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시행 일주일…준비 부족에 곳곳서 '혼선'
늘봄 위해 교실 내 줘…빈 공간 찾아 방황
프로그램 준비 부족…만족도는 낮아
프로그램 실망…늘봄학교 신청 취소도
전교조 "취지 공감…충분한 준비 뒤 시행해야"
기대와 우려 속에서 지난 4일 첫발을 뗀 늘봄학교가 시행 일주일을 맞았다.
당초 우려됐던 공간·인력 부족 문제가 현실화하면서 교사들은 불편을, 양질의 돌봄을 기대했던 학부모에게는 실망감을 주고 있다.
인력·공간 해결 못한 늘봄학교…교사들 '고통'
경기 용인시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인 A교사는 정규수업과 점심시간이 끝나는 오후 1시가 되면 학생 24명을 하교, 늘봄 1·2반, 돌봄 등 4개 그룹으로 나눠 학부모, 늘봄 담당 기간제 교사, 돌봄전담사에게 인계한다. 인계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2시간.
이후에는 다음날 수업 준비를 위해 노트북을 들고 빈 공간을 찾아 헤맨다. 평소에는 교실에서 데스크탑으로 수업 준비를 하지만 늘봄학교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1학년 교실을 교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은 교실을 내줘야 한다.
빈 공간을 찾아도 바로 수업준비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요일별로 늘봄학교를 신청한 인원이 달라서 일반 출석부와는 별도로 '방과 후 출석부'를 작성해야 한다.
A교사는 "늘봄학교를 시작한 이후 수업 준비보다 늘봄 업무에 들어가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며 "교육부나 교육청의 설명대로라면 모든 게 늘봄학교 담당 기간제 교사가 맡아야 할 업무지만, 기간제 교사가 업무에 숙달되지 않아 1학년 담임들이 부담을 떠안고 있다"고 토로했다.
교사들은 고생하는데, 학부모 만족도는 '글쎄'
교사들이 고생하는 만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도 아니다.
늘봄학교를 신청한 학부모 김모(41·여)씨는 "아이가 집에 돌아와서는 수업시간에도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어 엉덩이가 아픈데, 수업이 끝나고도 계속 의자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고 하소연을 했다"며 "아이가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 계속 늘봄학교를 받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양모(40·여)씨는 "지난 5일 아이가 방과후 수업으로 공놀이 수업을 받았는데, 고학년이나 할 수 있는 패스 주고 받기를 했다"며 "초등학교 1학년생에 맞는 수업을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고 했다.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초1 맞춤형 프로그램과 방과후 수업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만족하지 못해 신청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교사노동조합 관계자는 "돌봄은 조건이 까다롭고, 방과후 수업은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반면 늘봄학교는 무료로 누구나 신청할 수 있어 수요가 많았다"면서 "실제 수업을 들어보니 기대만큼의 양질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많게는 학급당 2~3명씩 늘봄학교를 취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늘봄학교 안착 위해선?…충분한 준비 필요
늘봄학교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인력·공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초 정부는 2025년 늘봄학교를 전면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1년 앞당겨 늘봄학교를 추진했다. 일선 학교와 교사들이 인력·공간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한발 앞서 늘봄학교를 준비한 일부 학교의 상황은 다르다.
지난해 늘봄학교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성남시 불정초는 시범사업 기간에 늘봄학교 행정 업무를 담당했던 기간제 교사를 올해도 채용했다. 기간제 교사의 업무 이해도가 높은 덕분에 초1 담임들의 도움 없이도 늘봄학교 운영이 가능하다.
또 학급당 학생 수를 조정해 미리 교실 1곳을 비워 늘봄학교 전용 공간으로 사용하고, 다른 학교가 기간제 교사 채용에 열을 올리는 동안 프로그램 강사를 선발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불정초 유영 교감은 "지난해 시범사업을 운영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사전 준비 덕분에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성남은 학생수가 많은 만큼 강사나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기 용이하지만, 비도심 지역은 우리보다 더 많은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늘봄학교를 당초 계획대로 2025년부터 전면 추진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출산율 저하와 학부모들의 고생을 고려하면 늘봄학교가 꼭 필요한 정책임을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돌봄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걸쳐 인력·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한 뒤 정책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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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준석 기자 lj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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