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자 지키는 동료 위협은 의사답지 않다

조선일보 2024. 3. 9.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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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18일째 진료 현장을 떠나면서 의료 공백 사태가 커지고 있는 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 공간 앞으로 의료진과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2024.3.8/뉴스1

의사·의대생이 사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병원에 남아서 환자를 돌보는 전공의 명단 등을 공개한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작성자는 환자 곁을 지키는 전공의들을 조롱하듯 ‘참의사’라고 했다. 이 글은 커뮤니티 내 의사 게시판에 올라왔는데 이 커뮤니티는 의사 신분이 확인돼야 가입할 수 있다고 한다. 전공의가 올린 글일 가능성이 높다. 이후 여기엔 “(남은 전공의) 이름 다 확보해달라” “평생 박제해야 한다”는 댓글이 달렸다고 한다. 진료 거부에 참여하지 않는 전공의들을 색출하고 위협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노조원들을 협박하고 폭행하는 민노총 행태와 다를 게 없다.

이 커뮤니티엔 지난달 19일 전공의들에게 ‘사직 전 (병원) 업무 자료를 삭제하라’고 종용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경찰은 이 글 작성자도 의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 경우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의사가 병원을 마비시킬 수도 있는 행동을 종용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극소수 전공의들의 일탈 행위이겠지만 환자 생명을 지켜야 하는 의사가 할 일은 아니다.

의사들이 환자 생명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노조 불법 파업보다 심각한 문제다. 어떤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거기에 더해 집단행동에 불참한 동료들을 위협하고 진료를 방해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었다. 우리 사회 최고 지식인인 의사들마저 이런 식으로 자신들 집단 이익을 지키려 한다면 개탄스러운 일이다.

서울대 의대 김정은 학장은 최근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전공의 병원 복귀를 누구도 비난하거나 방해해선 안 된다”며 “현시점에서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 병원의 메시지는 ‘대한민국 국민 건강을 책임진다’여야 한다”고 했다. 이 말에 더하고 뺄 것이 없다. 의사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할 수 있다. 그 뜻을 이루려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지금 의사들은 국민 설득에 성공하고 있나, 그 반대인가. 의사들이 병원으로 돌아와 ‘국민 건강을 책임진다’고 선언하고서 정부와 대화하면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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