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분명 나중에 감독할 거야" 우승 사령탑도 한눈에 알아본 '리더 이범호'
김기태(55) 전 KIA 타이거즈 감독도 한눈에 알아본 이범호(42) KIA 감독의 리더십이 빠르게 선수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범호 감독은 8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기아 오토랜드 광주' 대강당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지난달 13일 호주 스프링캠프 도중 KIA의 제11대 감독으로 취임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창원에서 열릴 NC 다이노스와 2024 KBO리그 시범경기 개막전을 앞두고 취임식에 참석한 선수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1월 30일 호주 캔버라로 스프링캠프를 떠날 때와 180도 상반된 분위기였다.
당시 KIA 선수단은 김종국(51) 전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에 조사를 받고 끝내 캠프 출발 하루 전 경질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한국을 떠났다. KIA 구단은 그런 선수단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할 인사를 최우선으로 감독 찾기에 나섰고, 당시 KIA 1군 타격코치로 있던 이범호 감독이 낙점됐다.
현재까지 KIA 구단의 선택은 대성공이다. 지난 6일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할 당시 선수단 분위기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8일) 선수단 대표로 취재진 앞에 선 나성범 역시 "솔직히 감독님은 타격코치님일 때와 똑같다. 선수들을 항상 편안하게 해주시고 지나갈 때 농담과 장난을 많이 하신다. 직위만 바뀌었을 뿐 변함없이 똑같은 거 같다"며 "캠프지에서 처음 발표됐을 때는 실감이 안 났는데 갈수록 적응이 됐다. 이제 취임식도 하셨으니 더 잘 모실 생각"이라고 웃었다.
이범호 감독은 KIA 구단 내외적으로 감독감이라는 평가를 꾸준히 받았다. KIA도 일찌감치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2019년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 2020년 메이저리그(ML)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코치 연수를 보내고, 2021년 KIA 퓨처스팀 총괄을 맡긴 것도 그런 연유였다.
그로부터 3년 뒤 이 감독은 지도자 생활 3년 만에 명문 KIA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한 건 이 감독의 선수 시절 은사이자, 현재로서 KIA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김기태 전 감독이다. 김기태 전 감독은 2015년 KIA를 맡아 2017년 이범호와 함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2019년 도중 떠났다. 이 감독의 KIA 감독 취임 소식에 아픈 몸에도 문자를 보내 제자의 영전을 축하했다.
이 감독은 "김기태 감독님이 먼저 (감독이 된걸)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가장 먼저 전화드렸다. 김 감독님은 내가 KIA에서 첫 번째 우승을 할 때, 그리고 KIA가 최정상에 있을 때 함께했던 감독님이다. 또 선수 시절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항상 나를 믿어주고 괜찮다고 하셨던 분이기도 하다. 현역 시절 가장 본받고 싶던 분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견지명이 있으신지 내게 '넌 분명히 나중에 감독을 할 거다'라고 말해주셨는데 이번에 전화드릴 때도 '내가 말했잖아'라고 하셨다. 지금 건강이 안 좋으셔서 자주 전화드리기로 했다. 쾌차하셨으면 좋겠고, 감독님께 많은 걸 배우려 한다"고 감사함을 드러냈다.
김기태 전 감독의 기대대로 이 감독은 온화한 리더십은 KIA 선수단의 빠른 신임을 얻고 있다. 어느덧 KIA에서만 14년째 머물며 선수 시절부터 쌓아온 유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올 시즌 주장을 맡은 나성범은 "솔직히 새 감독님에 대한 기사가 엄청 많이 떴었다. 이 감독님, 이종범 선배 등 여러 후보가 있었는데 솔직히 모르는 야구 선배보단 우리를 더 잘 아는 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범호 감독님은 내가 KIA에 처음 와 힘들 때 많이 다가갔던 분이었다. 내가 모르는 걸 자주 물어보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분이었는데 그런 분이 감독님이 되셔서 정말 좋았다. 나뿐 아니라 다들 좋아했던 것 같다. 선수들끼리도 좋은 이야기만 나왔다"고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 자체만 즐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걸 목표로 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주장 나성범의 건의사항을 모두 수용한 것에서 진심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취임사로 "내가 감독으로서 추구하고 싶은 야구는 '웃음꽃 피는 야구'"라면서 "선수들이 항상 웃으면서 그라운드에서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어 "'이건 안돼, 저건 안돼'보다는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봐'라는 긍정의 에너지를 전하겠다. 감독으로서 우리 팀이 이뤄내야 할 목표를 정확히 제시하고, 그 목표 아래서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나성범도 이 점에 주목했다. 나성범은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항상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했다. 난 그 말을 선수들이 잘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만큼 경기를 잘 준비하라는 뜻이라고 받아들였다. 감독님이 선수들을 많이 배려해 주시는데 그거에 맞게 우리 선수들이 잘해야 할 것 같다"고 힘을 보탰다.
광주=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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