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中 알리 공세에 흔들리는 유통 1위… 선택은 ‘정용진의 신세계’

송혜진 기자 2024. 3. 9.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8년 만에 회장 승진
사진=신세계

신세계그룹 정용진(56) 총괄 부회장이 8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2006년 부회장에 오른 지 18년 만이다. 모친 이명희(81)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을 맡는다. 경영 일선을 완전히 떠나지는 않은 채 그룹 경영에 대한 영향력은 유지하면서 정 회장을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의 여동생 정유경(52)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은 현 직위를 유지한다.

재계 관계자들은 신세계그룹의 경영 악화를 정 회장 승진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이마트 부문에서 잇단 매출 감소, 창사 이후 첫 적자 기록 같은 부진을 겪고 있다. 이마트 또한 최근 국내 이커머스 1위 업체 쿠팡의 급성장과 알리익스프레스·테무 같은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고자 이른바 ‘정용진 체제’를 강화해 책임 경영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그래픽=이철원

◇정용진, 18년 만에 회장 승진

신세계그룹은 앞서 작년 9월 전체 CEO의 40%를 물갈이하는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작년 11월엔 전략실 조직의 이름을 경영전략실로 바꾸고, 전략실 수장도 8년 만에 교체해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를 경영전략실장으로 앉힌 바 있다.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정 회장 승진 인사를 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재계에선 이번 전격적인 인사 조치가 신세계그룹을 둘러싼 극심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위기의 본질엔 적자가 있다. 그룹 주력인 이마트 부문은 2011년 신세계 대형 마트 사업 부문에서 분할해 별도 법인이 된 이후 12년 만인 작년 처음으로 469억원(연결 기준) 적자를 냈다.

그룹 성장이 정체되면서 외형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점도 주요한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작년 마트의 매출·영업이익·순이익(별도 재무제표 기준)은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다. 수익성도 매년 나빠지고 있다. 이마트의 전년 영업이익률은 1.1%에 그쳤다. 1000원어치 물건을 팔아 11원을 남겼다는 뜻이다.

작년 이마트와 신세계를 합친 총매출(35조8293억원)도 2022년 37조1452억원에서 1조원 넘게 줄었다. 같은 시기 쿠팡 매출이 전년보다 20%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정 신임 회장은 이 같은 잇단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승진했으나 지분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현재 정 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은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하고, 이명희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10%씩 보유하고 있다. 다만 정 회장의 실질적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추가 지분 증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강도 높은 쇄신 예고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은 당분간 현 직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빠인 정 신임 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해 이마트와 백화점을 함께 경영하게 된 만큼, 향후 남매간의 역할 분담에 있어 재설정이 있을지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5년 12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을 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시켰고, 이후 정 회장은 이마트·식품·호텔 부문을, 동생 정 총괄사장은 백화점과 면세점, 패션 부문을 각각 맡아왔다.

정 회장이 책임 경영 강화를 위해 이마트 등 주요 계열사의 등기 임원을 다시 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 회장은 신세계와 이마트 인적 분할을 앞둔 지난 2010년 3월 신세계, 이듬해 5월에 이마트의 사내 이사로 각각 선임됐다가 인적 분할 작업이 마무리된 뒤인 2013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물러나 11년째 비등기 상태다.

수익성 강화를 위한 사업 구조 조정에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호텔·레저사업부를 신세계조선으로 일원화하고, 애완동물용품을 판매하는 전문 매장 ‘몰리스’ 담당 사업부는 폐지하고 패션·테넌트 사업에 통합시켰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향후 G마켓과 SSG닷컴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추가 개편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