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30]이재명vs한동훈 대리 전쟁터 된 최대 격전지 수원
거대 야당으로 정부·여당 심판 맞불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현역들, 의정활동 성과 부각하며 연속성 강조
국힘 정치 신인들, 미래 청사진 제시하며 새일꾼 피력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수도권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수원은 현재까지 공천 결과만 놓고 그 양상을 살펴보면 '이재명 대 한동훈' 대리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수원지역 선거구 5곳은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러한 지역 정치권 분위기를 역으로 뒤집는 '민주당 심판론'을 꺼내 인재 영입으로 데려온 고위공직자 및 교수 출신을 내세워 표심을 노리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친명계 인사들을 포진시켜 정부·여당에 맞선 '정권심판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선거 국면 속에서 수원지역 총선이 지역 발전을 위한 공약 대결보다 두 정치세력 간 심판론으로 흘러가 유권자 피로도만 높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거구별 대진표, 누가 서로 맞붙나…'관전포인트' 점검
현재까지 정당별 후보자가 확정된 곳은 더불어민주당이 5곳, 국민의힘이 4곳(수원무 제외)씩이다. 수원은 총 5개(갑·을·병·정·무) 선거구다.
수원갑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에서 현역인 김승원 예비후보가 단수로 공천을 받았고, 국민의힘도 국세청장 출신 김현준 예비후보를 단수로 공천을 확정했다.
두 후보 간 대결은 같은 수성고 동문들끼리 대결로 이목을 끌고 있다. 김승원 후보가 31회, 김현준 후보는 29회로 2년 선·후배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인다.
수원을 지역구는 민주당에서 재선의 백혜련 예비후보가 공천돼 3선 도전에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한규택 수원을 당협위원장을 제치고 홍윤오 전 국회사무처 홍보기획관을 전략 공천한 상태다.
그동안 지역 정치권에서 뚜렷한 활동을 해오지 않았던 홍 전 홍보기획관이 자신만의 새 인물론을 내세워 현역 의원과의 차별화를 얼마나 해낼지가 승부의 관건이다.
수원병 선거구는 친명계 재선인 김영진 예비후보가, 국민의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출신인 방문규 예비후보가 각각 공천을 받았다.
두 후보는 수원을 대표하는 고교 출신으로, 1967년생 김영진 예비후보는 유신고 11회 졸업생이다. 이에 맞서는 방문규 예비후보는 1962년생으로, 수성고 24회다. 두 고교 동문들 간 응집력과 위세가 이번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수원정 선거구에서는 친문이자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예비후보와 친명계 김준혁 예비후보가 민주당 공천을 놓고 경선을 붙붙은 결과, 김 후보가 승리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국민의힘에서는 경기대 교수이자 범죄심리학자로 알려진 이수정 예비후보가 공천을 받았다. 김 후보와 이 후보 둘 다 교수 출신으로 국회 입성을 위한 첫 총선 도전에서 진검승부를 펼치게 됐다.
수원무 지역구의 경우 민주당에서는 최초로 3선 수원시장을 지냈던 염태영 예비후보를 공천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박재순 수원무 당협위원장과 김원재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실 행정관이 경선을 치러 최종 후보를 뽑게 된다.
◇여야 두 정당의 셈법… '정권 심판론' vs "민주당 심판"
지금까지 공천이 확정된 여야 후보군을 보면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영입한 인재 또는 소위 '친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내 인사들이 대부분 배치됐다.
특히 김현준(수원갑)·방문규(수원병)·이수정(수원정) 등 예비후보 3명은 정부기관 고위직이나 인지도가 높은 교수 출신으로,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수원 탈환을 위한 핵심 영입카드다.
이들은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기반을 닦아놓은 지역구에서 자신들의 화려한 스펙을 바탕으로 '검증된 일꾼'을 강조하며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러한 전략을 꺼내든 데는 과거 보수 색채가 짙었던 수원의 정치 지형도가 민주당 성향의 기류로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통적으로 그동안 수원은 보수정당이 총선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여왔다. 그런데 제17대를 거쳐 19대까지 민주당 전신으로 불리는 정당들이 서서히 국회 진입 장벽을 허물기 시작했고, 제20대 총선부터 민주당이 모두 석권하고 있다.
2010년부터 치러졌던 지방선거에서도 3차례 연거푸 패배하며 민주당 출신의 최초 3선 수원시장이 배출되기도 했다.
이같은 국면 속에서 국민의힘이 걸출한 경력을 지닌 외부인사를 잇따라 영입해 이들을 총선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른바 '경기도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수원에서 승부수를 던지기 위한 포석으로 판단된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은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의정활동 성과와 지역사회 발전 기여도를 추궁하며, 유권자 입장에서 눈길을 끌만한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틀 전인 7일 재차 수원을 방문해 자당 예비후보들과 거리 유세를 다니면서 민주당 심판론을 외쳤다.
