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주역] 리아킴 “세계가 찾는 ‘K댄스’ 잠재력은 무한대”
원밀리언, 문체부와 안무 저작권 보호 앞장
“K댄스, K팝 이상으로 성장할 잠재력 충분”
동남아시아, 일본 등을 중심으로 불던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K컬처(한국 문화)’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K팝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으로 대변되는 K컬처 뒤에는 이런 콘텐츠를 만들고, 부가가치를 높이며, 유통하는 많은 손길이 있다.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K컬처 주역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안무가들이 해외에 나가 춤을 배워 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젠 세계의 유명 안무가들이 먼저 한국을 찾는다. K팝 아티스트와의 협업도 활발하다.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인기로 안무가의 위상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리아킴(본명 김혜랑)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대표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그런데 안무가의 권리가 가수, 작곡가만큼 잘 보호되고 있는지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스타트는 끊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원밀리언은 김 대표와 윤여욱 대표가 2014년 설립했다. 댄스 스튜디오이면서 안무가 매니지먼트, 콘텐츠 사업도 하고 있다. 안무가라는 존재를 대중에 알리고,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시작했다. 원밀리언은 업계 처음으로 소속 안무가와 전속계약서를 썼다. 현재 서울에 본점, 대전에 지점이 있고 해외 개점도 논의 중이다.
원밀리언은 수강생과 함께하는 댄스 클래스를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성공한 최초의 사례다. 유튜브 붐이 일면서 원밀리언의 안무 영상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렸고, 현재 2600만명이 넘는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영상을 보고 춤을 배우러 오는 수강생 중 70~80%가 외국인이다. 특히 북미 지역 수강생 비율이 높다.
그러나 유튜브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0원이다. 아직 안무 저작권 개념이 없어 원밀리언 안무 영상에서 창출된 수익은 영상에 삽입된 음악을 만든 저작권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K댄스’가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안무 창작가의 권한이 보호되는 생태계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훌륭한 안무가들이 춤만으로 생계 유지가 어려워 떠나는 일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원밀리언 댄스스튜디오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K팝에 이어 ‘K댄스’라는 말이 생겼다.
“이제는 하나의 신(scene)이 되어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유튜브를 통해 원밀리언의 안무가들이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됐고, 엠넷(Mnet)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덕분에 안무가의 활동 영역이 많이 넓어졌다. 그 전엔 백업 댄서 또는 무대 뒤에서 안무를 만들어 주는 역할로만 활동했다면, 지금은 안무가가 정면에 나서서 광고도 찍고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아티스트로 인식되는 것 같아 고무적이다.
또 K팝이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해외 유명 안무가들이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국 시장은 안무가가 할 일이 많다. 미국 팝 시장은 규모는 크지만, 아티스트가 음반을 낼 때마다 방송에서 무대 공연을 하지는 않는다. 한국처럼 모든 활동 곡이 안무가 짜여 있고 음악 방송에 출연하는 시장은 많지 않아, 그 점을 매력적으로 여기는 것 같다.”
―업계 선두주자로서 K댄스를 산업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동안 업계엔 어떤 고충이 있었나.
“춤을 만드는 사람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에 비해 창작자로서 대우를 못 받고 있다고 느껴 왔다. 안무는 돈을 지불하는 작품이라는 인식이 없던 시절도 길었다. 안무가가 기획사에 돈(안무 창작비)을 달라는 말을 하는 것이 껄끄러운 분위기여서 친구에게 매니저인 척해달라고 부탁해 돈을 받은 적도 있다.
안무가가 가수 콘서트에 오르면 수십만원 선의 출연료가 나오지만, 콘서트 준비 때문에 한 달 동안 연습하는데 식대나 교통비마저 지원하지 않는 사례도 빈번했다. 공연용 의상과 메이크업 역시 ‘알아서 하라’, ‘흰 옷으로 맞춰 입고 오라’는 식도 있다. 한 번의 무대를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이 긴 것에 비해 비용 책정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해외는 어떤가.
“해외라고 해서 안무 저작권 개념이 완전히 자리 잡은 건 아니지만, 처우는 국내보다 낫다. 안무가를 전문으로 관리하는 에이전시가 많다. 연예 기획사로부터 연습비를 받고 회당, 시간당 비용이 책정돼 있다. 팝 스타 저스틴 비버의 퍼포먼스 디렉터는 저스틴 비버 콘서트의 지분을 일부 받았다고도 한다.”
―원밀리언은 단순한 춤 학원이 아니라 안무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플랫폼 사업은 다양한 방향으로 준비했는데 교육 플랫폼으로 최종 방향을 잡았다. 오프라인 스튜디오까지 오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K팝 춤을 배울 수 있게 하는 플랫폼인데, 해당 안무를 만든 사람이 직접 안무를 가르치게 하는 방향을 고민 중이다. 안무 저작권자에 대한 증명이 되면서 교육도 되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플랫폼 사업자와 협력하려 한다.
더 나아가서는 안무가들이 저작권을 등기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려고 한다. 이 안무를 내가 짰다는 것을 등록하고 증명해 줄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한데, 세밀한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다 보니 현재 카이스트(KAIST) 등과 함께 연구 중이다. 비슷한 형태의 안무가 나왔을 때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표절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
―안무 저작권 관련 협회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안무가 성명 표기 등 안무 저작권 관련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올해 안에 추진한다고 하는데, 안무가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협회가 있어야 정책을 현실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우리에게 당장 저작권 수익이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관행처럼 굳어진 처우 문제 등을 하나하나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안무 저작권을 강화한다고 하면 ‘이젠 춤추는 데도 돈 내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대중이 즐기는 문화를 침범하면서까지 권리를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산업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안무가들의 창작 환경을 개선하려는 것이 취지다.”
―지난해 미국에서 K팝 기획사를 공동 설립했는데.
“한세민 의장의 제안으로 타이탄콘텐츠 설립에 참여하게 됐다. 처음부터 글로벌 아티스트를 키우자는 방향으로 설정해 미국에 사무실을 냈다. 현지에서 연습생 발굴이 한창이다. 한국에서 제작하지 않아도, 한국인 멤버가 없어도 K팝의 정체성만 있으면 K팝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여러 나라, 여러 인종이 즐길 수 있어야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커진다고 생각한다.”
―K팝이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우려도 있다.
“모든 문화산업은 계속 수직 상승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동안 올라갔으면 잠시 내려갈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상향곡선으로 갈 거라고 생각한다. K팝 산업은 사그라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산업 자체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이브만 하더라도 기존 대형 기획사를 뛰어넘는 성장을 이루지 않았나. 점점 더 큰 회사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본다.
K댄스 역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언젠가는 K팝 시장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인류 역사에서 춤은 음악보다도 먼저 있었다. 춤 문화는 사라진 적이 없다. 춤에 대한 창작자의 권한이나 인식이 아직 저하돼 있을 뿐이지 산업 자체가 작은 산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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