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L] 필리핀서 대동단결한 ‘초면’ SK 팬들, 이에 맞선 ‘일당백 짱삼이’

세부(필리핀)/최창환 2024. 3. 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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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세부(필리핀)/최창환 기자] SK와 정관장 팬들의 충성심은 대단했다. 필리핀까지 건너와 각자의 방식으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서울 SK는 8일 필리핀 세부 라푸라푸 시티 훕스 돔에서 열린 안양 정관장과의 2023-2024 EASL(동아시아 슈퍼리그) 파이널 포 4강에서 94-79로 승리했다. SK는 오는 10일 치바 제츠와 우승을 두고 맞붙는다. 우승, 준우승 상금은 각각 100만 달러(약 13억 원), 50만 달러다.

필리핀에서 열린 경기였지만, SK와 정관장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관전한 한국 팬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특히 SK는 6명의 팬이 옹기종기 앉아 응원전을 펼쳤다. 정관장 관계자는 “응원단 데려온 것 같다”라는 농을 던지기도 했다.

한 마음으로 “SK!”, “디펜스!”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응원 구호까지 외쳤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초면이었다. 2명씩 짝을 이뤄 필리핀에 왔는데, 공교롭게 비슷한 구역의 표를 구매해 현장에서 대동단결했다. 이들은 “공주들끼리 즉석에서 모였다”라며 웃었다.

특히 박지우 씨는 홍콩 여행 일정을 변경하며 필리핀에 왔을 정도로 진심이었다. 박지우 씨는 “홍콩 여행을 앞당겨서 다녀온 후 필리핀에 왔다. 오재현 선수 주려고 홍콩에서 쿠키도 사왔다”라며 웃었다. 박지우 씨가 구입한 ‘제니쿠키’는 홍콩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쿠키였다.

박지우 씨는 이어 “학생체육관은 노래도, 응원도 신나는데 여기는 SK 노래가 안 나온다. 뿐만 아니라 아반도가 있다 보니 정관장을 응원하는 현지 팬들의 목소리가 컸다. 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선수들 노래를 함께 외쳤다. 상금이 큰 대회인 만큼, SK가 우승했으면 한다. EASL에 이어 정규리그도 잘 마쳐서 EASL에 또 출전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박지우 씨의 일행인 문경서 씨 역시 “일당백이라는 마음으로 응원했다”라고 말하는 한편, “김선형 선수의 팬인데 안 오셔서 눈물 광광이다(웃음). SK가 세부에 있는 공주들, 한국에 있는 공주들에게 우승을 안겨주길 바란다”라며 응원의 한마디를 남겼다.

관중석을 둘러보니 ‘일당백’은 따로 있었다. 대부분의 정관장 팬들도 지인과 함께 체육관을 찾았지만, 최성원의 팬인 이초롬 씨는 홀로 정관장 벤치 뒤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친구 보고 같이 가자고 했는데 안 간다고 해서 혼자 왔다. 경기 당일 새벽에 도착했는데 필리핀은 처음이라 조금 무섭기도 하다.” 이초롬 씨의 말이다.

이초롬 씨는 올 시즌 들어 농구에 입문했지만, 충성심만큼은 오랜 팬들 못지않았다. 정관장과 푸본 브레이브스의 A조 맞대결을 관전하기 위해 대만까지 다녀왔을 정도다. 이초롬 씨는 “올 시즌 안양체육관 직관을 14번 했는데 딱 1승했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정관장은 객관적 전력상 열세라는 평가 속에 경기를 맞았지만, 전반까지는 SK에 대등하게 맞섰다. 1쿼터를 26-23으로 앞선 채 마쳤고, 2쿼터가 종료됐을 때 격차도 5점(40-45)에 불과했다.

이초롬 씨와의 인터뷰는 하프타임에 진행됐다. 이초롬 씨는 “KBL 경기에 비하면 너무 조용하긴 한데 안양에서 직관할 때에 비하면 경기력이 좋다. SK만 만나면 항상 일방적으로 밀렸는데 오늘(8일)은 그래도 볼만한 경기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규리그는 망했지만, 여기서는 꼭 이겨서 외화라도 벌었으면 좋겠다”라며 웃었다.

이초롬 씨의 바람과 달리, 대동단결한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SK가 웃었다. 오재현은 “원정 같은 분위기가 될 줄 알았는데 (필리핀 팬들이)아반도만 응원해서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오히려 SK 팬들이 벤치 뒤에서 응원가를 따라 불러주셔서 더 열심히 뛰었다.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경기 끝난 후 잠시 얘기해봤는데 파이널도 보러 오신다고 하더라. 응원을 받아 꼭 우승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비록 정관장은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지만, 이초롬 씨가 소망한 ‘외화벌이’ 기회는 남아있다. 정관장은 10일 뉴타이베이 킹스와 상금 25만 달러(약 3억 원)를 두고 3-4위 결정전을 치른다.

#사진_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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