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지표' 경매시장도 양극화 심화…'강남권 쏠림' 뚜렷
경기·인천, 비수도권 아파트는 중저가 위주로 응찰자 몰려
부동산 시장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경매시장에서도 강남권 등 인기 지역으로 쏠림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이 감정가 이하로 낙찰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기 수요가 풍부한 일부 지역은 감정가를 웃돌아 낙찰이 이뤄지는 등 온도 차를 보이고 있는데, 경매 시장의 이런 양극화는 진행 중인 기존 주택 시장의 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8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2월 경매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422건으로 전월(2862건) 대비 15.4% 줄었다.
낙찰률(경매 건수 대비 매각 건수)은 전월(38.7%) 보다 0.4%p 하락한 38.3%로 지난해 8월(43.0%) 이후 6개월이 지나도록 40% 선을 넘지 못하고 있지만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전달(83.2%) 대비 0.5%p 상승한 83.7%를 기록했다. 평균 응찰자 수는 전월(8.3명)과 비슷한 8.5명으로 집계됐다.
전반적으로 경매시장 회복이 지지부진한 모양새지만 지역별 양극화 양상이 뚜렷하다.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218건, 이 중 76건이 낙찰되면서 낙찰률은 전월(37.7%) 보다 2.8%p 하락한 34.9%로 집계됐다. 반면 낙찰가율은 전달(86.2%) 대비 1.0%p 오른 87.2%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0월(88.6%) 이후 1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서울의 이런 낙찰가율 급등은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용산구 등 주요 입지 내 아파트가 견인했다. 이들 지역 인기 아파트는 감정가격(100%)을 웃도는 금액으로 낙찰됐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면적 83㎡ 물건은 지난달 26일 감정가(17억 1천만원)보다 높은 17억 4120만원에 낙찰됐다. 같은달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5㎡ 물건도 감정가(20억 3천만원)보다 높은 21억 800만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지난달 15일 10명이 응찰에 나선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6단지 전용 48㎡ 물건이 감정가(11억 7천만원)보다 높은 12억 6399만원에 낙찰됐다.
반면 서울 외곽 지역이나 소규모 단지는 감정가를 밑도는 금액에 낙찰됐다. 지난달 29일 매각지 진행된 서울 강서구 화곡동 풍원팰리스 전용 44㎡는 감정가(3억 160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억 3120만원에 낙찰됐다. 서울 노원구 상계대림 전용 60㎡ 물건은 지난달 27일 1차례 유찰된 후 감정가(6억 800만원)의 72% 수준인 4억 3587만원에 매각됐다.
경기와 인천도 일부 경매 지표가 개선됐지만 서울 핵심 지역과는 차이를 보였다.
경기 아파트 낙찰률은 40.4%로 전달(50.8%) 대비 10%p 넘게 하락하며 1월에 올랐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낙찰가율은 전월(83.4%) 보다 2.3%p 오른 85.7%로 집계됐다. 반면 평균 응찰자 수는 전달(10.8명)에 비해 1.8명이 늘어난 12.5명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해 8월(13.4명) 이후 6개월 만에 최고 경쟁률이다. 1회 이상 유찰된 중.저가 소형 아파트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고, 낙찰가율 역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인천 아파트 낙찰률은 43.0%로 전월(38.8%) 대비 4.2%p 올랐지만 낙찰가율은 전달(84.2%) 보다 4.7%p 하락한 79.5%를 기록했다. 미추홀구 내 전세사기(건축왕 사건)와 관련된 아파트가 낮은 가격에 낙찰되면서 전체 낙찰가율 하락에 영향을 줬다. 평균 응찰자 수는 10.4명으로 전달(11.0명) 보다 0.6명이 줄었다.
경매시장의 이런 양극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지옥션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기존 주택가격이 내려갈 때는 감정평가 금액이 고평가되었다는 인식으로 낙찰가율이 하락했는데 최근 강남권과 용산, 목동 등의 낙찰가율이 올라갔다는 것은 그만큼 주택 실거래가격과 호가가 올라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현 감정평가 금액이 수용할 수 있는 금액으로 보고 그 이상의 금액을 적는 응찰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고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있는 물건의 경우 기존주택을 매매할 때와 달리 실거주 의무도 없기 때문에 투자수요도 함께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반면 비수도권이나 지방 아파트는 고금리와 강화된 대출 규제로 이자 부담이 덜한 저가, 소형 물건을 중심으로 (응찰자가) 몰리면서 낙찰가율도 다른 주택들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금리나 대출 규제 상황의 변동이 없는 한 입지와 물건에 따른 양극화 상황이 유지될 가능성이 커 보이고 이런 요인들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따라서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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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sy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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