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 이게 최신] "포시가 없어진다는데, 이제 뭐 먹죠?"

이광호 기자 2024. 3. 9. 06:30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GLT-2 억제제'는 10여년 전 등장해 2형 당뇨병을 비롯한 각종 만성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이 치료제가 변곡점을 맞고 있습니다. SGLT-2 억제제 사이엔 효능에 큰 차이가 없다는 통념과 다른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최초의 치료제였던 '포시가'의 국내 철수가 임박한 가운데 등장한 결과라 더욱 주목됩니다. 

새롭게 우위를 보인 치료제는 '엔블로'입니다. 전체적인 효능은 비슷하지만 특정 상황의 환자들에게는 엔블로의 효과가 포시가보다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신장의 기능이 약화된 환자들에게서, 포시가보다 좀 더 나은 혈당 강하 효과를 유지했다는 결과입니다. 

당뇨병은 2형 당뇨병에 쓰이는 온갖 먹는 약과 최근 비만 치료제로도 각광받는 각종 주사제들, 여기에 1형 당뇨병에 쓰이는 혈당측정기와 첨단 인슐린 펌프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꾸준히 새로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오늘은 이 중 'SGLT-2 억제제'에 한정해 새로운 소식을 짚어보겠습니다. 

SGLT-2 억제제의 성장과 한계
SGLT-2는 '소듐(나트륨)-포도당 공동 수송체'의 약어입니다. 콩팥에서 주로 일하는 단백질로, 몸 속으로 두 성분을 실어나르는 기능을 합니다. 치료제는 이 단백질을 억제해 나트륨과 당이 흡수되지 않고 소변으로 배출되게끔 유도합니다. 

처음에는 당뇨병 치료제로만 개발됐지만, 다른 효능도 있었습니다. 포도당은 곧 칼로리입니다. 칼로리의 흡수를 막으니 당뇨병의 최대 적인 살이 빠졌습니다. 혈액 속에서 수분을 붙잡는 나트륨도 함께 배출돼 혈압도 낮아졌습니다. 심지어 심장 질환의 종착지로 불리는 심부전에도 효능을 보이면서 주요 치료제 중 하나로 선택됐습니다. 

다방면에 효능을 보이면서 시장을 빠르게 확대해 나갔습니다. 처음 출시됐던 포시가와 그를 활용한 복합제 처방액은 지난해 1천2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6%가량 성장한 수치입니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건 '자디앙'이라는 약인데, 지난해 975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20%나 급성장했습니다. 
여기에 처음으로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약이 등장했습니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엔블로'입니다. 대웅제약이 지난해 출시해 39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했습니다. 후발주자로 출발했는데, 작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던 '슈글렛' 등 중소 SGLT-2 억제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단숨에 올라섰습니다. 

장점만 있을 것 같은 SGLT-2 억제제의 문제점 중 하나는, 어쨌든 SGLT-2 단백질이 일하고 있는 신장(콩팥)이 건강한 상태여야 약효도 잘 나온다는 겁니다. 신장의 기능은 주로 사구체여과율(eGFR)을 따집니다. 콩팥에서 혈액을 거르는 필터인 사구체가 분당 몇 ㎖를 걸러낼 수 있는지를 따진 지표입니다. 일반적으로 90㎖ 이상을 정상으로 보고, 60~90㎖ 구간에선 정상보다 약간 감소했다고 봅니다. 

eGFR이 떨어진 환자에게선 SGLT-2 억제제도 효능이 떨어집니다. 포시가와 자디앙은 45㎖ 미만 환자에겐 혈당조절 개선 목적 투여가 권장되지 않습니다. 엔블로는 60㎖ 미만에선 치료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후발주자' 엔블로, '작은 우위' 발견
새로 발표된 연구는 기존에 이뤄졌던 직접 비교 임상실험 2가지를 합쳐 분석한 연구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eGFR 60~90㎖ 구간의 환자들에게선 포시가보다 엔블로의 효과가 유의미하게 좋았습니다. 
당뇨병 환자의 가장 대중적 지표인 당화혈색소 기준, 신장 기능이 정상일 때 포시가는 7.78%였던 환자의 수치를 6.88%로 줄였습니다. 엔블로를 썼을 땐 7.81%에서 7%로 줄었습니다. 두 지표를 비교한 P값은 0.2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신장 기능이 약한 환자는 달랐습니다. 포시가는 7.75%에서 7.02%, 엔블로는 7.74%에서 6.85%로 엔블로가 더 많이 줄였습니다(P값 0.0196). 연구마다 다르지만 P값이 0.05 미만이면 통계적 의미가 확보됐다고 봅니다. 낮을수록 연관성도 큽니다. 

