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은 얇게, 승부욕은 두껍게'... 서한솔의 '냉정과 열정 사이'[스한 인터뷰]
[인천=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미녀 당구선수', '당구계의 한가인'. LPBA(여자프로당구) 서한솔(26·블루원리조트)을 부르는 또다른 수식어다. 20대 선수에겐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감사한 별명일 수 있지만 이런 별명도 성적이 나오지 않을 경우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 번 쏟아진 관심은 쓴소리로 돌아와 그를 괴롭혔다.
대형 신인으로 프로당구계에 입문한 서한솔. 수많은 스포트라이트의 부담감에 긴 부진에 빠졌던 그가 이를 모두 타파하고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4년5개월만의 결과다. 전보다 승부욕은 더 뜨거워졌고, 샷은 더 날카로워진 서한솔은 이제 시즌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다시 큐를 든다.
스포츠한국은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LPBA 월드챔피언십 2024 개최 전 인천의 당구클럽에서 서한솔을 만나 올 시즌 부활과 월드챔피언십, 그가 생각하는 '당구'에 대해 들어봤다.
▶2019 돌풍의 신인, '4년5개월'을 견디고 다시 태어나다
서한솔의 2019년은 그야말로 '돌풍'이었다. 2018년 대한당구연맹 선수 등록 이후 기대주로 성장하던 서한솔은 1년4개월 만인 2019년 4월, 인제오미자배 3쿠션 페스티벌 여자부문 결승에 진출해 당시 아마추어 정상급 실력자인 김민아와 맞붙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해 프로로 전향해 LPBA에 입성한 후에도 시즌 두 번째 대회 신한금융투자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세 번째 대회 웰컴저축은행 웰뱅 챔피언십에서 3위를 차지하며 특급 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하지만 서한솔은 이후 긴 부진의 늪에 빠지며 LPBA 중심에서 멀어졌다. 지난 2월 열린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 2024 준결승에 오르며 다시 '4강'의 지위를 회복하기까지 무려 4년5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2019년 당시에는 쟁쟁한 선배들과의 대결에 '이기면 잘한 거고, 지면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잃을 게 없는 사람처럼 씩씩하게 쳤다. 하지만 이후 자신감을 잃고 성적의 무게감에 묶였다. '더 당당하게 쳤다면 빠르게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서한솔이 부진 속에서 넋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20년 입단한 팀리그 구단 블루원리조트에서 엄상필, 강민구 등 선배들의 조언을 습득하며 당구 내공을 쌓아갔다. 그 중에서도 서한솔에게 가장 힘이 된 존재는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였다.
"피아비 언니는 평상시에 친언니 같으면서도 경기 중에는 굉장히 영리하고 열정적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역전승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보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준다. 직전 크라운해태 대회에서도 '한솔 동생, 어떻게든 올라와. 결승에서 꼭 만나자'며 진심으로 응원해줘서 큰 감동을 받았다."
4년 넘게 절치부심하던 서한솔은 마침내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 1라운드부터 '돌아온 당구스타' 차유람을 꺾더니 한수아와의 2라운드를 11이닝 만에 끝내고 LPBA 역대 애버리지(이닝 당 득점) 2위에 해당하는 2.273을 기록했다. 8강에서는 당시 시즌 랭킹 1위였던 사카이 아야코(일본)마저 잡는 이변을 쓰고 4강에 올랐다.
서한솔은 이전 대회와 다른 마음가짐을 갖고 임했던 것이 파죽지세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LPBA 선수들의 경기력이 2019년에 비해 매우 상향됐다고 본다. 4강까지 오르는 과정의 난이도가 훨씬 높아졌다. 그래서 32강 이전까지는 앞선 대회와 같이 마음을 비우고 치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32강부터 갑자기 '질 수 없다,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피어올라 승리에 대한 열망을 비울 수가 없었다.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뿜어져 나와서 신기했다."
▶서한솔을 깨운 김민아의 한마디, 월드챔피언십으로 이끌다
질주하는 서한솔을 4강에서 마주친 상대는 다름 아닌 김민아였다. 2019 인제오미자배 결승을 떠올리게 하는 두 선수의 만남. 김민아를 4강 이상의 단계에서 마주치는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었던 서한솔은 남다른 각오로 결전에 임했다.
"성적이 저조하던 2년 전에 민아 언니와 함께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언니가 그 자리에서 인제 오미자배 결승전을 떠올리며 '한솔이 네가 당시 정말 씩씩하고 모든 공을 다 맞힐 듯한 느낌을 줬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그 다음 '그래서 더 빠르게 성장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성적이 저조하다'고 솔직하게 말해주더라. 그 후로 이따금씩 언니의 말을 떠올리며 자극제로 삼고 부진의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4강 맞대결 전에도 언니를 대회에서 만난 적은 있었지만, 높은 위치에서 만났을 때 성장했음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서한솔의 다짐대로 두 선수의 4강전은 불꽃 튀는 접전이었다. 서한솔이 11-4로 1세트를 가볍게 가져가자, 김민아가 11-6으로 2세트를 따내며 균형을 맞췄다. 이후 서한솔은 3세트 101-11, 4세트 7-11로 무릎을 김민아에게 아쉽게 역전패를 당했지만 3,4세트 모두 끝까지 승자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박빙이었다. 김민아가 3,4세트 막바지에 결정적인 뱅크샷(2점)을 성공하지 못했다면 서한솔이 승리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차이였다. 서한솔은 비록 패했지만, 남다른 의미였던 김민아와의 대결에서 자신의 성장을 확실히 증명했다.
