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26] 그랜드 올 오프리
컨트리 음악의 수도 내슈빌은 재즈의 뉴올리언스, 블루스의 멤피스와 함께 미국의 대표 ‘음악 도시’다. 19세기 말 피스크(Fisk)대학교 중창단의 공연을 본 빅토리아 여왕이 “음악의 도시(City of Music)에서 오신 분들이 틀림없군요”라고 인사했다는 일화에서 명칭이 유래되었다.
컨트리 음악은 복잡하지 않은 화음, 부드럽게 감정적이며 약간 슬픈 멜로디,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은 나의 태양(You are my sunshine)’과 같이 쉬운 가사들로 보편성을 얻었다. 테일러 스위프트나 비욘세도 넘나드는 장르인 만큼 그 폭도 넓다. 영화 ‘보디가드’로 인해 많은 사람이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로 알고 있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 거야(I will always love you)’도 실제로는 ‘나인 투 파이브’로 유명한 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의 1974년 노래다.
그 중심에 ‘그랜드 올 오프리(Grand Ole Opry)’가 있다. 1925년에 시작된 라디오 채널 WSM의 컨트리 음악 생방송으로, 미국의 최장수 라디오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컨트리 음악의 전설 조니 캐시(Johnny Cash)가 1956년 이 무대에 데뷔하는 등 지난 99년 동안 수많은 가수의 등용문 역할을 했다. 전용 공연장에서 진행되는 라이브 무대지만 동시에 라디오 생방송이므로 사회자는 청취자의 사연을 읽어주거나 생일을 축하하고,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기업의 광고 멘트도 삽입한다. 마치 7080 시대의 라디오를 청취하는 듯한 느낌이다. 사실 많은 나라에서 시골 음악이 19세기에 머물며 사라진 것과 달리 미국에서 백 년이 넘도록 인기리에 유지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라디오 방송의 공헌이다. 전국의 청취자들에게 전달되면서 저변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이다.
“9세부터 99세까지 즐기는 무대”라는 문구처럼 가족, 지인들과 동행한 관객들은 다양한 연령이다. 대부분 캐주얼 복장 차림이고, 간혹 청바지에 부츠, 카우보이모자를 쓴다. 사회자가 관객 중 군인들이 있냐고 묻고 기립을 요청하자 나라를 위한 헌신에 관객들의 큰 박수가 이어진다. 동네 마을 축제이면서 포용성을 갖춘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공연 문화가 내심 부럽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동훈 “이재명 당선무효로 434억 토해내도 민주당 공중분해 안돼”
- [단독] 70대 운전자 스쿨존 인도 돌진... 보행자 경상, 반려견은 즉사
- “수능 국어, 9월 모평과 유사해... 결과도 비슷할 것으로 분석”
- 장난감 자랑하다 신체 노출 의혹… 최현욱 사진 ‘빛삭’ 소동
- “아버지 추억 담아갑니다”...박근혜, 박정희 탄생 107주기 행사 참석
- [단독] 범죄현장 착각해 성폭행 CCTV 확보도 못하는 경찰... 수사관 기피신청 5000건 돌파
- 중앙경찰학교 교수 성폭행 시도에, “男女경찰 방팅도 활발” “중앙연애학교인가”
- “美군사지원 중단? 우크라, 수개월내 원자폭탄 개발 가능”
- “수능 이틀 전 혈액암 진단 받아”…병원서 시험 치르는 수험생의 기적
- 여행·휴식보다 ‘이것’ 먼저… 수능 끝나고 하고 싶은 일 물었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