한 위원장은 이날 수원 영통구청 사거리에서 "민주당 의회가 수원을 굉장히 오랫동안 석권하고 장악해왔다"며 "의회 권력이 수원에 해준 것이 무엇이 있나"라고 민주당을 저격했다.
한 위원장의 수원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1월 5월 국민의힘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 처음 수원을 찾았다. 이후 같은달 31일 다시 수원을 방문해 반도체 산업 현장을 둘러보고 '철도 지하화' 관련 총선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반면 그동안 수도권에서 강세를 보여왔던 민주당은 국회 의석수 과반인 163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으로서 정부심판론을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승원(수원갑)·백혜련(수원을)·김영진(수원병)·김준혁(수원정)·염태영(수원무) 예비후보로 공천을 모두 마쳤다. 이 중 친명계는 김승원·백혜련·김영진·김준혁 등 총 4명에 달한다.
민주당 수원 총선 예비후보자들은 친명계 주자들을 필두로 ▲윤석열 대통령 처가 일대 고속도로 특혜 의혹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비롯한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해 엄중하게 투표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7일 경기 양평군을 찾아 최재관 여주·양평 후보 지지한 뒤 양평군청 앞에 마련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국정농단 진상규명 촉구' 농성장을 방문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정 농단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사건이라 생각한다"며 "주어진 권력을 사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잘못 사용하면 주인의 입장에서 권력을 박탈해야 한다"고 정권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다만 민주당은 공천 결과에 따른 여파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숙제가 있다. 수원무는 염태영·이병진·임진 등 3명이 예비후보로 나왔는데, 염 후보가 단수로 공천을 받으며 나머지 2명이 중도 탈락하게 됐다.
이곳은 세 후보가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수원 압승과 경기남부권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보태기로 하고, 공천 결과에 따른 갈등의 씨앗이 생기지 않도록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수원정은 치열한 경선으로 인해 후유증이 예상된다. 친명계에 속하는 김준혁 예비후보가 비명계인 박광온 예비후보에게 패배를 안겼다. 박 후보는 일반시민 투표에선 김 후보를 월등히 앞섰으나 권리당원 투표와 '하위 20%' 페널티를 더한 총점에서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혁 예비후보 측에선 수원정에서 정치적으로 활동한 기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올해 총선에서 이기려면 이 지역구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박 후보의 지원사격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박 후보는 그의 성품답게 경선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며 "영통구 시민들과 당원동지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수장 대리전 아닌 '공약 대전' 분위기 조성돼야
이처럼 수원 총선이 '수성이냐, 탈환이냐'를 놓고 두 거대 정당의 복잡한 셈법으로 본선 전부터 뜨거운 열기를 보이면서 유권자들의 표심 향방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유권자 입장에서 큰 호재일 수도 있다. 여야 대표 정당이 서로 총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공약을 앞다퉈 내놓을수록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수원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도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청 소재지로서 경기도 수부도시 및 특례시 위상에 걸맞지 않게 그 위세가 과거에 비해 계속 후퇴하고 있다.
동수원에 이어 광교가 뒤늦게나마 개발돼 주거환경 변화를 이끌면서 새로운 인구 유입을 도모했지만, 그 이후에는 전반적으로 감소하거나 정체기를 보이면서 도시 팽창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글로벌 기업인 삼성이 오랜 세월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으면서 동수원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시가 더 이상 도시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기업을 발굴하거나 이를 유치하는 데 유리한 여건을 만드는 데 한계를 보였다.
그 사이 수원은 가까운 성남이나 용인, 화성과 같은 인접 도시들에게 도시재정 규모 면에서 추월을 당했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다른 지자체들에게도 뒤따라 잡힐 수 있는 처지에 내몰린 셈이다.
지금까지 여야 후보들의 선거운동 움직임으로 판단해보면 그동안 숙원과제로 남아있던 사업이나 정책들이 수면 위로 서서히 올라오는 모양새다.
경기남부 반도체 벨트 구축이나 경부선 지하화, 대형 교통공약 등 첩첩산중으로 쌓여 있었지만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지역 현안들을 앞다퉈 해결에 나서겠다고 공약을 내놓고 있다.
다만 선거 분위기가 과열될수록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 두 여야 정당과 후보들이 지역 맞춤형 공약 대결보다 상대방을 향한 비난과 흑색선전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한 원로는 "올해 총선은 수원이 수도권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후보자들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이럴 때일수록 유권자들도 후보자들이 진흙탕 선거를 치르지 않도록 자신이 선호하는 정당을 무조건 뽑는 게 아닌 면밀히 공약과 정책을 따져보고 투표하는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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