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아프리카 모범생
임기 만료를 앞둔 현직 대통령이 코앞에 닥친 대선을 연기, 극심한 정치 불안에 시달렸던 서아프리카의 세네갈이 가까스로 정국(政局) 정상화의 길을 찾게 됐다. 세네갈 정부는 7일 “마키 살 대통령이 6일 저녁 열린 각료 회의에서 새 대통령 선거 날짜를 3월 24일로 다시 정했다”고 발표했다. 세네갈의 최고 법원인 헌법위원회도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이달 24일에 대선을 실시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세네갈은 본래 지난달 25일 대선을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살 대통령이 대선을 불과 3주 앞둔 2월 3일 돌연 ‘대선 연기’를 발표했다. 뒤이어 집권 여당이 주도하는 의회가 대선일을 12월 15일로 대폭 미루고, 4월에 만료되는 살 대통령의 임기도 8개월간 연장키로 의결했다. 야당과 시민들은 이를 집권 연장 의도로 보고 즉각 반대 시위에 나섰다. 수도 다카르는 물론 전국에서 시위가 잇따랐고, 진압 과정에서 네 명이 사망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그러자 세네갈 헌법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헌법위원회는 같은 달 15일 “현행 헌법상 대선은 현직 대통령의 임기 만료(4월 2일) 이전에 반드시 치러져야 한다”며 대선 연기는 물론 대통령 임기 연장을 모두 위헌 결정했다. 살 대통령은 부랴부랴 지난달 26일 정계와 시민사회와 종교계 지도자들을 총망라한 ‘국민 대화’를 소집, 6월 2일 대선을 치르는 안을 내놨으나 헌법위원회는 재차 위헌 결정을 냈다. 결국 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3월 24일로 대선일이 정해졌다.
프랑스 매체들은 “입법부를 장악한 집권 여당이 정권 재창출을 위해 무리하게 대선 일정을 조정하려다 국민 여론을 등에 업은 사법부에 의해 제지당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세네갈이 아프리카에서는 드물게 오랜 민주주의 전통의 저력이 있어 사법부의 견제가 가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네갈은 1959년 프랑스에서 독립했다. 독재와 유혈 쿠데타가 다반사로 벌어진 다른 주변 국가들과 달리 서구식 민주주의가 비교적 안착하면서 선거를 통해 권력이 교체돼 왔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의 민주주의 우등생’이란 평가도 받아왔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정부 일각에서 “선거 준비를 위한 시간이 부족하다”며 이달 31일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으나 “가능한 한 빨리 대선이 실시되어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24일로 날짜가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바시루 디오마예 파예 등 야권 후보들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다. 살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로,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인 아마두 바 총리는 선거 운동에 전념하기 위해 이날 총리직에서 사퇴했다. 대선 관리를 맡게 된 새 총리로는 시디키 카바 내무부 장관이 임명됐다. 24일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가 2차 투표를 벌인다. 2차 투표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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