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다리 붓고 갑자기 숨차다면? ‘이 병’ 일수도 [건강 팁]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2024. 3.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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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아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급성 호흡곤란 증상 발생 땐 ‘급성 폐색전증’ 감별진단 필수
전조증상인 심부정맥혈전증 의심되면 서둘러 진료 받아야
고위험군이라면 예방 차원에서 주기적인 다리 운동 권장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우리 몸에서 혈액의 흐름이 가장 느린 곳은 하지의 정맥이다. 우리 몸의 가장 저층부까지 내려온 혈액을 다시 심장으로 배달하기 위해서는 심장과 혈관의 힘이 필요하지만 다리의 근육도 종종 도와줘야 한다. 흐름이 느리면 혈액이 굳기 쉽다. 이렇게 굳은 혈액덩어리(혈전)가 녹지 않고 하지의 혈관을 막아버리면 심부정맥혈전증이 생겨 다리가 붓고 아프다.

떨어져 나간 혈전이 혈관을 타고 올라가 심장을 지나 폐동맥을 막아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폐색전증이라고 부른다. 혈액순환 과정에서 산소를 실어오는 작업은 우리 몸을 유지시키는 데 중요한 원료를 공급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작업이 이뤄지는 폐혈관이 폐혈관이 혈전으로 막히게 되면 산소교환에 문제가 생긴다. 폐혈관으로 혈액을 내보내던 심장의 길이 막히면 자칫 압력 과부하로 기능을 잃게 될 수도 있다. 폐혈관이 막히면 호흡곤란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 쇼크사에 이르기도 한다.

하지의 깊은 정맥에 생긴 혈전이 떨어져 혈관을 타고 올라가 심장을 지나 폐동맥을 막아버리는 상황을 ‘폐색전증’이라고 부른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급성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들을 보는 의사는 항상 급성 폐색전증의 진단을 염두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한쪽 다리가 부으면서 수일간의 간격을 두고 호흡곤란이 발생한 경우 급성 폐색전증일 가능성이 높다. 급성 폐색전증은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진단 가능하다. 위험도가 매우 높은 일부 환자를 제외하면 항응고제에 반응을 잘 하는 편인데, 혈전의 양이 너무 많거나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급성 폐색전증은 입원 환자나 고령 환자, 암환자에서 잘 발생한다. 기저질환 증가와 더불어 환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서구의 자료를 보면 급성 폐색전증이 병원내 사망률의 3대 원인 중 하나로 꼽힐 만큼 흔하다.

급성 폐색전증은 하지의 심부정맥혈전으로부터 생긴다. 즉 이를 막는 것이 급성 폐색전증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우리의 몸은 혈관 안에서 혈액이 굳지 않도록 방지하는 시스템을 늘 가동시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혈액 자체의 항혈전 물질 생성 능력이고 또다른 하나는 혈관벽에서 작동하는 보호기능이다. 이러한 기능 중 하나라도 깨어지거나 혈액의 흐름이 느려지면 혈전이 발생하기 쉽다.

암, 염증성질환과 같은 전신 질환이 있어도 혈전 성향이 올라간다. 유전적으로 혈전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리혈관에 부상을 입거나 오랜 기간 다리를 움직이지 않는 경우에도 혈액의 흐름이 느려지면서 혈전이 생길 수 있다. 비행기 좌석 중 비좁은 이코노미석에서 장시간 고정된 자세로 앉아 가는 승객들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해서 흔히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질환이 여기에 해당한다.

병원에 입원하거나 와병 생활하는 환자가 아니라도 오래 앉아있으면서 다리를 거의 움직이지 않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혈전이 생길 위험도가 높다. 다리를 움직이면 다리의 근육이 혈관을 펌프처럼 주기적으로 눌러주는 효과가 있다. 오래 앉아있을 때 부어있던 다리가 걸으면 덜 붓는 현상 역시 하지의 정맥 혈액순환이 운동으로 개선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혈전은 동시에 두 군데에서 생길 수도 있지만 한쪽이 더 심하게 생기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갑자기 한쪽 다리만 붓고 눌렀을 때 통증이 있거나 다리 색이 변했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는 신호다.

그러한 현상이 생기고 나서 숨이 차기 시작했다면 급성 폐혈전증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서둘러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간혹 심부 정맥혈전증을 하지정맥류와 혼동하기도 하는데, 말그대로 하지의 깊숙한 안쪽 정맥에 생기는 혈전을 의미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질환이다. 피부에 가깝게 지나가는 하지정맥류는 하지부종과 통증, 미용상 문제를 유발하지만 폐색전증을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부정맥혈전증과 폐색전증의 예방을 위해서는 주기적인 다리 운동이 필요하다. 장기간 사무실에서 일하거나 운전을 하는 직업이라면 최소 2시간에 한 번정도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리를 움직여 주길 권장한다. 불가피하게 입원 치료를 받을 때는 가능한 빨리 일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도록 조기 운동요법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에 심부정맥혈전증이나 폐색전증을 진단받은 적이 있는 환자는 현재 증상이 개선되어 약을 다 중단했더라도 재발 위험도가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호흡곤란이 다시 발생했다면 재발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을 방문하도록 하자.

유발 요인이 명확하고 일시적인 심부정맥혈전증과 폐색전증은 3~6개월간 경구 항응고치료를 시행하고 약을 중단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퇴골절로 입원한 기간동안 폐색전증이 발생했는데 골절 치료가 잘 되어 일상으로 돌아갔다면 수개월 후 약물 중단을 시도해 볼만 하다. 단 유발 요인이 명확하지 않거나 유전적 요인이 있는 경우 진행성 암 등으로 지속적인 유발요인이 있다면 재발위험도가 1년에 20% 이상이므로 항응고치료를 지속하길 권장한다. 폐색전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지만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율이 높다. 폐색전증이 의심된다면 응급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한다. 전조증상인 심부정맥혈전증이 의심될 때도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장성아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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