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의 달달하게 책 읽기] 믿었던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은 당신께
공지영의 신작 에세이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해냄)에서 가장 감동적인 대목은 비교적 초반에 나오는 아들과의 화해에 대한 얘기다.
“그 일을 두고 논쟁했던 막내아들에게도 사과했다. 아들은 잠시 멈칫하며 놀라는 듯하더니 곧 웃고 말았다. 고마웠다.”
짧은 대목이지만, 만감이 교차했다. 이 막내아들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같이 시민운동을 했던 나의 동료였다. 공지영과 아들의 논쟁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비롯된 것이다. 그 사태 당시 공지영과 비슷한 경험을 나도 했다. 내 주변의 20대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도 내게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그런 청년들의 시선을 보면서, 나는 조국을 지지할 수 없었다.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과거 그를 지지하던 사람들은 많은 상처를 받았다. 결국 공지영은 동백꽃이 좋은 지리산 어느 마을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위기에서 개 한 마리를 구해준 후, 동백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공이라는 자신의 성을 붙여 딸로 삼는 공동백 얘기는 여성으로서 공지영이 살았던 한국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성(姓)이 다른 세 자녀를 키운 공지영은 결국 개에게 자신의 성을 물려준다.
옆에 늘 사람이 많았던 인기 작가가 서울 집을 팔고, 하동으로 이사 간 이후의 심경을 따라가며 읽으면, 절망 아니 피곤함 속에서 번아웃된 영혼이 조금씩 생기를 찾아가는 과정이 보인다. 이스라엘 여행기는 이 무겁고 피곤한 얘기에 보탠 맛난 양념 같은 것이다. 예수의 삶과 자신의 피곤함을 대비시키면서, 공지영은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꼈던 좌절 혹은 절망감에 편안한 위로를 보낸다. 천하의 공지영도 피해가지 못했던, 한국 사회의 구조적 피곤함이 있다.
개를 버렸던 개 주인을 다시 만나 개가 살해 위기에 빠지고 공지영도 폭행 ‘아닌’ 폭행을 당하는 책의 마지막 장면은, 구성의 묘미를 보여준다. 급하게 개를 풀어주면서 넘어지고, 개 주인에게 손목을 잡히는 장면은 짧지만 긴박하다. “아니, 뭐 그러니까 주먹으로 맞았다든가 이런 거가 폭력이죠” 경찰관의 말이다. 책을 덮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작가는 독자를 쉽게 보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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