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 성균관장 "5촌도 혼인?…'가족 파괴' 세상 와서는 안돼"[이수지의 종교in]

이수지 기자 2024. 3.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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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근친혼 금지 4촌 이내 축소 개정안 검토' 반발
전국 유림과 규탄 성명 "인륜 무너지고 족보 엉망"
대통령 면담 요청·법무부 앞 1인 시위 나서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종수 성균관 관장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유림회관 관장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03.0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인륜도 모르고, 도덕이 사라지고, 가족이 없는 세상이 와서는 안 됩니다."

법무부의 '근친혼 금지 범위 4촌 이내 축소' 연구 용역을 반대하며 쓴소리를 내고 있는 최종수 성균관장은 "친족 관계를 무력화하는 시도에 대해 성균관은 적극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성균관대 정문 옆 유림회관에서 만나 최 관장은 "과거와 현재가 많은 차이가 있지만, 부모와 자식, 개인과 공동체, 부부, 선배와 후배, 그리고 동료 관계로 요약되는 다섯 가지 인간관계 오륜은 변함없다"며 정부의 법률 개정안 검토에 대해 "인륜이 무너지고 족보가 엉망이 된다"며 반발했다.

최근 법무부는 가족 간 혼인 금지하는 법률을 개정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지난 2022년 '8촌 이내 혼인을 무효로 한다'는 민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아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에 따른 조치다.

'친족 간 혼인의 금지 범위 및 그 효력에 관한 연구'에는 현행 8촌 이내 혈족에서 4촌 이내 혈족으로 근친혼 범위가 축소되는 내용이 담겼다.

성균관은 "개인의 행복 추구라는 미명하에 근친혼의 기준 바꾸면 5촌 사이에도 혼인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결국 4촌 이내도 혼인하는 일이 벌어지며 가족 관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균관은 지난 4일부터 정부과천청사 정문에서 법무부의 '근친혼 금지 범위 4촌 이내 축소' 연구용역을 규탄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번 1인 시위에 대해 성균관은 가족을 파괴하는 법무부 만행을 규탄하는 전국 유림의 뜻에 따라 진행하는 시위라고 설명했다.

이 시위는 성균관 총무처장을 시작으로 법무부가 연구용역을 철회할 때까지 정부 과천청사 정문에서 진행된다. 최 성균관장은 시위 시작부터 셋째 날인 이날도 아침 일찍 시위를 지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종수 성균관 관장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유림회관 관장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03.09. pak7130@newsis.com

성균관 안에서는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최 성균관장은 이번 1인시위에서 성균관이 제작한 전단지들을 공무원들과 시민들이 받아 가는 모습을 보고 잘 해결되리라 기대했다.

"성균관 임원들이나 지방 책임자들 사이에서 성균관장이 법무부에 직접 찾아가 강하게 밀어붙이라는 요구도 있었지만 지금 보니 그렇게까지 안 해도 법무부 관계자들과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면 충분히 정부를 설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 성균관장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 면담을 신청했다. 법무부가 이번 주까지 면담 신청에 대해 답변하지 않는다면 성균관은 전국 유림과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대통령 면담 요청, 법무부 앞 1인 시위, 대규모 규탄 집회 등 강력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최 성균관장은 '근친혼 금지 범위 4촌 이내 축소' 보고서와 이를 찬성하는 의견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보고서에는 '5촌 이상 혈족 간 근친혼과 유전병 발병률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 성균관장은 "족외혼 전통은 인류 문화를 성숙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며 "현재 이뤄지는 계보학적 연구에서 제한된 영역에 한정해 유전병 발병률에 대한 논의가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오랜 인류 문화사에서 경험적으로 정착된 사고방식을 부정하기엔 여전히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근친혼 4촌 축소 주장의 근거로 유교 본산 중국, 파키스탄 등 직계혈족, 4촌 이내 방계혈족만 혼인을 금지한 일부 국가들도 예로 들었다.

최 성균관장은 "불교 발생지 인도에서 불교 전통을 찾아볼 수 없듯이, 유목민족 왕조 청나라를 이어 반전통의 정책을 한동안 유지해 온 사회주의 정권 중국은 이미 유교 전통 문화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며 "현재 중국 혼인 관련 문화를 유교문화 원형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최근 핵가족화로 4촌 이상 친척을 아예 만나지 않는 가정도 적지 않아 4촌 이내 축소에 찬성하는 의견에 대해 최 성균관장은 이웃사촌보다 만나지 않은 형제를 예로 들며 가족간 소통 부재를 문제로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최종수 성균관 관장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유림회관 관장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03.09. pak7130@newsis.com


최 성균관장은 일부 지역에서 활성화하고 있는 모임 '사촌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부 지역에는 사촌끼리 자주 만나지 못하니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촌회'를 만들었어요. 그 모임에서 부모들도 초청하니 부모까지 치면 5촌이 되잖아요. 이런 모임을 권장하면서 친인척끼리 자주 이야기 나눌 기회를 만들어가는 게 바람직하고 생각합니다."

최 성균관장은 1인 가족, 다문화 가족 등 가족이 다양화하는 현대사회에서도 변하지 않는 인륜과 가족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가족은 내가 사회생활을 하고 대외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관계이자 혈족"이라며 "효로 충만한 가정이 사회 기반이 되고 국가의 기초가 되면 편안하고 갈등 없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는 우리에게는 사회가 변화하는 가운데에서도 변화해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과 숙고가 필요해요, 유교에 말하는 다섯 가지 인간관계 오륜은 인류가 존속하는 한 변함없이 유지될 것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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