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카리나가 쏘아올린 아이돌 현실

김동현 기자 2024. 3. 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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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발’(Falais des Festival)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더 포토푀’(The pot au peu) 시사회에서 K팝 아이돌 그룹 에스파(aespa) 소속 카리나(24)가 레드 카펫에 오르고 있다./뉴스1

K팝 아이돌 가수 카리나(24)의 열애 소식으로 국내 아이돌 팬덤(팬 집단)이 뒤집혔다. 소위 ‘극성’으로 꼽히는 팬들은 “배신감을 느꼈다”며 팬덤에서 이탈하고 있다. 소속사 건물 앞에선 “팬이 준 사랑이 부족하냐”는 ‘전광판 시위’까지 열렸다고 한다. 카리나는 결국 지난 5일 자필 사과문을 공개했다.

‘카리나 논란’은 해외에서도 금방 화젯거리가 됐다. 미국 CNN은 과거 카리나처럼 연애 사실을 밝혔다가 비난받은 K팝 아이돌 가수 사례를 열거하며 “팬들의 ‘극단적 충성심’이 K팝 스타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7일 전했다. 영국 BBC도 “카리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 아이돌은 압박감이 크기로 악명 높다”고 했다. 아이돌 문화는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문화예술 중 하나란 점에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지적들이다.

최근 일본뿐 아닌 서양에서도 두꺼운 팬층을 보유한 20대 J팝 가수가 신흥 종교 논란에 휩싸이는 일이 있었다. 그가 자택에서 찍은 영상 속 벽면에 ‘이단’으로 의심되는 인도발(發) 신흥 종교 창시자 사진이 걸려 있었던 것. 해당 가수도 논란이 된 신흥 종교 신자임을 사실상 시인했다. 일부 네티즌은 해당 종교가 여러 악행과 연루돼 있다며 그를 맹비난했다.

그렇다면 이 가수는 쏟아지는 비난에 인기가 추락하고 끝내 사과문까지 썼을까. 그러지 않았다. 그를 종교 논란으로 손가락질하는 이는 소수였고 오히려 팬들은 “가수는 가수일 뿐 사생활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해당 가수는 최근까지도 발표하는 곡마다 일본 음원 차트 1위는 물론 유튜브 조회수 2000만회를 웃돌며 흥행 중이다.

한국 대중음악계는 일본 등 해외와 달리 ‘가수’와 ‘아이돌’의 영역을 크게 구분하지 않는단 특징이 있다. 가창력·음색, 작사·작곡력뿐 아니라 아이돌 특유의 칼 같은 군무와 표정 하나까지 가수의 ‘역량’으로 따진다. 이는 한국 대중음악의 특징일 뿐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평가 기준에 사생활, 그중에서도 ‘연애 여부’가 포함돼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이들의 사생활이 ‘성역’이 되어야 한단 얘기는 아니다. 잘못을 저질렀다면 받아 온 사랑만큼 비판도 감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연애가 ‘잘못’일 순 없지 않은가. 이를 ‘한국 대중음악 특징’으로 치부하고 넘길 순 없다.

K팝 아이돌 업계는 명실상부 한국 ‘소프트파워’를 키운 주역으로 평가된다. 그런 와중에 ‘카리나 논란’은 업계 성장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저출산 탓에 국내 아이돌 업계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만큼 카리나의 열애 소식으로 상처받은(?) 팬들은 그를 마냥 비난하는 대신, 가장 빛날 나이에 위축돼왔을 사생활과 연애 활동을 조금이나마 북돋아줄 덕목을 갖췄으면 한다. 연애한단 이유로 사과문을 써야 하는 판에 그 누가 선뜻 아이돌 업계에 발들이기로 맘먹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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