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ISSUE]이승우, 뽑아도 안 뽑아도 화제…발탁의 자격 스스로 증명이 최선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희망 고문'이 아니라 냉정하게 기량으로 대표팀 승선 여부를 판단 받고 싶은 이승우(수원FC)다.
황선홍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은 9일 오후 수원종합운동장을 찾는다. '하나은행 K리그1 2024' 2라운드 수원FC-전북 현대 경기 관전을 위해서다. 3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 4차전 태국과의 2연전에 나설 선수 선발을 앞두고 선수 관찰에 집중하고 있는 황 감독이다.
지난 1일 전북 현대-대전 하나시티즌의 개막전과 2일 광주FC-FC서울전 등을 현장 관전했던 황 감독이다. 11일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앞두고 최대한 많은 선수를 보기 위해 움직이는 황 감독이다. 수원FC-전북전을 본 뒤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서울-인천 유나이티드전도 확인한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조용형, 정조국 대표팀 임시 코치는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김천 상무-울산HD전 현장 관전한다.
A대표팀은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4강전을 앞두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저녁 식사에서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등 선배들이 지시를 어기고 탁구를 하러 가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손흥민은 손가락을 다쳤다.
일련의 상황은 국민적인 불신과 '슛돌이' 이강인에 대한 분노로 솟구쳤다. 이강인이 소흥민을 찾아가 사과하는 등 화합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대국민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와 마주했다. 동시에 A대표팀 내 기강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과거처럼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사라졌고 후배들의 목소리도 충분히 수용되고 있는 것은 수평적인 사회적인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모두가 이해, 용인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먹을 휘두르는 등 무례한 행동은 강력한 반감과 더불어 주장 손흥민을 중심으로 선배들의 리더십에 힘이 실려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졌다.
사분오열됐던 대표팀이 다시 모인다면 화합이 가능할까. 심지어 '탁구 게이트' 사태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일부 선수는 측근 등을 통해 대표팀에 선발된다고 하더라도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대표팀의 가치, 즉 로열티가 얼마나 땅에 떨어졌는지 확인하는 부분이다. 황 감독이 소집 기자 회견에서 보이콧설을 흘렸던 선수를 선발했는지, 해당 선수에게 의견을 물었는지도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다.
대표팀은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자리지만, 아무나 올 수 있는 곳도 아니다. 배고픈 사람이 와서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런 과정에서 이승우는 계속 거론되고 있다. 그가 선, 후배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고 실력을 떠나서 예의는 지킨다는 이야기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승우가 전성기 나이인데 A대표팀에서 멀어진 부분이 있다. (이)승우에게 다시 한번 도전할 충분할 기회가 있다고 동기를 부여했다"라는 김은중 수원FC 감독의 직접 증언, 지지 발언에서 나온 것이다.
이승우 역시 조 코치, 정 코치가 관전했던 인천전에서 종료 직전 생긴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서 골을 터뜨린 뒤 "A대표팀 복귀를 위해 늘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발탁 여부는 황 감독의 권한이라 침착하게 (선택을) 기다리겠다”라며 부화뇌동하지 않고 냉정하게 경기력으로만 평가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9년 6월 이후 대표팀과 인연이 없는 이승우다. 항상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로 거론되지만, 부름을 받지는 못했다. 매번 명단 발표마다 입맛을 다셨던 이승우다.
이승우 측 관계자는 "이승우는 대표팀에는 진심이다. 다만, 희화화되지는 않았으면 싶다. 선발되지 못하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도자의 판단이고 동시에 대표팀 발탁이 가능한 수준의 실력이 나오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이승우가 실력 이상으로 포장된 선수라 그냥 거론된다는 식의 부정적인 여론만 없었으면 좋겠다"라며 있는 그대로 봐주기를 바랐다.
실제 이승우는 인천전 후반 11분에 교체 투입됐다. 선발이 아니라 교체 카드였다. 100% 몸 상태가 아니라는 뜻과 같다. A대표팀 선발 가능성을 거론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경기로 평가 자체가 어렵고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로 관찰 경기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전북, 울산, 포항 스틸러스 소속 선수들과 비교해 불리한 면도 있다.
이승우가 뛸 수 있는 포지션인 공격 2선은 냉정하게 해외파 내지는 국내파 선수 중 전북, 울산 소속 자원들의 컨디션이 더 좋은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대표팀에서의 활용 방식이다. 수원FC처럼 후반 분위기 반전용의 조커로 희생을 한다던가 경기 밖, 분위기를 잡아주는 역할이라면 뽑힐 확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가능성을 살리려면 이승우 스스로 전북전에서 얼마나 보여주느냐다. 명단 발표 전 마지막 시험장인 셈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전북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이승우가 그 이상의 능력을 보여줘야만 황 감독도 선발을 고민할 수 있고 발탁되면 축구 팬들의 지지도 얻을 수 있다.
이승우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황 감독과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호흡했던 송민규(전북 현대), 엄원상(울산 HD), 정호연(광주FC), 이한범(미트윌란) 등 개막전 이후 거론되는 선수들 모두 같은 잣대 위에 있다.
분위기를 확 바꾸는 대표팀이 될 것이냐, 결과를 잡기 위해 틀을 유지하고 소폭 변화를 주는 대표팀이 될 것이냐는 황 감독의 현장 관전이라는 행위 그 자체에 메시지가 담겼다. 남은 것은 황 감독의 시야에 보이는 선수들의 기량 발휘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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