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경영권 분쟁' 불씨… 3월 주총이 격전지
[편집자주]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도래하면서 주요 기업들의 이슈에 관심이 모인다. 일부 기업은 주총 전부터 오너일가 간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며 현 경영진과 반대 세력 간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주주환원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도 심화하면서 기업들의 대응도 분주하다.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올해 정기 주총의 핵심 이슈를 짚어봤다.
①되살아난 '경영권 분쟁' 불씨… 3월 주총이 격전지
②목소리 높이는 '행동주의 펀드'… '주주환원' 요구 커진다
③여성·관료·외국인… 사외이사 다양성 확보 나선 기업들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일부 기업들이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오너일가 사이에 해묵은 갈등이 재점화하고 주총에서 주요 안건을 놓고 표 대결을 예고하면서다. 표결 결과에 따라 회사의 이사회 구성을 비롯한 경영체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이번 주총은 어느때 보다 치열한 전장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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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회장은 2015년 롯데그룹 '형제의 난' 이후 10년째 갈등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신동주 회장은 매년 주요 계열사 주총 때마다 자신의 경영 복귀 또는 신동빈 회장의 해임 안건 등을 제안하며 9번의 대결을 시도했지만 모두 패배했다. 뿌리 깊은 분쟁 역사를 감안하면 롯데알미늄 물적분할 반대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일환이다.
이번 건도 신동주 회장이 패배했다. 물적분할 안건은 77%의 찬성률로 통과되고 신동주 회장이 제안한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반영하자는 정관변경 안건은 부결됐다. 10번째 시도도 무산됐지만 신동주 회장은 앞으로도 같은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회장은 주총 직후 "앞으로도 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3월 정기 주총 시즌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분쟁에 휘말릴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에선 2021년과 2022년 잇따라 숙부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을 상대로 분쟁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해임된 박철완 전 상무가 다시 주주제안을 했다. 이번엔 행동주의 펀드와 손을 잡고 '주주환원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박철완 전 상무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차파트너스는 ▲KB금융지주의 이사회 의장(감사위원회 위원)인 김경호 후보를 금호석유의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추천하고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주주총회 결의로도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할 것으로 제안했다. ▲정관 변경 후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자사주 전량(18.4%) 소각도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요구가 경영권 분쟁 연장이라고 본다. 박찬구 명예회장 측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중장기적으로 지분 격차를 좁히고 분쟁을 이어갈 것이란 게 재계의 시각이다. 박 전 상무 측 지분율은 10.8%, 박찬구 회장 측은 15.89%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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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은 첨예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고려아연은 상장사 97%가 실시하고 있는 상법상 표준정관에 맞추기 위해 정관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결산배당이 전년보다 절반 줄어든 5000원이지만 전체 주주환원율은 76.3%로 오히려 전년(50.9%)보다 높아졌다고 했다.
반면 영풍은 두 집안 경영진이 합의로 만든 정관을 변경하는 건 신뢰를 깨는 행위라고 반발한다. 올해 결산배당도 지난해와 같은 1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려아연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영풍이 독립경영의 불문율을 깨고 신의를 저버린 행위로 본다. 배당을 올려달라는 것은 장씨일가의 수익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감정다툼이 심화하고 있다.
양측은 현재 표 대결에 대비해 개인주주를 상대로 의결권 위임장을 확보하고 있다. 최씨 측과 장씨 측의 지분율은 각각 32.5%, 31.5%로 큰 차이가 없다. 재계에서는 지분 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표 대결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한다. 두 집안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만큼 이번 주총 결과와 상관없이 경영권 다툼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OCI와 통합을 추진 중인 한미약품도 올해 정기 주총이 오너일가 '모녀 vs 형제' 간 경영권 분쟁 승산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고(故) 임성기 선대 회장의 아내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은 OCI그룹과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지만 장남 임종윤 사장과 셋째아들 임종훈 사장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임씨 형제들은 이번 주총에 본인들을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사내이사로, 권규찬 DXVX 대표 등 4명을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로 선임해달라는 주주제안을 냈다. 해당 의안을 상정하고 주주명부 열람과 등사를 허용해달라는 가처분도 제기했다. 주주제안이 상정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로 관측된다.
현재 모녀 측 지분은 우호세력을 합쳐 총 31.9%, 형제 측은 28.4%다. 이에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과 7.38%를 보유한 국민연금, 21.0%를 보유한 소액주주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명운이 갈릴 전망이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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