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9번이나 "찌르고 싶다" 112 신고…유심칩도 뺀 그놈, 이렇게 잡았다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2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칼로 다른 사람을 찌르고 싶다. 업어 달라"
지난해 10월31일 경찰에 이 같은 신고 하나가 접수됐다. 신고는 특정 경찰서에 집중되지 않았다.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 중 16곳에 비슷한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약 3개월간 집계된 유사신고 수는 총 659건, 모두 동일범의 소행이었다.
범인을 쉽사리 특정할 수 없었다. 범인이 사용한 휴대전화에는 유심칩이 빠져 있었다. 유심칩이 없는 휴대전화는 긴급 신고가 가능한데 신고자의 위치는 통신사 기지국 반경 500m로 넓게 표시된다.
당시 서울 관악경찰서 관악산지구대 소속이었던 태형열 경사(37)는 범인의 신고 내용을 유심히 살펴봤다. 같은 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인근에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범죄가 발생해 주민 불안이 큰 시기였다.
태 경사는 이날 불현듯 지난해 9월 인근 파출소에서 시작된 무전 내용을 떠올렸다. 지역 경찰들은 긴급 상황 발생 시 합동으로 대응하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인지하기 위해 다른 지역 경찰들의 무전 내용도 청취한다. 당시 한 행인이 "어떤 남자가 걸어 다니면서 사람들을 칼로 찌르고 싶다, 업어달라며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신고해 경찰이 출동한 일이 있었다.
태 경사는 즉시 관악서 112치안종합상황실(상황실)에 확인을 요청했다. 상황실은 관할 지구대에 지령을 내려 행인이 신고했던 남성의 집에 방문해 보호자의 동의를 받은 뒤 해당 남성을 지구대로 데려왔다. 남성의 휴대전화를 인계받아 112에 신고를 해보니 휴대전화 고유번호 값이 일치했다. 3개월간 600건이 넘는 허위 신고로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범인이 잡힌 것이다.
현재 해당 남성은 관악서에서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태 경사는 "현장에 출동하기 전까지는 허위 신고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신고가 들어오면) 가용 인력과 장비를 모두 동원해 대응한다"며 "치안 공백이 발생하면 다른 장소에서 발생한 강력 사건 등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에도 한 오토바이 배달원이 태 경사가 소속된 지구대에 도움을 요청했다. 외국인 여성이 "방에서 칼부림이 났다"며 대신 신고를 부탁했다는 내용이었다. 지구대 모든 인원이 현장에 출동했으나 한 여성의 허위 신고로 밝혀졌다. 지난 1년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관악서에서 입건 처리된 허위신고는 106건에 달했다.
태 경사는 2016년 12월 순경으로 입직했다. 경찰이 되기 전 에티오피아, 라오스, 태국 등 세계의 오지를 찾아 자원봉사를 다녔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좀 더 편안히 다가갈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경찰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경찰을 꿈꾸게 된 초심을 잊지 않고 항상 상기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 흉기 난동 사건 이후 관악 주민들이 불안함을 여전히 호소하고 있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밝혔다.
태 경사는 현재 관악서 범죄예방대응과 범죄예방대응계에서 근무하고 있다. 관악서에 접수되는 112 신고 통계 분석·허위 신고 관리 등과 함께 필요할 경우 수사 의뢰까지 담당하고 있다.
끝으로 태 경사는 "수사가 쉽지 않더라도 허위 신고자는 반드시 잡는다"며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시기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허위 신고는 꼭 삼가달라"고 당부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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