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지지자들이야말로 무간지옥에 갇힌 게 아닐까?
[서민의 정치 구충제] 유죄 판결에도 ‘묻지마 지지’ 조국의 탐욕은 끝이 없다
‘국민을 가재, 개구리, 붕어로 아는 사람.’ ‘개콘 분발해라. 또 망하게 생겼다.’
한 군소 정당이 내놓은 강령 하나에 많은 이가 충격을 받았다. 내용이 이상한 건 아니다. “대학 입시를 비롯하여 공무원이나 공공 기관 직원 등 각종 선발 과정에서 지역별, 소득별 기회 균등 선발제를 확대한다.” 이 좋은 글귀에 조롱이 쏟아진 이유는, 강령 주체가 조국 전 교수가 만든 조국혁신당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지겨울 만도 하다. 법무장관에 지명된 조국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그 가족의 추악한 실체가 드러난 게 2019년 8월, 무려 4년 7개월 전이니 말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바로 장관직을 포기했을 테지만, 조국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버텼고, 민주당은 “온 가족을 멸문 지경까지 몰아붙이고 있다”며 검찰을 비난했다. 그 지지자들은 서초동에 모여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외쳤다.
이른바 ‘조국 사태’의 시작인 그때만 해도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했다. ‘법원 판결에서 유죄가 나오면 조국 사태는 끝날 거야.’ 2020년 12월, 조국의 아내 정경심씨가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딸과 아들의 입시 비리에 관여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구매하는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했고,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는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심지어 조국 측은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이들에게 ‘정치적 목적을 위해 허위 주장을 했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는데, 1심 판결문은 이들이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꾸짖었다. 하지만 조국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조국과 그 지지자들이 종전 주장을 거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2심과 대법원이 정씨의 4년형을 확정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조국 사태는 ‘조국의 강’이 됐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정경심에 이어 조국마저 유죄를 받는다면, 조국 사태는 끝날 거야.’ 2023년 2월, 1심 재판부는 입시 비리와 ‘청탁에 따라 감찰을 중단한 직권 남용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조국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며 그를 질타했다. 올 2월 열린 2심에서도 형량은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이 사실관계를 다투는 대신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의 위반 여부를 따진다는 점에서, 조국의 유죄판결은 이미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조국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조국과 그 지지자들이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억울함을 호소하는 방식이 사뭇 달랐다. 첫째,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나만 더럽냐?’며 다른 사람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따님의 경우는 저의 딸과 달리 각종 의혹, 논문 대필, 해외 에세이 대필 등등 있었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이 되었습니다.” 이건 번지수가 틀린 물타기였다. 성적이 안 좋아 위조까지 해야 했던 조민과 달리, 한동훈의 딸은 송도국제학교에서 내신 만점에 미국 대학 입학 시험(ACT)도 만점을 받아 MIT에 합격한 것이니까. 그녀가 쓴 논문은 고교생 수준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아카이브였고, 미국 명문대 입시에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대필 의혹도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 벤슨(Benson)이란 이름을 가진 케냐인이 ‘내가 썼다’고 주장하긴 했지만, 한겨레의 취재 요청에 벤슨은 ‘사례금을 주면 취재에 응하겠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 말에 취재를 중단했다. 한겨레가 돈이 없어서 그랬을까? 그랬을 수도 있지만, 한겨레가 한동훈 당시 법무장관을 끌어내리려 혈안이 됐던 점을 감안하면, 벤슨이 신뢰할 만한 정보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랬을 확률이 높다. 제대로 된 언론사라면 자기들이 취재를 못 한 부분은 기사로 내선 안 된다. 그런데 한겨레는 벤슨의 주장을 그대로 기사화했고, 좌파는 대필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이를 확대 재생산했다. 아무리 사시 노 패스지만, 조국은 이게 위조 서류를 대학에 제출해 업무방해죄를 위반한 조민과 같은 경우라고 생각하는 걸까?
둘째, 과거 한명숙 전 총리나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그랬던 것처럼, 조국도 현실 밖에 존재하는 ‘진실의 법정’을 찾기 시작했다. “법률적 해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비법률적 방식의 명예회복에 나서겠다”는 말이 바로 그것. 이번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자신의 무죄가 입증되는 것과 같다는 논리다. 관대한 판사님이 ‘도주 우려가 없다’며 법정 구속을 시키지 않은 덕에 조국은 결국 신당을 창당할 수 있었고,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아가면서 자기 이름을 당명에 넣었다. 수많은 정당이 난립할 비례 투표에서 조국당을 알아보기 쉽게 하기 위함이었다. 당의 상징색은 ‘트루블루’로 정했는데, 조국은 이게 광주의 하늘을 뜻한다고 우김으로써 자신에게 호의적인 호남에 추파를 던졌다.
“지난 5년간 무간지옥 속에 갇혀 있었다.” 창당 대회에서 조국이 한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조국의 지난 5년은 ‘끊이지 않는 SNS’ ‘강의도 안 하며 월급 받는 서울대 교수’ ‘북 콘서트를 가장한 앵벌이’ ‘뜬금없는 턱걸이’ 등등. 이런 게 무간지옥이라면, 지옥도 그 나름대로 살 만한 곳이 아닐까 싶다. 정치를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돈, 그래서 조국은 지지자들에게 호소한다. 후원금은 다다익선이니 후원 좀 해달라고. 조국은 많이 가진 자다. 2019년 가족 재산으로 56억을 신고했는데, 그중 34억이 현금이었을 정도다.
그런데도 그는 탐욕이 끓어 넘친다. 2019년 7월 26일, 민정수석을 마치자마자 서울대에 팩스로 복직 신청서를 낸 그는 법무장관 지명 전까지 15일 치 월급을 챙겼고, 2019년 10월 14일 법무장관을 그만두자마자 팩스로 복직 신청서를 내 그달 치 월급을 챙겼다. 심지어 서울대에 가기 전, 울산대와 동국대에서 이중으로 월급을 받은 적도 있다. 이뿐이 아니다. 30만부가 넘게 팔린 ‘조국의 시간’을 비롯해 조국은 책을 4권 냈고, 위에서 언급했듯 북 콘서트를 통해 돈을 긁어 모았다. 그런가 하면 정경심씨는 2억4000만원에 이르는 영치금을 걷은 것도 모자라, 혼자 슬퍼한다느니 하는 책을 냈다. 조민은 유튜브로 수익을 올리는 것도 모자라 오늘도 나아가느니 어쩌느니 하는 책을 냈다. 조국 지지자들의 허리가 휠 법한 상황, 그런데도 조국이 정치를 한답시고 돈을 또 걷는다니, 조국 지지자들이야말로 무간지옥에 갇힌 게 아닐까?
조국당 창당 대회에서 조국이 말한다. “동지 여러분께 묻습니다. 대한민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방해물이 조국입니까?” 지지자들은 ‘윤석열’을 외쳤지만, 정상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 질문에 답한다. 아니야, 그건 바로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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