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봄의 미각
“3월 초순 쓰키지(수산물을 중심으로 한 도쿄의 도매시장)에는 색색의 봄나물과 봄철 채소, 생선이 쏟아져 나온다. 두릅, 머위꽃, 완두콩, 죽순, 햇양파, 벚꽃 필 무렵 맛이 좋아지는 참돔 등등. 요즘은 뭐든 일 년 내내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봄철 채소는 딱 이때가 아니면 손에 넣기 힘든 것이 은근히 많다.”
꽃샘추위 닥친 날, 봄기운 묻어나는 책을 찾다가 일본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의 에세이 ‘맛있는 이야기’(비채)를 읽었습니다. 이이지마는 영화 ‘카모메 식당’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드라마 ‘심야식당’ 등의 푸드 스타일링을 담당했답니다. 책엔 맛있는 장면을 위해 분투하는 촬영 현장 안팎의 에피소드, 오오모리 미카 감독의 영화 ‘수영장’에 나오는 바나나튀김 만드는 법 등 46가지 레시피가 담겼습니다.
저자는 직업상 물을 쓸 일이 잦은데 찬물만 나오는 곳이 많은 촬영 스튜디오에서 한겨울에 채소나 식기를 대량으로 씻기가 쉽지 않다는군요. 그래서 겨울이 끝나가고 봄기운이 슬슬 느껴지면 마음이 들썩인다고요. ‘봄의 미각’이라는 짧은 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봄철 채소와 봄나물은 겨우내 몸속에 쌓였던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내 준다. 몸속에서부터 말끔히 깨어나 봄을 느끼게 해준다.”
일본에서 3월의 대표적인 행사 중 하나는 삼짇날이라는데요. 해마다 3월 3일이면 저자의 집엔 친척들이 모이고 어머니가 전날부터 준비해 둔 지라시스시와 대합국이 식탁에 올랐답니다. “대합은 봄이 제철이거니와 껍질을 한번 떼면 다른 껍질과 절대 맞물리지 않는지라 좋은 인연을 만나 해로하라는 뜻이란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봄철 음식은 아마도 쑥국일까요? 봄빛 완연한 어느 날, 향긋한 쑥 내음을 입안에 잔뜩 머금고 싶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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