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희로애락 가득한 공간 이야기"…'어쩌다 편의점' 저자 CU맨 유철현
편의점에 얽힌 42개 진솔한 이야기, 재치있는 문체로 담아
"편의점 종사자들 자부심 가졌으면"…초판 수익 기부해
[서울=뉴시스]김민성 기자 = "당신에게 편의점은 어떤 의미인가요?"
'어쩌다 편의점'의 저자 유철현 BGF리테일 홍보팀 수석매니저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오프라인 플랫폼 중 하나가 바로 편의점이다.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5만5000여개 수준이다.
편의점의 하루 이용자는 약 1600만명, 업계 종사자는 약 30만명에 달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만큼 편의점에는 많은 사람들의 희노애락이 담겨 있다.
편의점을 주제로 업계 홍보담당자가 쓴 '어쩌다 편의점'은 편의점에 얽힌 42개의 진솔한 이야기를 재치있는 문체로 담았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BGF리테일 사옥에서 만난 유 수석은 올해로 편의점 업계에 10년 넘게 몸담고 있는 베테랑이다.
유 수석이 처음부터 기업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홍보담당자였던 것은 아니다.
그는 2010년 BGF리테일 영업본부로 처음 편의점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당시 영업 업무에서 쌓은 경험이 유 수석이 책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유 수석은 "2010년 입사해 직영점장을 약 9개월 정도하고, '프랜차이즈의 꽃'이라고 하는 스토어 컨설턴트(SC)로 근무했다"며 "당시 본사와 점주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여기서 쌓인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편의점의 매력은 굉장히 다채롭고 변화가 빠른 트렌디한 공간이라는 점"이라며 "힘든 군생활이 나중엔 가장 기억에 남듯, 편의점 업무도 평소엔 너무 정신없이 바쁘고 하지만 나중에 돌아봤을 땐 더 재밌었다고 느끼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편의점은 다양함이 매력이라는 유 수석의 말처럼 영업부 시절 그는 '러닝셔츠' 차림으로 카운터를 보던 점주, 미스터리 쇼퍼를 내쫓던 점주 등 다양한 편의점 가맹점주들을 경험했다.
그런 그와 인연이 닿았던 수많은 점주 중 가장 인상싶었던 인물은 바로 '탈북민 점주'였다.
그는 "책에 담진 못했지만, 탈북 이후 국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아 실제 편의점을 창업한 점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해당 점포는 장사가 잘 됐고, 나중엔 탈북 브로커에게 줄 돈을 모아서 아들까지 탈북에 성공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어쩌다 편의점'엔 총 42개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유 수석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를 묻자 '바나나맛우유'에 얽힌 경험을 꼽았다.
유 수석에게 '바나나맛우유'는 애증의 존재다. 항상 편의점 매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스테디셀러인 동시에 세상을 떠난 친구가 생각나는 매개체기도 하다.
스무살에 세상을 떠난 유 수석의 친구는 바나나맛우유를 가장 좋아했다. 그 이유는 어릴적 집을 떠난 친구의 어머니가 "바나나맛우유 마시고 있으면 금방 돌아올게"라고 말한 기억이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유 수석은 "친구와 바나나우유에 얽힌 얘기가 유년 시절부터 굉장히 가슴에 남는 일이었기 때문에 가장 인상깊은 에피소드"라며 "가장 공을 많이 들이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편의점에 가서 바나나우유를 보면 그 친구 생각이 나서 친구가 떠난 뒤론 바나나우유를 잘 먹지 않게 됐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편의점 업계에 몸담고 있는 종사자들이 꿈과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 수석은 "편의점 본사 직원부터 점주, 아르바이트생들까지 거의 30만명 정도가 이 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그 분들이 이 책을 통해 편의점업에 조금 더 자부심을 갖고 꿈과 희망을 찾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의 초판 인쇄 수익을 난치병 아동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국제 비정부기구(NGO)에 기부했다.
앞서 말한 대로 더 많은 사람이 꿈과 희망을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유 수석은 "기부는 편의점 역할과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해요"라며 "편의점은 물건을 팔고 수익을 내면서 실종 아동 찾기라든지, 치매 노인이나 발달장애인 분들의 보호소 역할도 담당한다"고 전했다.
이어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편의점이 수익성만 따지는 게 아니라 공익적인 역할을 하듯 이 책의 수익금 역시 조금 더 좋은 곳에 쓰고자 기부를 진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유 수석이 처음 투고했을 당시 이 책의 제목은 '여기 나와 당신의 일상'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그는 편의점에 얽힌 이야기에서 사람들이 공감하고, 삶의 희노애락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랐다.
마지막으로 유 수석은 "편의점에는 숨겨진 얘기들과 매력들이 굉장히 많다"며 "책 마지막에 남겨놓은 것 처럼 '당신에게 편의점은 어떤 의미인가요?'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m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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