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 잘하는 직원’의 무기 된 업무협업툴 ‘노션’… 아이반 자오 CEO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생산성 도구로 만들 것”
2021년 100억달러 기업가치 인정
AI 접목한 ‘노션 Q&A’ 출시… 사용자 작업공간 정보 총괄하는 사서 역할
#인사관리 플랫폼을 운영하는 리모트(Remote)사는 최근 채용담당자 A씨를 뽑았다. A씨는 경력직이지만, 리모트가 업무협업툴 ‘노션’을 사내 정보망으로 이용하고 있는 덕분에 새 회사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A씨는 ‘노션 Q&A’ 기능을 통해 “회사 채용 과정을 알려줘” “최근 5년간 회사의 디자이너 채용 공고를 알려줘” 등 궁금한 것을 묻고 있다. 노션 Q&A는 데이터베이스(DB)에서 저장된 정보를 찾아주는 인공지능(AI) 기능이다. 인터넷이 아닌 작업공간 내에 쌓여있는 정보에서 답변을 찾아준다.
#명상 앱을 만드는 ‘헤드스페이스’는 과거 구글 독스에서 문서작성을 하고, 이미지는 디자인툴 피그마(Figma)를 열어 작업한 후 이를 다시 한 곳에 합쳤다. 텍스트를 업데이트하려면 구글 독스를, 이미지를 수정하려면 피그마를 열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업무에 노션을 도입하자 텍스트와 디자인을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헤드스페이스 관계자는 “모든 팀원들이 가장 최근에 작업한 문서와 이미지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볼 수 있어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요즘 일 잘하는 직원(일잘러)은 자신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생산성 플랫폼을 잘 활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시중에는 노션, 아사나, 지라, 먼데이닷컴, 슬랙 등 다양한 생산성 플랫폼이 있다. 이중 노션은 특히 MZ세대, ‘일잘러’ 사이에서 생산성 도구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문서, 프로젝트 관리, 일정 관리 등 생산성 기능에 따라 각기 다른 앱을 사용해야 하는 타 플랫폼과 달리 노션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이 모든 업무가 가능한 게 차별점이다.
노션 공동창업자인 아이반 자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조선비즈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노션을 “문서·프로젝트·지식 관리, 협업 데이터베이스를 결합한 종합적인 연결 작업 공간”이라며 ‘레고’에 비유했다. 자오 CEO는 “레고 놀이를 할 때 블록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전혀 다른 완성품으로 탄생한다”며 “노션도 사용자가 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낸다”고 했다. 노션 사용자는 매년 50% 이상 늘고 있다. 포천 500대 기업의 50%, 포브스 선정 클라우드 100대 스타트업의 100%가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효성, 카카오스타일, LG AI연구원, 당근마켓, 쏘카, GS 등이 노션을 이용하고 있다. 국내에는 ‘일잘러는 노션으로 일합니다’라는 책까지 나왔다. 노션이 2020년 선보인 첫 외국어 버전은 한국어다. 당시 미국 다음으로 한국 사용자가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노션은 2020년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이 됐다. 2021년 10월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100억달러(12조961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매출 70% 미국 외 지역서 발생… 한국은 사용자 상위국”
─아직 노션을 모르는 사용자가 많다. 이용자가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은.
“사용자는 노션을 아이디어·회의노트·개인적 성찰을 위한 ‘문서 작성’에, 또 간단히 해야 할 일 목록부터 복잡한 작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많이 쓴다. ‘지식창고’처럼 회사 정보망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선보인 노션 AI도 반응이 좋다. "
─’노션 AI’가 뭔가. 구체적으로 소개해달라.
“노션 AI는 요약, 번역은 물론이고 블로그·설명·이메일 초안 작성, 아이디어 추출, 맞춤법·문법 수정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사용자의 작업공간(워크스페이스)에 저장된 정보를 빠르게 찾아주는 AI 기능 ‘노션 Q&A’가 인기다. 노션 Q&A는 사용자의 작업공간에서 정보를 총괄하는 ‘사서’ 같은 역할을 한다. 가령 작업공간에 오늘 날씨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노션 Q&A는 다른 생성형 AI와 달리 답변하지 못한다. 하지만, 1년 전 ‘나의 일정’ 등 사용자의 작업공간에 있는 정보를 물으면 다른 AI가 답하지 못하는 것을 답변한다.”
─AI를 작업에 접목하는 게 환각 현상 때문에 정확도를 낮추진 않나.
“AI를 노션 시스템에 통합시킨 것은 기능 향상에 매우 중요하다. 노션 Q&A는 정보의 신뢰성을 유지하면서 도구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는 경우 “모르겠다”라고 답하도록 했다.”
─노션의 외국어 버전 출시는 2020년 한국어가 처음이다. 한국 만의 특징과 앞으로 계획은.
“노션은 미국 외 사용자가 더 많다. 현재 사용자의 80%와 매출의 70%가 미국 외 지역에서 발생한다. 노션의 첫 번째 외국어 버전을 한국어로 출시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국에서 견고한 사용자 반응을 확인했고 잠재력을 봤기 때문이다. 한국은 여전히 노션 사용자 상위국이다. 한국 사용자는 특히 좋은 소프트웨어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깊다. 한국에는 지난해 영업, 지원 등의 업무를 하는 사무소를 열었다. 회사의 많은 고객사가 한국에 진출해 있는 만큼 한국 시장의 중요성과 잠재력을 잘 알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 “생산성 향상 방식에는 전 업종 누구나 관심 커”
─노션을 창업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인지과학을 전공한 만큼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심이 많았다. 노션의 사업 아이디어는 대학 졸업을 준비할 무렵 떠올랐다. 당시 친구들이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유일하게 코딩을 할 줄 알았던 나에게 점심을 사주며 이를 부탁했다. 3~4개의 웹사이트를 만들어주다 ‘친구들이 스포티파이로 음악을 듣듯 웹사이트 역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노션은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웹사이트를 만드는 도구로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웹을 직접 만들고 싶은 사람은 소수였다. 당시 투자금도 동이 나며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2015년 직원들을 정리해야만 했다. 이후 사이먼 라스트 노션 공동창업자와 함께 웹사이트 제작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해결책을 줄 도구를 찾고자 코딩에 집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현재의 노션이다. 생산성을 향상하고 협업을 촉진하는 도구는 직업이나 업종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노션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점은.
“노션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필요에 맞게 맞춤화할 수 있는 업무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노션이 웹사이트 제작 도구에서 생산성 도구로 사업모델을 바꾸고, AI를 접목한 것은 개인, 조직, 팀이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노력이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생산성 도구로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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