가장 큰 격차를 보인 부분은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포도당의 양'이었습니다. 이론적으로 SGLT-2 억제제는 치료제의 성능이 좋을수록 SGLT-2를 많이 억제하고, 그러면 소변에 더 많은 양의 당이 빠져나오게 됩니다. 

포시가의 경우, 신장기능이 정상인 환자에게선 소변 내 포도당 크레아틴 비율(UGCR)이 47.18을 기록했고, 신장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이 수치가 41.79까지 줄었습니다. 반면 엔블로의 경우 정상 환자에게서도 67.75로 포시가보다 유의미하게 높았고, 신기능 저하 환자도 54.78로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양쪽 모두 P값 0.0001 미만).

[박철영 /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연구 교신저자): 신장 기능이 정상인 사람이면 약이 약하든 세든 거의 효과가 똑같은데, 신장 기능이 좀 떨어지면 더 효과가 높은 약제들이 효과를 유지시켜 주는구나, 그런 인사이트를 알게 된 거죠. 더 낮은 eGFR, 신기능이 더 떨어진 대상자에서도 비교 임상실험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변에서 나오는 포도당 양을 재 보면, eGFR 90㎖ 이상보다 60~90㎖에서 감소하긴 하지만 포시가보다 엔블로 군이 훨씬 유의하게 소변의 포도당 양이 많거든요.]

부연하자면, eGFR 60㎖는 SGLT-2 억제제의 '절벽'으로 여겨집니다. 이 이하에서는 약효가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인데, 엔블로는 60㎖ 구간에서도 아직 효능에 여유가 남아 있으니 기대를 해볼 수 있다는 얘깁니다. 대웅제약은 "실제로 이를 검증하기 위한 임상실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포시가 철수 이후, 대안은
포시가가 한국을 떠나지만, 특허가 만료된 상태이기 때문에 수십 종의 복제약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제약은 불안하다' 하시는 분들 있으실 겁니다. 당뇨와 밀접하게 붙어 있는 고혈압 치료제에서 불순물 논란이 터져나왔던 사례도 있고요.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또 다른 오리지널 약물 '자디앙'이 지난해 급성장한 이유입니다. 또 엔블로가 성능 우위를 입증하기 위해 앞선 연구처럼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엔블로가 특정 상황에서 포시가 대비 우위를 입증한 것처럼 자디앙도 그런 연구가 존재하지 않을까 해서 다방면으로 취재해봤지만, 소득은 크지 않았습니다. 약을 개발한 베링거인겔하임도, 국내에서 약을 팔고 있는 유한양행도, 대학병원 전문의도 '유의미한 규모로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한 직접 비교 연구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디앙과 엔블로를 비교한 연구는 더더욱 없습니다. 
다만 다른 부분이 있다면 허가 사항입니다. 자디앙은 당뇨병 뿐만 아니라 만성 심부전과 만성 신장병에도 허가를 받았습니다. 포시가는 자디앙보다 앞서 같은 질환의 허가들을 받아 놨지만, 엔블로는 아직 2형 당뇨병에만 쓸 수 있습니다. 

만성 신장병의 영역으로 넘어가면, 자디앙과 포시가 사이에도 '작은 차이'가 있습니다. 자디앙은 '신기능과 무관하게' 만성 신장병에 쓸 수 있는 약입니다. 중증 환자에게 집중해 임상실험을 벌였던 포시가와 달리 자디앙은 폭넓은 실험군에 임상실험을 벌여 효능을 입증했기 때문입니다. 병의 깊이에 상관없이 만성 신장병을 가진 환자라면 자디앙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박철영 /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현재 콩팥 또는 심장 보호 효과에 적응증을 갖고 있는 건 다파글리플로진(포시가) 외에 엠파글리플로진(자디앙)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적응증을 목적으로 약을 사용한다고 하면 엠파글리플로진을 사용하는 것이 옳을 것 같고요.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더 중요하게 여기겠다, 물론 엠파글리플로진과 이나보글리플로진(엔블로)을 비교하진 않았지만, 다파글리플로진과 엠파글리플로진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나보글리플로진이 혈당 강하 효과는 좀 더 낫지 않을까 합니다. 또 실제로 사용해 보면 체중 감소 효과도 조금 더 나아 보이기 때문에 그런 대상자는 더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최근 등장하는 당뇨병 치료제들은 비만 치료제로도 각광받으며 새로운 치료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주사제인 새 약들과 비교하면 SGLT-2 억제제 등 먹는 약이 주는 이점도 분명합니다. 환자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의사와 충분히 상담한 후에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제보가 뉴스로 만들어집니다.SBS Biz는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홈페이지 = https://url.kr/9pghjn

짧고 유익한 Biz 숏폼 바로가기

SBS Biz에 제보하기

저작권자 SBS미디어넷 & SBS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SBS Bi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