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 사용 안 하니… 판화 찍고 모바일상품권 발행 나선 조폐공사

세종=이신혜 기자 2024. 3.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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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이용 비중 갈수록 줄어…화폐 발행 주수익원이었던 조폐공사 ‘고심’
3년 전에는 모바일상품권 등 매출액 비중, 현금 넘어서기도
판화, 정품인증 사업 등 사업다각화 추진
한국조폐공사에서 제작한 요판판화 '이중섭 작가-흰 소' 작품. /조폐공사 제공

최근 지폐 사용률이 낮아지면서 지폐(현금권) 발행을 주 수입원으로 삼았던 한국조폐공사가 사업을 다각화를 고심하고 있다. 조폐공사는 지폐를 발행하는 기계를 활용해 반고흐, 모네, 다빈지, 이중섭 등 유명 작가들의 그림을 ‘요판 판화’로 제작해 팔기도 하고, 디지털 인쇄 기술을 활용해 정품 인증 및 모바일 상품권 사업을 하는 등 탈(脫) 지폐 방향으로 신사업을 추진한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3년 기준 5만원권 순발행액은 6조9000억원이었다. 이는 전년(8조7000억원)보다 2조원 가까이 줄어든 금액이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였던 2020년(19조1000억원), 2021년(19조 7000억원)과 비교해서는 더 크게 줄었다.

순발행액이 급감한 것은 환수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돈을 시중에 공급하면 은행을 통해 기업·개인에게 갔다가 다시 은행, 중앙은행의 순으로 되돌아온다.

우선 시중금리 상승으로 현금보유 기회비용이 증가한 것이 환수율이 높아진 이유로 꼽힌다. 예비용·가치저장 목적의 화폐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중 대규모로 순발행된 자금이 환수되는 상황이라 환수율은 더 상승했다.

한은은 향후에도 비현금지급수단 확산, 5만원권 유통수명 도래에 따른 손상권 증가 등이 환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래픽=손민균

반면 시중에서 쓰이는 화폐권이 적어지며 발행량은 현저히 줄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액 기준 지급수단별 이용비중을 보면 2021년 현금 이용 비중은 14.6%를 기록해 2019년(17.4%) 대비 2.8%포인트(p) 감소했다.

현금은 신용카드(49.5%), 체크 및 직불카드(16.9%)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체크카드보다 이용 비중이 작아졌다. 현금보다 이용 비중이 작은 계좌이체, 모바일카드, 선불카드 및 전자화폐도 이용 비중은 모두 증가했다.

이처럼 현금 이용 비중이 작아지면서 화폐 발행을 주 수입원으로 삼는 공공기관인 한국조폐공사 입장에서는 향후 일감이 줄어들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매출액 비중은 1950년 은행권(지폐) 100%에서 1997년에는 ▲은행권 45% ▲수표 24% ▲주화 13% ▲특수압인(메달,골드바 등) 8% ▲보안인쇄용지(상품권,수출용지 등) 7% ▲ID(여권,신분증 등) 3%로 변화했다.

이어 2010년에는 ▲은행권 24% ▲ID 21% ▲주화 19% ▲보안인쇄용지 15%·특수압인 11% ▲수표 9% ▲기타 1% 순으로 바뀌었다.

이후 2021년에는 기타 매출(24%)이 은행권(20%)을 앞질렀다. 기타부문에는 모바일상품권과 정품인증 사업 등이 포함된다. 11년 전과 비교해 기타부문 수익 비중이 1%에서 24%로 크게 늘었다. 뒤이어 보안인쇄용지 19%·특수압인 18%·ID 15%·주화 3%·수표 1% 순으로 집계됐다.

그래픽=손민균

조폐공사는 특수압인 매출로 분류되는 메달과 골드바 사업뿐만 아니라, 화폐에서 쓰이는 볼록인쇄 기법으로 그림을 만든 ‘요판판화’ 사업도 시작했다. 화폐(돈)를 찍는 기계로 1000분의 1 mm(밀리미터) 정도의 미세한 선이나 점으로 명암을 구현하는 게 특징이다. 화폐를 제조하는 고도의 인쇄기술을 판화에 적용해 볼록한 질감을 살리면서 희소성을 부여해 한정판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현금 대신 모바일 페이나 모바일지역화폐와 같은 모바일 결제 시스템 이용률이 증가하는 만큼 디지털 시대에 맞는 모바일 상품권 등으로 수익원을 넓혔다. 세계 상위권의 지폐 위변조 방지 기술을 활용해 향후에도 보안기술을 접목한 스마트기기 인식용 보안패턴, 보안정보화 QR패턴 등을 개발해 지폐 외 사업 수익성도 늘린다는 구상이다.

예를 들어 조폐공사는 스마트기기 인식용 특수 패턴 설계 기술로 숨겨진 문양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 등을 개발했다. 결제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저장해 보안성과 신뢰성을 높인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하기도 한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지폐 사용이 줄면서 지폐 발행으로 수익을 얻었던 공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하는 것이 과제”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화폐 제작 기술을 가진 만큼 향후 예술형 주화 같은 신사업으로 시야를 넓히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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