"민아 언니가 경기 종료 후 가볍게 포옹을 한 후 웃으며 말을 했는데 당시 현장 소음으로 인해 잘 듣지 못했다. 짧지 않은 말이었기에 나중에 중계 영상을 다시 돌려봤는데 언니의 얼굴이 잡히지 않아 입모양으로 추측도 할 수 없었다. 당연히 좋은 내용이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도 언니가 했던 말이 무엇인지 궁금한 것은 사실이다."
서한솔은 이어 "얻은 게 정말 많은 대회였다. 마음을 비울 때보다 의욕을 갖고 경기에 임할 때 결과가 좋다는 것을 느꼈다. '연습을 대회처럼, 대회를 연습처럼'해야 한다고 말하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대회는 대회'라고 생각한다"며 "연습 때의 심리 상태가 박빙의 순간에 동일하게 나올 수 없다. 연습했던 스트로크(당구에서 큐로 공을 치는 것)를 시합에서 제대로 선보이지 못하는 상황을 직전 대회에서 무수히 겪으며 길 선택, 스트로크, 두께, 속도 등 다양한 부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야 함을 느꼈다. 이 점에서 성장했다는 것을 다가오는 월드챔피언십에서 보여줄 생각에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한층 성장한 서한솔의 주무기는 끓어오르는 승부욕과 반대되는 '냉철한 샷'이다. 그는 "얇은 두께의 샷을 깔끔하게 치는 것이 강점이다. 긴장되는 상황에서 고난이도의 샷을 깨끗하게 처리하면 상대에게 큰 위압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서한솔은 이런 순간에도 침착하구나'라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참착한 분위기의 선수를 상대하면 두렵다. 그런 상대에게 득점 기회를 열어주면 어떤 공이든 점수로 이어질 듯한 예감이 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한솔은 이날(9일) 제주도 한라체육관에서 열리는 LPBA 월드챔피언십 2024에서 E조에 속해 백민주와 오후 2시30분부터 대회 첫 대결을 펼친다. 최종 챔피언을 정하는 시즌의 피날레. 서한솔은 직전 크라운해태 LPBA 챔피언십에서 4강에 오른 덕에 월드챔피언십에 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월드챔피언십에서는 만나는 상대에 신경 쓰기보다는 직전 대회에서 깨달은 것들을 제대로 적용해보고 싶다. 새로운 요소를 배우면 시합 전까지 모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이 안정적인 심리 상태를 오래 유지한다면, 성장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직전 대회를 치르며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꼈는데, 그 사실 자체가 내게 큰 즐거움이다. 아직 배울 게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팬 분들에게도 결과로 보답할 수 있는 '욕심쟁이 선수'가 되고 싶다."
심심하거나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 노래하는 것을 즐긴다는 서한솔. 그의 애창곡은 모험을 좋아하는 해적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소년만화 '원피스'의 주제가 '우리의 꿈'이다. 당구를 대하는 서한솔의 태도 역시 만화 주인공의 생각처럼 당찼다.
"두 선수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공으로만 대화하는 것이 재밌어서 당구에 빠져들었다. 이 종목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시작할 때 느꼈던 즐거움이 더 진해진다. 그렇기에 당구는 내게 '모험'이다. 모험을 통해 하나씩 수집하고 알아가는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그 모험이 험난해서 다치는 경우가 있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다음 걸음을 내딛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게 서한솔이 그리는 당구의 세계관이고, 원하는 미래의 모습이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치어리더 김현영, 속살 다 보이는 수영복 입고 가슴골 노출…명품 골반 라인 - 스포츠한국
- 오또맘, 속옷만 입어도 예쁜 몸매 "완벽 애플힙" - 스포츠한국
- 박규영, 매끈 탄탄한 슬렌더 몸매…물기 어린 모노키니 - 스포츠한국
- 롯데의 2024시즌 리스크… '사생활 논란' 나균안이 흔들리면 큰일이다 - 스포츠한국
- 치어리더 안지현, 비키니 맞아? 겨우 가린 침대 셀카 '아찔' - 스포츠한국
- 손석구X김성철 '댓글부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실적 서스펜스 극대화"[스한:현장](종합) - 스
- 2스트라이크 이후 대처, 이정후가 천재인 이유[초점] - 스포츠한국
- 이유애린, 비키니로 가리기 힘들어…아찔한 몸매 인증 'CG인 줄' - 스포츠한국
- [인터뷰] '파묘' 김고은 "굿 연기 칭찬에 몸 둘 바 몰라…책임감 느끼죠" - 스포츠한국
- [인터뷰]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한국 관객 큰 사랑 이유? 부산국제영화제 도움 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