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의 '고대 10번' 물려받은 권순형, 이을용에게서 프로를 배우다 [권순형 은퇴인터뷰①]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373경기. 한국 축구 최상위 무대에서 373경기를 나오기 위해서는 30경기를 12년간 꾸준히 나와도 부족하다. 그것도 대학교 4학년을 모두 마치고 프로에 와 가장 활동량이 많은 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로 37세의 나이까지 뛰며 이룬 출전 경기수이기에 더 의미가 크다.
고대 10번으로 주목받던 유망주는 K리그 두 팀에서 주장을 역임하는 리더였다 동기들이 모두 은퇴한 2023시즌까지 활약한 후 은퇴를 선언했다.
15년간의 프로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도자로써의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권순형(38)을 만나 그의 축구인생 소회를 들어봤다.
박주영의 '고대 10번' 물려받은 권순형, 이을용에게서 프로를 배우다 [권순형 은퇴인터뷰①]
제주에서의 전성기, 두개팀 주장 역임한 '대졸 373경기'[권순형 은퇴인터뷰②]
'K리그 373경기' 권순형의 축구철학과 유소년 멘토로써의 꿈[권순형 은퇴인터뷰③]
▶고교 입학때 '고려대 05학번' 일기장에 적고 꿈을 이루다
6살 많은 형을 따라다니며 공을 차던 운동신경 좋던 꼬마는 마침 서울 다니던 서울 잠원초등학교에 축구부가 창단하면서 자연스레 축구선수의 꿈을 꾸게 된다. 축구명문인 동북중, 동북고 코스를 탄 권순형은 2001년 대한축구협회 중등부문 올해의 선수상까지 수상할 정도로 촉망받는 유망주로 인정받았다. U-17 대표로 러시아 국제대회에서 러시아, 폴란드 등을 이기고 한국의 우승을 이끌고 AFC U-17 챔피언십도 한국의 우승에 견인하며 한국을 넘어 국제 무대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각인받은 권순형.
이후 K리그 100골로 은퇴한 양동현, '미친 왼발' 이상협, 울산 현대의 조수혁 골키퍼 등 동기들과 함께 유소년 시절 전국 무대를 휩쓴 권순형은 "저희 때만 해도 프로 직행보다는 대학을 가는게 당연시됐어요. 그래서 동북고 입학 당시 일기장에 '고려대 05학번 권순형'이라고 썼었죠. 당시만 해도 머나먼 꿈처럼 고려대를 목표로 했는데 정말 3년 후 고려대에 입학하게 됐죠"라고 어린시절을 추억했다.
재밌는 일화도 있다.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에 대학 진학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권순형은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하고 전전긍긍했었다고. 그러나 사실 이미 고려대 측과 학교 감독, 권순형의 부모님은 교감을 마친 상황이었고 진학도 확정했는데 권순형이 나태해질까봐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친구들은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데 저 혼자 조마조마했죠"라며 웃은 권순형이다.
▶박주영이 떠난 후 '고대 10번'을 물려받다
고려대 진학한 권순형의 1년 선배가 바로 박주영이었다. 당시 박주영은 이미 '축구천재'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고 대학교 1학년임에도 청소년대표를 거쳐 A대표팀에 발탁된 선수였다. 권순형은 박주영이 프로에 진학하기 전 함께 동계훈련을 하며 '대스타'인 직속 선배를 동경의 눈으로 바라봤다고.
권순형은 "그런 대단한 선배들이 있는데 저는 신입생 때 훈련을 따라가기도 벅찼죠. 경기는 못나가고 저 혼자 기량이 안된다는 생각에 밤에 고려대 운동장에서 혼자 공을 차다 답답한 마음에 그대로 누워 밤하늘을 바라봤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네요"라며 대학교 신입생 시절을 회상했다.
혼자 훈련하지만 항상 상황을 설정하고 자신만의 싸움을 하며 기량을 키워간 권순형. "노력을 하면 정말 기량이 늘어나는 것도 있겠지만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요. 그것들이 쌓여서 경기장에 가끔 나가더라도 이전보다 나은 플레이를 보일 수 있는거죠"라고 말하는 권순형의 이런 노력하고 또 노력한 모습을 지켜본 이가 있었다.
바로 고려대 조민국 감독. 당시 고려대 조민국 감독은 박주영이 프로로 떠난 후 그가 달던 등번호 10번을 1년간 비워둔다. 이천수, 박주영 등이 거쳐간 에이스의 상징인 10번에 어울리는 선수가 없다고 판단했던 모양. 하지만 권순형이 2학년에 진학할 때 3,4학년 선수들을 넘어 등번호 10번을 2학년 권순형에게 배정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려요. 동기들이나 3,4학년 선배들도 놀랐고 저도 놀랐죠. 왜 저에게 박주영 선배가 달던 10번을 1년이나 비워놓고 저에게 줬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부담 반, 뿌듯함 반이었죠."
그렇게 고려대 3년간 등번호 10번을 달고 그 기대와 명성에 누가 되지 않는 최고 유망주로 대학무대를 평정한 권순형은 이 활약을 바탕으로 권순형이 대학을 졸업한 시기인 2009년 창단한 강원FC의 우선지명 선수로 프로 무대에 진입한다.
▶말년의 이을용과 함께한 프로 시작
강원의 창단 멤버로 최순호 감독과 선수생활 말년을 보내던 이을용, 정경호 등과 프로 생활을 시작한 권순형.
"최순호 감독님의 축구는 다른 분들과는 달라요. 이건 최순호 감독님과 해보신 선배들도 똑같이 말하더라고요. 역할 분담이 철저하게 되어 있는 축구인데 프로 첫해인데 그동안 해보지 않은 축구에 적응까지 하느라 쉽지 않았죠."
프로 데뷔전도 잊히지 않는다고. 2009년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문학경기장 원정이었는데 마침 포지션 경쟁자이자 대선배인 이을용이 경고누적으로 나오지 못하자 벤치를 지키던 권순형에게 기회가 갔고 선발출전했다. "원정 경기를 가면 이을용 선배와 룸메이트를 많이 했는데 그때도 경기전날 을용 선배님이 저에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하고 경기장에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당부하던게 떠올라요"라며 회상했다.
"축구 팬들은 이을용 선배를 거칠게 보시는데 정말 과묵하시면서 따듯한 분이예요. 대신 상대 선수가 거칠게 굴면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우리 선수들을 보호해주는 선배였죠. 같은 팀일 때 그 누구보다 든든했던 선배라는건 모두가 인정할거예요. 물론 장난스럽게 뒤통수는 많이 때리시지만 그건 다 애정표현이시죠"라며 웃는 권순형은 이후 제주에서 수석코치와 주장으로써 이을용과 만나기도 했다.
당시 강원은 창단팀이라 시스템이 잡혀있지 않고 숙소도 모텔을 쓰는 등 환경도 열악해 결코 쉽지 않은 팀이었다고. "지는 것부터 배웠다"고 말한 권순형은 최순호 감독과 이을용, 정경호 등과 함께하며 그래도 프로 첫해부터 15경기에 출전하며 자리를 잡았고 이후 2년 연속 25경기 이상 나오면서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편 '제주에서의 전성기, 두개팀 주장 역임한 '대졸 373경기'[권순형 은퇴인터뷰②]'에서 계속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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