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갈아타기' 유도하는 정부…이통3사 '가입자 쟁탈전' 재현될까 [김준혁의 그것IT 알고싶다]

김준혁 2024. 3.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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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단통법 폐지 앞서
시행령 개정으로 강공 드라이브
차별경쟁 유도 근거조항 마련
최대 50만원 전환지원금 도입 예고
이통3사 적극성 관건
일각선 '이용자 갈라기치·알뜰폰 고사' 우려 제기
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폐지 의지가 확고합니다. 국회 통과가 필요한 폐지 전에라도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통신비 인하 효과를 앞당기겠다는 입장입니다.

차별 경쟁을 위한 예외조항 신설 내용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이 이미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향후 번호이동(이통사 변경)에 대한 이통사의 지원금 상한을 50만원으로 지정하는 세부 기준도 마련될 예정입니다.

사실상 이용자가 이통사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통3사가 가입자 유지 또는 흡수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하도록 하겠다는 설명인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단통법 시행령 개정 속도전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이용자 차별 환경 조성, 알뜰폰(MVNO) 경쟁력 약화 등인데요. 곧 있을 단통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생길 시나리오, 일각에서 제기 중인 우려들 살펴볼까요.

■번호이동에 최대 50만원 지원안 유력
정부는 단통법 내 차별경쟁 유도를 위한 예외조항을 신설한 데 이어 이용자 번호이동 시 이통사가 최대 50만원을 추가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세부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했습니다. 번호이동으로 발생하는 위약금, 심(SIM) 카드 발급 비용, 장기가입혜택 상실 비용 등을 최대 50만원 내에서 이통사가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이통3사가 번호이동 이용자에 '선택약정 또는 공시지원금 + 전환지원금'을 제공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기존 계약을 다 이행하지 않아도 위약금을 물지 않거나 적은 위약금으로 휴대전화를 바꾸거나 통신사를 옮길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셈입니다.

정부는 이 같은 환경 변화를 통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가 알아서 보조금·지원금 경쟁을 펼치길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정부는 오는 11일까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 후 13, 14일경 세부 고시 제정안 의결에 나설 예정입니다.

이통3사 CI. 각사 제공
■이통3사, 이번엔 움직일까
새롭게 단장하는 단통법이 정부가 원하는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선 기존과 같이 이통3사의 적극성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단통법에서도 공시지원금 상한이 없었지만(추가지원금은 공시지원금의 15% 상한) 이통3사가 적극적으로 경쟁하지 않은 것 처럼, 상한을 정한다 한들 정작 경쟁의 당사자인 이통3사가 전환지원금 경쟁에 나서지 않으면 실질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환지원금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책정할지가 관건이겠네요.

통신 업계는 여전히 지원금 경쟁이 단통법 제정 전처럼 활성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미온적인 분위기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원금을 높일 수 있는 캡을 열어준 건데 비용 부담 싸움이라는 점에서 10년 이전처럼 치고받고 싸울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SKT, KT, LG유플러스 로고.
다만 정부가 이처럼 큰 의지를 갖고 움직이고 있는 만큼 이통3사가 계속해서 아무런 반응 없이 상황을 두고 보기도 애매할 처지일 겁니다. 정부는 이동통신 유통업계를 비롯해 이통3사에게도 단통법 시행령 개정 내용이 현장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당부도 전하고 있습니다.

각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이 되겠죠. 3사 중 한 곳에서만 경쟁의 '트리거'를 당기면 나머지 2사도 마냥 가만히 있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 매장 모습. 뉴스1
■"이용자 갈라치기·알뜰폰 생태계 위협" 일각선 우려
일부 우려들도 나옵니다.

지금까지의 단통법 개정 과정을 '졸속 행정'이라고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시민단체 서울YMCA는 이번 50만원 전환지원금 방안에 대해 '이용자 갈라기치'라고 비판했고,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이통3사의 독과점 체제를 견제하며 대국민 통신비 인하를 이끌어 왔던 알뜰폰 대신 다시 이통3사의 독과점 체제를 만들게 될 것이 자명하다"며 재추진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의 우려를 종합하면 △50만원 상한 근거 부족 △전환지원금 대상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미비한 점 △알뜰폰 사업자 피해 가능성 등으로 요약됩니다.

차별을 막기 위해 제정된 단통법의 취지와 다르게 막연한 기준 하에서 사업자가 임의로 지원금을 정하는 등 기형적이고 차별적인 이동통신 가입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서울YMCA 중계시민실은 무약정 알뜰폰 이용자의 경우, 전환비용이 없음에도 이통사 또는 판매점에서 전환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사례 등도 제시했습니다.

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희생은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므로, 정부는 정책 수립과 실행에 있어 알뜰폰은 살려 가면서 보조금 동의 제한 해제 조치에 따른 시장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달했습니다.

쉽게 말해 이번 후속 조치가 이통사(MNO) 간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50만원 내 무차별적인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지급이 알뜰폰 사업 경쟁력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과연 정부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이통3사는 경쟁에 나설까요?

IT 한줄평 : '단통법 새단장' 앞두고 '폭풍전야'

"그런데 말입니다..." IT 관련 정보·소식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때로는 더 깊게 전달하기 위해 해당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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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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