다. 폐로라는 장기 프로젝트의 각 단계가 조금씩 미뤄지는 사이 원자로는 노후화하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작업은 1979년 세계 최초로 노심용융(멜트다운) 사고가 발생한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주(州)의 스리마일섬 원전보다도 난이도가 높다.

스리마일섬 폐로 사업을 담당하는 미국 에너지솔루션즈사의 프랭크 에플러씨는 모든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사고로부터 58년이 지난 2037년에서야 모든 폐로 작업이 끝날 것이라고 했다.

◇지진이 남긴 또 다른 과제, '제염 폐기물'

원전 폐로가 종료되면 모든 방사성 물질은 사라지는 걸까.

원전 폭발 사고 후 후쿠시마현은 토양에 섞인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제염' 작업을 실시해 왔다. 까만 제염 봉투에 담아 학교 교정 및 주택 부지에 가득 쌓아둔 1375만㎥의 제염 폐기물은 오쿠마정과 후타바정 등의 중간 저장 시설로 옮겨졌다. 2023년 12월 기준 도쿄돔 11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법률에 따르면 중간저장시설에 보관된 제염 폐기물은 "30년 이내에 후쿠시마현 밖에서 최종 처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방사능 농도가 기준치 이하인 제염토를 재활용하는 실증 사업도 이루어지는데, 후쿠시마현 밖의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어 진행되지 못했다. 법률이 시행된 지 9년이 흐른 지금, 정부가 후쿠시마와 약속한 시간은 21년이 남았다.

일본 후쿠시마 오쿠마정에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토양을 담아둔 제염토 처리장. 중장비가 제염토가 담긴 까만 봉투를 쌓고 있다. 2023.02.14/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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